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에 도착한 첫날, 업타운에 있는 비지터센터에 가서 지도를 받았다.
볼텍스가 있다는 지점표시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트레일 이다.
볼텍스 투어를 마쳤으니, 이젠 유명하다는 트레일을 찾아 걸어 보기로 했다.
1. 성 십자 예배당 ( Chapel of the Holy Cross )
1956년 독실한 카돌릭 신자인 건축가에 의해 붉은 암석 사이에 지어진 성당이다.
주차를 하고도 한참을 올려봐야 하는 성당은, 1956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 하고 있다.
작고 세련되고 아담한 이 성당은 일년 내내 세도나를 찾는 관광객과 신자들로 붐빈다.
미국을 여행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 이지만, 미국에는 남미인구가 정말 많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잘 만들어진 나선형 도로를 따라 올라가서 마주한 예배당은,
오른쪽으로 대성당 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벨락이 보이는 절묘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암절벽이 마주보고 있는 십자가는 뒷면 유리를 통해서 들어오는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인 성당 건물을 내려와서 이제는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을 보러 갈 시간이다.
성당주차장과 이어진곳은 다양한 트레일이 연결되어 있다.
성당을 뒤로하고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거대한 광장 같은 공간이 나오면서 기괴한 바위산이
눈앞에 서 있었다.
정말 '기괴하다' 는 표현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았다.
빗살무늬를 한 거대한 바위산은 마치 쌍둥이 석탑이 서 있는 것 처럼 나란히 붙어서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그 왼쪽으로는 버려진 성 같은 모양의 돌산이 늘어서 있다.
어떻게 이렇게 까지 만들수 있을까? 내가 표현 할 수 있는 언어로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감탄을 뒤로하고 조금더 안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동글납작한 바위 들이 보이는데, 모두 옆에는 일정한 구멍이 있다.
마치 줄을 맞춰서 누군가 뚫어 놓은 것 같다.
순간, 나는 다른 행성에 서 있고 앞에 보이는 것은 우주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선 바위( 내가 지어준 이름) 위로 올라갔다. 장관이다.
사실 딱히 표현이 생각 나지 않는다.
바람과, 비와 해가 만들어낸 예술품 앞에 인간은 한 없이 작고 초라해 보였다.
안으로 걸어 가면 갈 수록 내가 그림속으로 들어 가는것 같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걸어 가는것 같기도 하다.
그 만큼 신비하며 아름다웠다.
나중에 알게된 바로는 이 트레일은 ' Broken Arrow Trail' 이었다.
하지만 그뒤로 여러개의 트레일이 연결 되어 있으니 어디가 끝 인지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산행을 강행 하기에는 이날 날씨가 너무 더웠다.
이 트레일은 유독 산악용 차나 차를 이용한 투어가 많이 보였다.
그 만큼 경치가 휼륭하다는 이야기 이다.
4주를 머무는 우리는 발로 걸어 다녔지만, 짧은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그룹투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옵션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Birthing Cave (출산동굴)
절벽위에 위치한 이 동굴은 고대부터 원주민들이 아이를 낳을때 머물렀던 공간이라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름도 '출산동굴' 이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한다. 평지에서 퍼석거리는 붉은 흙을 밞고 주변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진입했다.
그런데, 가다가 보니 길이 좀 이상하다. 절벽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결국 길을 다시 돌아와 보니 갈림길 바닥에 돌로 만들어진 화살표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이정표를 최소화 한 세도나 에서는
이러한 이정표가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나도 화살표 마지막 부분에 돌을 하나 놓고
다시 길을 나섰다.
조금 들어가니 동굴이 있다는 절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부터는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동굴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90도 가까운 절벽길을 걸어가야 했다.
오래 전, 출산을 앞둔 여자들은 이 곳을 어떻게 올라 갔을까?
가쁜숨을 몰아 쉬며 올라가서 만난 동굴은, 어둡고 침침한 '동굴' 이라는 개념보다는
밝고 아늑한 '쉼터' 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가파른 절벽 윗쪽에 위치하니 안전하고, 동쪽에서 뜨는 태양을 바로 받을 수 있으니 따뜻했다.
이러한 이유로 원주민 들도 이 곳에서 출산을 한 것은 아닐까?
숨을 고르며 뒤롤 보니 오전시간, 정면으로 들어오는 햇살아래 초록의 나무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잠시, 이제 막 엄마가 된 어린여인이 따스한 햇살아래 안고 있는 아이를 향해 미소짓는
상상을 해 본다. 뭔가 마음이 따뜻해진다.
