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부터 1월초 까지 샌디에고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했다막상 일정대로 캠핑장에 왔지만, 이 시간 동안 여기서 뭘 해야 할까? 뭘 봐야 할까?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장소는 ' 발보아 공원' 이다.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 가 연상되는 이 곳은 샌디에고의 대표 관광지 이다.
하지만,
'공원 ' 이라는 장소에 잠시 망설여 진다.
30여년 전, 내나이 20대 때, '프렌즈' 라는 영화를 보면서 막연하게 뉴욕생활을 동경했다.
처음 접한 이유는 '영어공부' 였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공부는 뒷전이고
화려한 맨하탄을 배경으로 남녀 친구가 자유롭게 동거를 하는 별천지 세상을 보면서
막연하게 ' 뉴욕, 맨하탄, 그리고 센트럴파크' 는 나에게 꿈의 공간이 되었다.
이런 이유료 처음 미국생활을 맨하탄 근처에서 시작 한다고 했을때,
' 아 나도 프렌즈의 주인공들 처럼 센트럴파크를 거닐 수 있겠구나'
라는 허황된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근처에 살고보니 파킹이 힘들고 복잡한 맨하탄은 자주 나갈 일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에 있는 나에게는 멀고도 가까운 곳이 맨하탄 이고 그 안에 있는
센트럴파크는 영화에서나 보던 장소가 되었다.
그래도 마음먹고 몇 번 나가 봤지만, 항상 가던 장소만 가게되고
힘들게 주차 한 곳 위주로 돌다보니 아직 까지도 나는 센트럴파크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유명 하다고는 하지만 그 큰 공원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봐야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갈 수는 없는일!
예전과 다르게 인터넷이 잘 발달 되어 있는 요즘,
일요일에 많은 이벤트가 있는 것을 대충 확인하고,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발보아파크에서 보내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공짜 이벤트를 즐기며 색다른 경험 할 수 있었다.
발보아 파크에서 일요일 하루 찐하게 즐기기
1. 일요일 오후 야외 ' 파이프 오르간 공연' 듣기
공원안에 들어갈때 입장료나 주차요금은 따로 없다.
하지만 공원이 너무 넓으니 목표지점을 하나 정하고 가까운 장소로 주차를 하면
하루동안 동선을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발보아파크에만 있다는 '파이프 오르간 야외 공연' 을 보고 싶었다.
사실 '파이프 오르간' 이라는 것을 실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공연 자체를 경험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 공원에는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 야외공연' 이 있다고 한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요일 오후 2시 라는 알았기에, 일요일 오전 일찍 그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음악 이나 예술과 거리가 멀지만 꼭 한번 듣고 싶은 소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웅장했다 .
사실 나는 일명 '막귀' 이다.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고, 그냥 분위기에 맞춰 흥을 돋구는
정도이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오르간의 소리는 웅장하고 장엄했다.
이런 공연을 공짜로 들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샌디에고 주민들이 부러웠다.
버스집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만날 수 없을 새로운 환경이다.
내가 이 나이에 집도 없이 뭐하는 건가? 불쑥불쑥 현타가 오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또 '나오길 잘 했다' 라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든다.
그 만큼 만나기 힘든 값진 경험 이었다.
2. 공짜 뮤지엄과 전시 즐기기
공원 안에는 1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특별하게 안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즈음 박물관에 가 봐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막상 가려면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하루 입장권 보다는 일주일 입장권이 저렴한데, 일주일 동안 박물관을 갈 만큼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깊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개 즈음 들어가 봐야하나?
뉴욕에 살면서 왠만한 유명 박물관은 다 다녀 봤는데 굳이 돈을 써야 하나?
의외로 공원 안에 공짜로 즐길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물론, 모든 장소에서 '도네이션' 명목으로 입구에 돈을 넣는 통이 있지만
도네이션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원하는 만큼만 넣으면 된다.
화려하게 장식된 박물관( Timken Museum of Art )은 공짜로 열심히 보고
샌디에고의 (San Diego History Center)역사를 전시해 놓은 장소에서는 재미있게 즐기고 나오면서
기분좋게 도네이션을 했다.
특히
샌디에고 역사 센터 ( Sandiego History Center ) 는 도네이션을 하지 않으면
미안할 만큼 재미있게 즐겼던 곳이다.
이 날은 마침 타주에서 일하던 아들이 연말이 되어 이곳으로 와서 함께 갔다.
많은 전시와 함깨 안쪽에는 초창기 샌디에고 주민들이 생활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다이얼 전화기' 였다.
40년도 전에,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즈음 집에 처음으로 전화기기 생겼다.
초록색 전화기는 앞에있는 동그란 숫자판에 손가락을 넣어 돌리면 '띠링 띠링' 소리가 났다.
번호부에 적힌 친척들의 번호만큼 순서대로 숫자판을 돌리면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신세계 였다. !!!
내가 느끼던 그 신세계를 우리 아이는 알지 못했다.
'집 전화' 라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동그란 숫자과녁이 있는 커다란 물체는 마치 고조선 시대
유물을 접하는 듯 했다.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오히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으로 사진을 찍기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색칠공부, 냄새로 장소 맡히기 등 다양한 놀이를
20세가 넘는 성인 아들과 즐기면서 마치 내가 동심으로 돌아간듯,
아이를 키우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즐겁고 행복했다.
3. International Cottages 에서 다양한 나라의 '집' 에 들어가 보기
30개가 넘는 나라의 이름이 적혀 있는 이 곳은 각 나라의 문화를 경험 할 수 있는 곳 이다.
평일에는 오픈하지 않고 사람이 많이 오는 주말만 이용이 가능 하다
우리는 일요일 오후에 갔는데, 이 날은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 행사가 이 날만 특별히 하는 건지, 매주 일요일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각 나라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표음식을 무료로 나눠 주고 있었다.
음식 앞에는 '도네이셔'을 권유하는 문구와 통이 놓여져 있다.
마카롱을 주는 프랑스, 만두를 주는 중국, 이름 모르는 파이를 주는 스웨덴 ,
그리고 작금의 전쟁 상황에서 본인들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처음 접하는 환경과 이벤트에 즐겁고 어리둥절 했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 이었다.
당연히, 뭔가에 홀리 듯,' 한국의 집'을 찾아 갔다.
앞에는 ' 혼례복을 입은 신랑신부' 가 나란히 서 있고 안에는 다양한 한국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이 한창이다.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는 카운터 앞에 젊은 이들의 함성 소리가 요란했다.
뭔지 궁금해서 앞으로 가 보니,
젊은 친구들이 '공기놀이'를 하느라 소란스러웠다.
"음?? 이게 뭐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분이 오셔서
요즘 한창 '오징어게임' 의 여파로 '공기놀이'가 인기라고 하신다.
나는 넷플릭스를 본 적이 없으니 잠시 당황스러웠던 것 이다.
"와우...공기놀이....' 너를 여기서 보다니!!!
실로 40년 만인것 같다. 초등학교 이후 해 본적도 없고 본적조차 없던
공기놀이 셋트를 나이 50이 되어 미국서부 끝에서 만났다.
너무 반갑고 기쁘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진정 가슴이 벅차 다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문화의 전파가,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
1930년대 일제가 왜 그렇게 '문화식민지' 정책을 고수 했는지,
새삼 이해 되는 부분이다.
그 역경을 이겨내고, 당당히 문화를 전파하는 내 나라가, 내 조국이 한 없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저물어 가는 2024년,
나는 그렇게 또 서부 땅끝 어딘가에서 '한국' 이라는 단어를 찾아내고 있었다.
발보아 파크의 영상은 아래 유툽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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