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일요일. 눈바람을 맞으며 Lake Havasu City @ AZ 라는 동네에 도착했다.콜로라도 강에서 부터 내려오는 물은 레이크미드 ( 너바다 ) 를 거쳐 이곳까지 다다른다.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처럼 민둥산으로 둘러 쌓인 맑고 큰 호수가 관광객을 부르는 곳 이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동네의 인상은 참 오묘했다.
왼쪽으로는 허름한 모바일홈 타운이 크게 형성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새로지은 멋진 타운홈이 굳게 닫힌 철장을 시작으로 끝 없이 이어져 있다.
호수주변 도시 답게 보트에 관한 스토리지, 판매, 수리점 등이 많이 있고
주유소도 보트를 싣고 들어 올 수 있을 만큼 크고 넓다.
헉 소리날 정도로 멋진 보트를 파는 곳도 있고 맞은편에는 폐기처분된
보트들이 엉망으로 널부러져 있다.
사이사이에 RV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새로생긴 말끔한 것 부터 고물상을 연상시키는
허름한 곳 까지 다양했다.
우리가 머물던 캠핑장도 이러한 어수선한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Lake Havasu RV Park @ Havasu City AZ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 서쪽은 장기 거주자들이 주로
머물고 있어서 우리는 당연히 동쪽입구로 와서 체크인을 했다.
얼핏 봐도 허름한 오피스에 사람이 없었다.
이 경우 마이크폰 으로 연락을 하면 사람이 온다.
마이크폰을 들고 '헬로우'를 외치니, 오피스 바로 앞에 주차된 RV에서 할머니가 한 분 나오셨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시는데, 체크인을 해야 한다고 하니 기다리라고 하신다.
잠시 후 골프카트를 타고 다른분이 오셔서 체크인을 했다.
이 곳은 TT 캠핑장이 아니다. RPI 회원으로 할인을 받아서 하루 $13 을 지불했다.
오피스에서 자리를 지정해 주는데, 우리 사이트 옆으로 발전기가 돌아가서
일주일 내내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이 캠핑장도 CRA - Colorado River Adventure 라는 이름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 이다.
정회원들이 머무는 곳과 우리처럼 제휴 회원권 으로 머무는 사람들과
위치가 다르다.
당연한 결과지만 뭐 정회원들이 머무는 곳도 크게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
캠핑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고, 놀이터등 가족들을 위한 시설은 없다.
길이 넓어서 큰 차들이 턴 하기는 좋지만, 사이트 간격은 너무 좁아서
불편했다.
지금은 11월 이라 단기로 머무는 RV 들은 많이 없었고, 오레곤, 몬테나 등 추운지역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온 차들이 많이 보였다.
캠핑장 안쪽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거주민 모습이 보였다.
그냥 RV를 세워 두고 집으로 사용하거나, 캠핑버스를 갖다 놓거나 혹은
보트를 살짝 개조해서 세워 놓은 사람도 있었다.
본인이 개조한 것 이니 당연히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또 모빌홈 처럼 집을 만들고 정원을 멋지게 꾸며 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여긴 원래 실버타운 인가?
궁금해 하고 있는데 거주하시는 할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 분들은 CRA 회원으로 가입을 하고 회사를 통해서 장기로 자리를 빌려서
사용 하신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50년이다. 헉!
할머니 께서는 28년 이곳에서 사셨고, 이제 22년이 남았다고 하신다.
그 분의 나이가 거의 80대로 보였으니, 이 정도면 그냥 집을 구입한 것과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만 빌리고 나머지는 본인들이 마음대로 꾸밀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집 마당은 모두 벽돌로 깔고 정원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RV 트레일러를 집으로 사용하고 계셨는데,
이미 이 트레일러로 미 전역을 한 바퀴 돌고 캐나다 까지 다녀 오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집들이 제 각각 이었구나... 이제사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
본인들은 장기 임대를 한 것이고, 사이트를 구입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사무실에 요청해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이 되야 하기에 사무실에 면담 요청은 하지 않았다.
얼결에 잡혀서 회원권을 사버리면 곤란하니깐.
돌아서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문득 나도 20년 즘 후에는
저렇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대로 라면 미국과 캐나다 까지 여행을 마치고
캠핑장 한 켵에 작은 땅을 빌리거나 구매해서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버스집을 세워놓고
작은 앞 마당을 꾸미고 정원을 가꾸며 살 수 도 있겠구나.
다양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덧 나의 미래를 투영하고 있었다.
이 곳은 캠핑장 이라기 보다 실버타운 이라는 표현이 조금더 정확해 보였다.
처음 체크인 부터 잔디관리 그리고 자잘한 수리까지 거주하시는 분들이
각자의 롤을 가지고 나눠서 일을 하고 계셨다.
첫날 사이트에 전기 문제가 있어서 사무실에 요청을 했는데
족히 80은 넘어 보이시는 분이 오셔서 해결해 주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도 이 캠핑장 집에 거주하시는 분 이셨다.
가족들을 위한 놀이공간은 없지만, 수영장과 클럽하우스가 잘 되어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건물로 들어가는 곳에 계단이 거의 없고
대부분 슬로프 형식으로 되어있다.
주차장에서 건물까지 그리고 건물에서 건물로 계단이 필요한 곳에는 모두
슬로프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노인이나 장애인이 사용하기 무리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뭔가 궁금해 하며 길을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어르신들이 나타나서
도움이 필요 하냐고 물으신다. 친절하게 다가 오시지만, 마치 감시 당하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우리 부부는 이 캠핑장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며
심지어 유일한 유색인종 이었다.
생활하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번 캠핑장은 세탁시설이 없어서 불편했다.
가까운 세탁시설은 차로 20분 정도인데, 제일 작은 사이즈가 4불 부터 시작해서
꽤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집에 세탁기가 있지만, 작은 용량 이라서 이불이나 큰 수건은 캠핑장 세탁실을
이용해 왔는데, 대부분 2불~2.5불 정도였다. 밖에 나가니 2배 가격이다.
맞은편 서쪽사이트 옆에 공용세탁시설이 있어서 잘 사용했다.
그런데 이 것도 캠핑장내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일반 세탁실 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지금까지 우리가 다녔던 어떤 관광도시 보다 물가가 저렴했다.
주유비도 일반 차가 갤론당 $3 내외 이고 심지어 몇 년만에 $2.99 도 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디젤도 갤론당 $3.3 정도이니 여름동안 지내던 캘리포니아와 비교해서
정말 착한 가격이다.
5분 거리에 있는 월마트도 가격이 착했다. 호수주변 식당도 다른 관광지 보다 확실히
가격이 좋았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물건을 사면서 돈을 버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 지갑에서 나가는 것 이지만, 그만큼 처음 캘리포니아에서 느낀 고물가의
충격이 컸다.
1년 넘게 미국 여러곳을 다니면서 물가가 싸다는 느낌은 이 곳이 처음이다.
비수기의 영향인지 조용하고 한산하고 가격도 착해서 일 주일을 잘 보냈다.
영상은 유툽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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