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유목민 생활의 두번째 연말을 보내기 위해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캠핑장으로 향했다.
'피오피코' 캠핑장은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TT 맴버로 갈 수 있는 장소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피오피코' 라는 캠핑장의 명칭은
Don Pío de Jesús Pico IV (May 5, 1801 – September 11, 1894) 라는 사람의 이름이다. '피코' 가문은 캘리포니아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피오 피코'는 1845년 부터 1846년 까지 맥시코 통치하의 캘리포니아에서 마지막 주지사를 지냈으며, 신생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캠핑장이 속한 도시 샌디에고는,
바닷가와 접해있으며, 일년 내내 쾌적한 기후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다.
또한, 안정된 치안과 고물가로 부유한 백인들의 은퇴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캠핑장은 유명 관광지와 조금 떨어진 산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첫날 거의 도착할때 즈음, 네비를 보며 주변을 살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이 멈췄다.
어차피 외길 이었기에 그냥 직진하다 보니 캠핑장 입구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워낙 산속에 있어서 도착하기 10분전 즈음부터 전화및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는다.
미리 알고는 왔지만, 조금 당황 스러웠다.
12시 부터 체크인 이고, 얼리체크인은 10시부터 가능하며 $30불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11시 정도 도착해서 추가 요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리체크인을 해야 하나?
하고 살짝 고민을 했다.
캠핑장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으로 되어 있는데,
메인은 남쪽이며 풀훅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건너편에 있는 북쪽은 하수도가 없다.
당연히 남쪽에 있는 사이트로 모두 가기 원하지만, 아무리 원해도 자리가 없으면
할 수 없이 북쪽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금 일찍 들어올까' 하고 고민 했지만, 그냥 다음날 옮기기로 하고
12시에 체크인을 했다.
오피스에서 자리를 따로 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가서 자리를 정하고 다시 오피스에 가서 내 자리 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모두들 남쪽 풀훅업으로 가려고 할테니, 자리를 정해 줄 수가 없는 구조이다.
우리도 당연히 남쪽 사이트 부터 찾아 봤지만, 구할 수 없어서 토요일 하루 북쪽에서
머물고,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남쪽 사이트 비어있는 자리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체크인 시간은 12시 이고, 기존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 부터이다.
먼저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 선점의 우선권이 있으니, 당일날 들어와서는
풀훅업 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30불 내고 일찍 들어 왔으면 많이 억울할 뻔 했다.
깊은 산속에 있지만, 캠핑장 내부 도로는 넓고 반듯반듯 하고, 사이트 간의 간격도 좋았다.
주변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하늘은 맑고 청명했다.
두개의 수영장, 배구장, 농구장, 미니골프 그리고 엑티비티 센터까지 있어서, 굳이
나가지 않고도 캠핑장 내에서 즐길 수 잇는 것들이 충분하다.
편의 시설과 거리가 멀어서 일까?
캠핑장 입구에는 작은 상점이 있어서 음료와 물 그리고 쿠키등을 팔고 있었다.
간단한 RV 용품도 판매 하는데, 주로 하수도 관련된 소모품 이었다.
RV에서 하수도 호수가 갑자기 세거나 하면 나 뿐 아니라 불쾌한 냄새로
주변까지 힘들어 진다. 그런 의미에서 위급상황에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꼭 필요한 물품만 팔고 있었다.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는 깊은 산속 시골마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으니, 스타링크를 켜야 했다.
대부분 전화기 핫 스팟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사용해 왔는데,
전화 조차도 안되는 곳은 할 수 없이 스타링크를 켜야한다.
한달에 $170불 정도 추가 요금이 드는 셈이다.
조용하고 깊은 산속 이지만, 그리 조용하지는 않다.
캠핑장에서 30분 정도만 내려가면 맥시코 국경이다. 장벽 하나만 넘으면 '티후아나' 라는 멕시코
도시가 나온다.
캠핑장을 둘러싼 산 위로는 수시로 국경검문을 하는 차량이 다니고
하늘 위로는 헬리콥터가 자주 정찰을 다닌다.
아마도 뒤에 보이는 산을 넘어서 미국으로 오는 통로가 있는 듯 하다,
지내는 동안 요란한 헬기 소리와 함께 몇 대의 경찰차가 산 위로 올라가는
것을 몇 번 목격했다.
캠핑장으로 들어오는 길에도 국경 순찰차가 항상 대기 하고 있고, 주말에 한번은
실제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전화가 안된다고 툴툴 거리며 무심코 걷고 있는 이 곳이
산 저편에 사는 누군가 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갈 수 있는 장소였다.
새삼,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모든 환경들이 감사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 외에, 새벽에 코요태가 울부짓는 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이 캠핑장은 유독 코요태가 많다.
저녁에 잠시 나갈때나 아침에 산책을 할때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코요태들 보다 덩치가 크고 당당해 보였다.
아마도 사람의 인적이 뜸한 곳이니 야생동물들이 지내기 좋은 곳인가 보다.
어떤 이 에게는 전화 조차 안 되는 조금은 불편한 장소이고,
어떤 이 에게는 꿈과 희망의 신기루가 보이는 장소이고,
어떤 동물들 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편안한 삶의 장소이다.
인공 불빛이 없어서 유난히 별이 많이 보이는 샌디에고의 산속에서
2024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2025년을 맞이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동영상 참고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