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유목민 생활의 두번째 겨울을 지내기 위해 다시 캘리포니아로 가야했다.
세도나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먼저 서쪽으로 3시간 정도
달려서 애리조나 가장 서쪽에 있는 '레이크 하바수 시티' 라는 곳에 도착 했다.
이 곳에서 일주일을 머물고 다시 캘리포니아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사막 한가운데 푸른빛을 내며 유유히 흐르는 '하바수 호수'는
파커댐 건설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 이다.
저 멀리 콜로라도 강을 시작으로, 너바다의 후버댐 근처를 지나 이곳까지 이른다.
사막 지역인 애리조나 입장에서는 서쪽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것 이다.
실제로 호수를 중심으로 낮은 흙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높은 산 정상에 있는 호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호수를 중심으로 동쪽은 캘리포니아 이고 서쪽은 애리조나 이다.
그래서 배로 호수를 건너다 보면 다른 주(캘리포니아)로 넘어가게 된다.
여러 장소를 다니다 보니 50개 주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신호등 하나 차이로 세금이 달라지면서 커피 가격도 달라 지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현실을 경험한다.
이동하며 사는 생활이라 GAS 가격에 가장 민감한데,
익숙해진 동부를 지나 텍사스를 거쳐 오면서 행복 했다가 캘리포니아 들어오니 속상 했다가,
다시 애리조나로 가니 기쁨도 잠시, 이제 캘리포니아로 가면 또 속상해 하면서 주유를 해야한다.
이 도시도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만나는 캘리포니아에 비해서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로 은퇴자들이 선호 하는 도시 라고도 한다.
여름에는 무덥 겠지만, 호수에서 각종 물놀이와 낚시를 즐길 수 있고
겨울 날씨(11월 )는 화창하고 온화했다.
호수 주변으로 깔끔하게 새로지은 타운 하우스가 많이 있었고,
지금도 한창 집을 짓고 있었다.
연중 고온건조한 날씨와 저렴한 생활비 그리고 깨끗하게 관리된 호수주변 공원등을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이해가 되었다.
이 삭막한 사막지역 에서 '런던 브릿지' 라는 낯 익은 이름을 발견 하게 된다.
'런던 브릿지 무너져.. 무너져..무너져...."
하며 아주 어릴때 부터 들었던 익숙한 이름 이지만 직접 볼 수는 없었던 그 다리?
그런데, 갑자기 여기 왜???
1831년 건설된 런던브릿지는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루어 지면서 교통량에 과부화가 생기게 된다.
교각이 주저앉고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기자 영국에서는 이를 철거하고 새롭고 튼튼한
다리를 만들 결정내린다. 그러면서 이 고물다리를 팔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 말도 안되는 계획이라 생각 했지만, 뜻밖에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구매자가 생겼다.
이 기막힌 거래에 응한 미국인 '로버트 멕컬리'는 파커댐 건설로 만들어진 이 도시를 구매해서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이름모를 도시를 알리기 위해서는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것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이억만리 영국땅에 150년전에 만들어진 골동품 다리를 구입해서 이 사막에 다시
세우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실현하게 된다.
100년 넘게 우중충한 날씨로 유명한 영국땅에 서 있던 이 돌다리는
1968년 하나하나 분리되서 대서양을 건너 캘리포니아 롱비치로 오게되고, 거기서 다시
트럭에 실려서 이제는 1년 내내 비를 구경하기 힘든 사막땅 한가운데서 다시 조립이 되었다.
헉, 너도 이민왔구나!
힘든 이민길 이지만 지금은 이 도시 뿐 아니라 애리조나 에서도 유명해 졌으니
'성공한 이민사' 라 할 수 있겠다.
이 도시를 오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는 당연히 '런던 브릿지 건너기' 이다.
뭔가 레고 다리를 걷는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면 아래로는 푸른 호수와 멀리 캘리포니아 땅에
있는 작은 호텔도 보인다.
이 다리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개통 된것은 1971년, 지금으로 부터 약 50여년 전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로버트 맥컬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또.라.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간 이 황당한 일에 다들 미쳤다고 생각 했겠지만,
결국 한 사람의 또라이 행동은 헛되지 않았던것 같다.
실제로 이 도시는 엘에이 에서 4시간 정도 그리고 아리조나의 유명 관광지와도 꽤 먼 거리에 있다.
오는 길은 허허벌판을 지나거나 산길을 넘어와야 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호수 주변으로 호텔과 레져 시설이 생기고,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도시가 점점 커지고,
사람이 모이기 시작 하면서 부동산 개발도 많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결국 인류는 엉뚱한 발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일까?
영국은 커녕 유럽 땅을 밞아 본 적 없는 나도 덕분에 '런던 브릿지'를 건너면서
잠시 이 어뚱한 사업가 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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