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마지막 주 부터 드디어 오레곤 생활 시작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정도까지 6개월 정도를 오레곤과 워싱턴주에서 머물 예정이다.
오레곤 이라는 주는 처음 밟아 보는 곳 이라 미리 인터넷을 통해서 조사도 많이 하고,
겨울동안 캘리 캠핑장에 머물면서 이미 다녀오신 분들에게 정보도 많이 얻었다.
가장 열심히 조사한 부분은 '캠핑장 내 인터넷 사용' 부분이다.
오레곤 해안가는 통신사정이 좋지 못하고, 거대한 나무가 하늘을 막아서 스타링크 사용조차 힘들다는
리뷰가 많다. 그러니 사용 가능한 캠핑장 중에서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또 한가지 불편한 점은,
하수도가 없는 캠핑장이 많다. 전기와 물만 제공되고 하수도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캘리포니아 까지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오레곤에 있는 캠핑장은 많은 캠핑장이 하수도 시설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대부분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 우선으로 배정을 해 준다.
인터넷과 하수도 두 개 모두를 충족하면 좋겠지만, 우선은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니
불편하지만 하수도 부분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제일먼저 도착한 곳은
'프로렌스' 라는 지역에 있는 '사우스제티' 캠핑장 이다.
예상했던 대로 하수도는 없다. 나무가 너무 커서 거대한 RV도 마치 장난감 차 처럼 보인다.
다행이도 인터넷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2주 동안 하수도 없이 지내기는 처음이다.
이 경우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캠핑장에서 제공해 주는 '허니웨건' 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돈을 내고 시간예약을 하면 오물차가 와서 우리 집에 있는 오물을 가져가는 방법이다.
각 캠핑장 마다 금액은 다르지만 힘들고 꺼려하는 일인 만큼 저렴 하지는 않다.
두 번째로, '도트' 라고 하는 일명 휴대용 오물통을 이용해서 내가 수시로 버리는 방법이다.
종종 RV 뒤에 주황식 커다란 바퀴달린 통이 매달려 있는데, 바로 그것이 휴대용 오물통 이다.
하수도 대신 그 통에 연결해서 오물이 모이도록 하고, 통이 다 차면
작은 차에 매달고 움직여 지정된 곳에 버리면 된다.
세 번째로, 아예 집을 통째로 움직여 지정된 장소에 가서 버리고 오는 방법이다.
휴대용 오물통은 한계가 있고, 관리가 번거롭다.
결정적으로 블랙(화장실) 탱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집을 통째로
움직여서 오물탱크를 비우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 우리차는 오물탱크가 커서 주 1회 정도 움직이는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샤워와 세탁은 공용샤워실과 세탁실을 이용하면서
조금은 불편한 오레곤 생활을 시작했다.
불편한 만큼 좋은 것도 있다.
오레곤은 물이 정말 깨끗하다. 우리는 매 번 캠핑장에 도착하면 제일먼저 수돗물의 수치를 잰다.
뉴욕에 거주할 때부터 수돗물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해서 크게 기대 하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 했는데, 의외로 하나의 절차가 되었다.
뉴욕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갈 수록 물이 깨끗했고, 남부를 지나 서부에 오니 물이 점점 안 좋아
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레곤 전에 머물렀던 샌프란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오레곤에 오니 갑자기 물의
수질이 좋아졌다. 수치상으로는 식수로도 가능할 정도 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식수는 사다 먹지만, 나머지 물은 모두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확실히 피부에서의 느낌도 달랐다. 깨끗한 물이 주는 안정감은 예상보다 행복했다
샤워 후 혹은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기분까지 상쾌해 진다. 매번 물을 사다 나르는 수고가 없어지고
그 만큼 쓰레기도 줄어들었다.
나무가 하늘을 막아 서늘하고 4월말 이지만 날씨가 60도를 넘지않아 다시 얇은 패딩을 꺼내 입었다
새벽과 이른 아침까지 비가 오다가 오전 10시 정도 부터 해가 나는 날씨가 여러날 반복 되었다.