짧지만 강렬했던 트레일 이었다.
3. Devil's Bridge (악마의 다리)
세도나를 소개하는 여러 책자에 볼텍스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장소이다.
유명한 곳을 빼먹으면 안 되지 !!
아침일찍 서둘렀으나, 주차장은 이미 만차. 근처 길가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밤 내린 비로 붉은 흙이 흘러내려 황토색 물이 여기저기 보였다.
붉은 흙과 붉은 물. 신기한 광경이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흙이 퍼석 거리지 않고 폭신폭신 하다.
흙을 밞는 느낌이 부드럽고 좋다.
무심코 걷다보니, 이 곳이 왜 인기가 좋은지 이해가 되었다.
탁 트인 공간에 멋진 전경이 계속 이어져서 지루한 느낌없이 즐겁게 산행할 수 있었다.
다리 근처에 오니 역시나 90도의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립공원이 아닌 세도나는 대부분 트레일이 반려견 친화적이다.
미리 정보를 알고 왔기에, 락키를 자주 데리고 다녔는데,
중간중간 길이 매우 험해서 락키가 고생을 좀 했다.
'너도 늙는 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안타까운 순간 이었다.
뒤에서 엉덩이를 살짝 살짝 밀어주면서 힘겹게 목적지 까지 왔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절벽 맞은편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다리 모양의 돌이 보이다.
아! 바로 저기구나!
다리 뒤로 펼쳐진 경치를 잠시 감상하고 있었는데, 아뿔사! 그럴 시간이 없다.
저 다리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위해서 또 줄을 서야 했다.
사실 올라 오면서도 돌계단을 올라가기 위해도 줄 지어 올라와야 했다.
그 길 그대로 여기까지 와서 이제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
뒷 사람이 앞 사람을 찍어 주기도 하고 가족끼리 번갈아 찍어 주기도 하는데
이왕이면 독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생각보다 오래 기달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락키포함 가족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생기면 좀더 일찍 와야겠다.
4. West Fork Oak Creek Trail ( 오크크릭 트레일 )
세도나 중심가인 업타운 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이다.
지금까지 다녔던 돌 산이 아니고 계곡사이에 물이 흐르며 만들어진 울창한 숲을 걸어가는
여정이다.
다른 주차패스와 상관없이 별도로 돈을 내야한다.
차량당 돈을 받기도 하고 걸어서 와도 사람 수 만큼 돈을 내야한다.
이러한 이유는,
주차장이 있기는 하나 매우 협소하다. 그러니 주말이 되면 입구를 중심으로 도로 양쪽으로
갓길주차가 길게 이어져 있다. 이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걸어서 오는 사람에게도 일인 당 비용을 받고 있었다.
우리도 주차장에는 못 들어가고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 이어진 길은 포장이 되어 있다.
협곡 아래를 걸어가니 양 옆으로는 다양한 바위 절벽이 늘어서 있다.
그 아래에는 마침 계절이 바뀌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색의 단풍이 어우러져 있었다.
서부 에서의 첫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애리조나에서 유목민 생활의 두번 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트레이의 가장큰 특징은 '물' 이다
협곡 아래로 흐르는 물이 만들어 준 이 트레일은 완주하기 위해서는 13개의 크고 작은 냇물을 건너야 한다.
지금 (10월 말)은 가을 이어서 물의 양이 많지 않지만,
눈이 녹는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이 빠지게 되어 있다.
뽀송하게 완주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긴 방수장화를 준비해 와야 한다.
물을건너기 위한 다리나 보호장비는 없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본인이 알아서 넘어가야 한다.
다행히 물이 많이 없어서 놓여있는 돌이나 넘어진 나무를 밟고 지나갈 수 있었다.
인기있는 트레일 이니 만큼 사람도 많고, 그리 힘들지 않아서 반려견도 많이 데리고 왔다.
당연히 물을 건너기 위해서 기다려야 했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쌀쌀한 날씨지만
그냥 물속을 걸어서 길을 재촉했다.
우리도 조심 한다고 했지만, 결국 신발이 조금 젖었다.
날씨마져 쌀쌀하고 해가 없어서 추운 느낌이 들었다.
결국 완주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 그리고 그 아래 흐르는 물의 장관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아름다운 세도나 영상은 유툽을 참고해 주세요.
그런데, 영상으로 다 담지 못해서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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