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막내 7살 생애 처음있는 학교 소풍날이다. 

며칠 전부터 아이는 'so excited!' 를 외치며 설레했다. 

어젯밤에는 'so excited'를 내 귓전에 속삭이며 뒤척이다 조금 늦게 곯아떨어졌다. 

그래, 엄마도 알지 그 마음! 소풍은 그냥 생각만해도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지. 

우리 강아지는 얼마나 기쁠까!

소풍 하루 전 간식을 사러 마트에 갔다. 

특별한 날이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을 많이 사야지.

쥬스도 사고, 스쿨 버스에서 선생님 몰래 호주머니에서 꺼내 먹을 카라멜도 사고,

msg가 잔뜩 들은 고래밥 과자도 사고, 껍질을 쉽게 까서 먹고 버릴 수 있는 귤도 샀다.

아이는 새벽에도 한번 깨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또 'so excited!'를 연발한다. 

오늘 학교에 늦어서 스쿨버스를 놓칠까봐 노심초사 계속 시간을 확인한다. 

절대 안늦을거라고 몇 번을 얘기해줘도 출발 30분 전부터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아이고 못말려 정말. 귀여워죽겠네!

나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샌드위치를 싸고, 어제 잔뜩 준비한 간식들을 하나하나 bag 에 넣었다. 

쥬스를 넣으면서 샌드위치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꿀 맛일까 생각하고, 

호주머니 두툼하게 넣어준 카라멜을 찰리랑 까먹으며 얼마나 키득거릴까 생각하며 나도 웃고,

평소에 잘 못먹게 했던 고래밥 과자를 통째로 넣어줬는데

그걸 못뜯으면 어쩌지 하다가도 같이 따라가는 엄마들이 뜯어주겠지 생각하고, 

귤은 안먹을 것 같은데...그래도 넣자 하며 친구랑 나눠먹으라고 두 개를 넣고.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좋았다. 

아이를 위해 무얼 살까 계획하는 것도 좋았다. 엄마의 마음은 이런 것이지.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 속의 추억들,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날의 기억들도

하나님이 이렇게 준비하셨던걸까? 

'오늘은 우리 딸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햇살을 준비해야지.

조금 있으면 너무 더워지니까 소나기도 준비해야겠다.

짜증은 내겠지만 비 맞으면서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하게 내리쏟는 비의 고마움도 느낄꺼야.

오늘은 땡땡이가 이런 말을 할텐데 너무 속상하지 않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를 넣어야겠다. 

우리 딸이 좋아할까?

오늘은 우리 딸이 많이 울 거야. 토닥토닥이며 계속 바라볼 나의 시선을 느껴주려나?'

내가 준비한 소풍 도시락을 아이가 먹고 엄청 좋아했으면 좋겠고, 

처음 다녀온 소풍이 너무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마음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똑같을 것 같다.

하나님이 날 위해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주셨는지 느끼고,

그것을 온전히 누리고 환호하고 즐거워하면 하나님은 세상 기뻐하실 것 같다. 

오늘도 나를 위해 해를 띄우고 적당한 바람과 아름다운 봄꽃들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아침을 주셨구나.

아이들이 무사히 모두 학교에 갈 수 있게 하셨고

피곤한 아침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기쁨을 주셨구나.

내가 즐겁고 행복한 것을 최대한 누리고 하나님을 고마워하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에겐 가장 큰 기쁨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고백하는 이 시간도 주셨구나. 

하나님은 내가 느낄 슬픔과 외로움의 시간도 철저히 준비하실 것 같다.

나의 삶을 도시락 반찬 하나하나 생각하며 채워넣듯이,

오늘 동생 때문에 느낄 혼란과 슬픔도 철저히 준비를 통해 나에게 주실 것이고,

삶이 버겁고 힘든 우리 엄마의 한마디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파는 순간도 

철저히 계획하실 것이다.

그럴 때는 하나님에게 툴툴거리며 아버지 안에서 슬퍼하고

아버지 안에서 분노하길 또한 간절히 바라시겠지.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솔직하게 표현하며 하나님과 함께 하는 내 모습을

한없이 기뻐하실 것 같다. 

<<< 덧붙이는 말>>

컬럼의 첫 시작을 어떻게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지금은 9살이 된 막내딸의 에피소드로 열어보았습니다. 

일상 가운데에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사랑받는 존재인지 막내를 통해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사진출처: inu___nekoneko,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