5월 중순이 되니 해가 참으로 길다.
새벽일찍 일을 시작하는 남편 덕분에 평일은 늦어도 8:00분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데
그 시간 밖은 마치 오후 5시 정도로 환하다. 이 시간이 점점 늘어나더니 심지어 9시가 넘은 시간에도 하늘은
밝다. 말로만 듣던 '백야' 를 보는 것 같다.
덕분에 오레곤 해안의 멋진 석양을 보러 가는 것이 요원하다.
말로만 듣던 '게 잡이' 에 나섰다.
이 곳에 오기 전 마치 무용담 처럼 들었던 거대한 게(던져니스 크랩) 잡이를 하기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한다.
먼저 라이센스를 사야 했다. 일주일 사용가능 한 것 부터, 1년 사용가능 한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각각 다르다. 우리는 어차피 오래 머물 예정 이기에, 2025년 한 해 동안 사용 가능한 것으로
구입했다.
매년 1월 1일 갱신되며 오레곤 주민은 10불, 타주민은 28불 이다.
마트에 가니 게 잡이 미끼용 닭다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게 트랩도 다양한 종류와 가격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부속물인 기다란 노끈과 부표까지 구입해야 한다.
우리끼리 우스게 소리로 '게 팔이 주' 라고 깔깔 거리며 기대감을 가지고 쌀쌀한 날씨에 출정식을 했다.
게 잡이를 하려면 물 때를 잘 보고 트랩을 던져야 한다.
밀물과 썰물을 잘 알고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던지지 않으면 자칫 거센 물살에 게 트랩만
잊어 버릴 수 있다.
제일 먼저 그 시간을 알수 있는 앱을 깔고, 가능한 시간 마다 나가서 수시로 트랩을 던졌다.
공치는 날도 있고, 많이 잡았지만 모두 여성분 이어서 놓아 줘야 할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운 좋게 큰 게도 잡고... 어느 날은 불가사리 님만 몇 번 잡아보고...
50이 넘는 나이에 마치 어린애가 된 것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지내는 오레곤 해안 지역은 조금은 낙후된 지역이다.
관광객을 위한 Inn 이나 호텔 외에는 높은 건물도 없고 곳곳에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은 곳도 많다.
하루 종일 앉아서 게를 잡는 사람도 있고, 변변한 장비 없이 방파제 에서 낚싯대를 던지는데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낯선 우리들에게 게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잘 잡히는 자리도 안내해 준다.
캘리포니아가 앞만 보고 바쁘게 출근하는 도심 한 복판 이라면
이 곳은 뭔가 슬로우 하면서 주변을 보게되는 목가적인 분위기 이다.
심지어 도로 스피드도 왠만하면 50을 넘지 않는다.
오레곤은 세일즈텍스가 없는 몇 안되는 주 중의 하나이다.
뉴욕도 세일즈텍스가 그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작년 4월부터 생활했던
캘리포니아는 텍스가 유독 높은 곳이다. 일반적인 텍스외에 타운텍스, 시티텍스 등
각종 명목으로 텍스가 따라 다녔다.
이런 이유로 RV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오레곤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캠핑장으로 배달 시키면 세일즈 텍스가 없지만,
캠핑장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캠핑장내 배송은 의약품 이나 RV 파트 등으로
제한 하고 있다.
우리는 부득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나섰다. 캠핑장 주변은 대부분 어촌 마을이라
포틀랜드 근처까지 가야 했지만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구경삼아 가 보았다.
쇼핑몰 입구에는 '텍스프리' 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보이지만
실상은 물건값은 조금 비싼 것 같았다. 물론 요즘 관세다 뭐다 해서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전체적으로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거친 자연 환경과 다소 불편한 생활도 있지만 그 자연이 주는 재미를 즐기며
오레곤 에서의 첫 한달을 보내고 있다.
영상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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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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