설쳐야 했다. 20년된 우리 버스는 겨울을 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좀더 따뜻한 곳으로 가야한다.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을 준비해야 했다.
11월 3일 일요일. 캘리포니아 근처의 애리조나 '하바수시티' 라는 곳으로 이동하는 날 이다.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캘리포니아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미리 길을 알아보고, 날씨를 수시로 첵업했다.
당일 비 소식이 있으나, 오후에 내린다고 하니 아침일찍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4 주전 올때 지냈던 길을 그대로 반대로 가서 마지막에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된다.
이미 왔던 길이니 도로 상황도 잘 알고 별로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로에 올랐다.
무더워서 팔 토시를 하고 운전을 했던 4 주전과 다르게 나뭇잎의 색이 바뀌었다.
초록과 노랑의 가을색이 감싸는 길을 지나니 동부의 가을이 그리워 졌다.
또 사막 지역으로만 알고 있었던 애리조나에서 가을을 만나니 새롭고 좋았다.
1시간 정도 지나니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상황이니 그러러니 했는데, 버스 앞 유리에 부딪치는 비가 뭔가 달라 보인다.
약간 우박 같기도 하고 눈 같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쳐서 그것의 정체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고도가 점점 높아 지는데, 저 멀리서 검은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올 여름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면서 몇 번봤던 상황이다.
' 또 산불인가? 비가 온다더니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검은 연기가 있는 방향으로 계속 달렸다.
그렇게 30분 정도 달려가니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도가 6천을 넘어가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비가 눈으로 바뀐 것 이다.
멀리서 보였던 회색빛 하늘은 눈폭풍을 안고 있는 검은 구름 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올 여름 무더운 캘리포니아에 있으면서
'눈 보고 싶다'
라고 지나가는 말을 했는데, 때 이른 11월초에 눈을 만났다. 실제로.
기쁨과 반가움도 잠시. 이런! 여기는 버스 안 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휴계소 조차 없는 40번 도로를 계속 달려야 한다.
눈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아무런 월동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 사이 눈폭풍은 점점 거세지면서 앞을 구분하기 힘들게 했다.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눈 폭퐁 속에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스노우 체인도 없고, 창문에 눈을 녹일 수 있는 워셔액도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와이퍼가 닿지 않는 윗 부분은 눈이 얼고 있었고, 설상가상 안에서는 유리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시간을 지내면서 이 버스에서 운행중 히터를 틀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너레이터를 돌려서 에어컨을 켜야 했던 더운 지역이어서 히팅에 대한
부분은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앞 유리 바로 앞에 있는 히딩이 나오는 구멍에서 히딩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오긴 하는데, 너무 미비해서 앞 유리에 있는 습기를 제거 할 수 없었다.
총제적 난국 이었다.
다행이 눈이 바닥에서 녹아주니 스노우체인 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서 더 이상 주행이 힘들었다.
큰 트럭이 많이 다니는 40번 도로에는 주유소들이 많다.
우선은 보이는 주유소로 방향을 잡아서 주유를 하며 숨을 돌리기로 했다.
큰 트럭을 위해서 디젤을 주유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그 곳에 잠시 정차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는 기계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온도가 낮아 지면서 뒤에 붙어오는 지프차의 뒷 바퀴 공기압이 낮아지면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 이다.
이 경우, 타이어에 공기를 조금 더 넣어 주거나 아니면 주행을 하면 해결이 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이도저도 힘든 상황 이었다.
할 수 없이 첵업하는 기계를 끄고 주유를 시작했다.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날씨예보를 볼 수도 없었다.
다행인건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아주 멀리서 부터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주유를 하고 있을 수 없으니 최대한 시간을 번 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걱정하며 길을 나섰는데, 잠시 내리막을 내려오니 거짓말 처럼
눈폭풍이 사라졌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하늘이 바뀌고 눈 대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할렐루야 !!!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마 10분 정도 더 이 길이 계속 되었으면 수명이 10년 단축 되었을 것이다.
이후로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고도가 낮아지니 이젠 가을도 아닌 봄 기운이 난다.
길 옆으로 야생화가 보이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불과 3 시간 동안 3계절을 보면서 자연의 놀라움과 무서움을 실감했다.
출발전에 항상 날씨는 첵업 하는데 고도가 문제이다.
실제로 1년 넘게 다녀보니 고도에 따른 기온의 변동이 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늘처럼 우리에게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만나게 했다.
어떻게 하면 가야 할 길의 고도를 알아 볼 수 있을까?
다음번에 도착하면 워셔액을 사다 넣어야 겠다.
이번 겨울동안 버스의 히딩시스템도 한번 첵업해 봐야겠다.
아~~ 또 할일이 여러개 생겼다.
그렇게 또 하나 배우고 겪어가면서 ' 레이크 하바수 시티' 라는 낯선 도시에
무사히 도착했다.
영상은 유툽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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