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삶의 단계로 비유해 보자면
봄은 노년이다.
여름의 노고와
가을의 결실과 그 부질없음
겨울의 모짐과 헛헛함을 뚫고
이제 막 한숨 돌리며 살풋 잠들수 있는 그런 계절이기 때문이다.
반전은
삶의 단계라는 게
한 계절안에 오로지 그 계절만 담고 있지 않다는 거다.
봄 안에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여름 안에도 가을, 겨울, 봄이 있고,
가을 안과 겨울 안에도 모든 계절이 있다.
저마다 추억이 다르게 적히듯
기억하고 소장하는 포인트가 다른데,
유독 시리고 서럽고 힘든 계절만
극복하지 못한 상처처럼 껴안고 되뇌이는 건
노년이 다가올 수록 장착하기 쉬운 습관이다.
면역력같던 체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립고 아쉬웁고 가슴 조이던 지난 날 청춘의 일들이
어디 마음같이 그렇게 꽃 피고 열매 맺어 지던가 말이다.
늙어 아프고 외롭고 두렵고 불행한 건
계절의 순환만큼의 정확한 순리다.
그런데 묻고 싶다.
어디 늙음만 그러냐고.
어느 계절을 통과하든
안 아프고, 안 외롭고, 안 두렵고, 안 불행한 적이 있었냐고.
나이들어 가며, 떨어지는 건 체력 하나로 족하다.
희미해진 글자대신,
계절과 계절 사이에도 계절이 있는 게 보이고,
웅얼거리는 수다대신,
폄하했던 젊음의 노래가 들어 오고,
웃음 뒤에도 그늘이 느껴지며,
슬픔 뒤에도 용기가 전달되는..
보려하면 많이 보이고,
들으려 하면 많이 들리는 그런 것들을
우리는 많이 눙치며 지나친다.
나는 이제 내가 이룩한 무게만큼의 무게로 떨어지련다.
어찌 죽어도 요절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을 개중년이 아닌가.
웃고, 웃기며,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추며 늙어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늙는 건 품이 많이 드니까.
품이 많이 들면, 애쓰며 노력하게 되니까.
애쓰며 노력하면, 많은 게 보이고 느껴질테니까.
#비장햐
#생일날쓴글이라그럼
#날마다비장하면어쩔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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