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결혼을 하고,

늦게 아이를 낳아서,  

막내와 나는 사십 년이 넘는 나이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랑은 뜨겁다고 볼 수 있다(아닌가?)

그런 막내가 중2가 되었고,

그가 딸이길 간절히 바란 내 소망덕에

딸들이 하는 걸 다 하는 아들이 되어 

향수도 뿌리고, 헤어도 요래 저래 만졌다가,

내 눈엔 별 차이 없는 디테일을, 

자기에겐 엄청 차이가 난다며 호들갑을 친다.  

요사이 두 눈썹 사이로 허세의 골짜기를 파고

결코 피할 수 없는 중2병을 흘려보내느라 바쁘신데

그래도 가끔은 나랑 말을 섞어줘서 고마울 뿐이다.

오랜만에 나간 산책길에 내게 묻기를..

어머님

학교와 사회 시스템이 제 창의성과 열정을 죽이고 있습니다.

소자 그것들이 날마다 죽어가는 소리를 듣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내가 대답하여 가로되,

네 어디서 약을 파느냐.

고작 학교와 사회 시스템에 죽을 창의성과 열정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찐이라면 그걸 뚫고 나오는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다 지옥불맛 토치에 그슬린 것이니

자세히 보면 그 향기 뒤에

숱한 화상과 피땀눈물이 얼룩져 있도다.

막내는 엄마의 반격에 할 말을 잃고

중언부언 사회보장을 들먹였다가, 교사월급을 건드렸다가,

못다 한 일을 기어이 기억해 내곤 자기 방으로 가버렸고,

나는 남아서 걸었다.

이제 막 물드는 석양이 고와서

이 모습 보라고 막내를 다시 부를까 망설였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라는 생각에 홀로 걸었다.

창의력, 열정, 도덕성, 민주주의 등등

높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것들은 

어찌 이리 손이 많이 가고 

품이란 품은 또 여러 사람 많이 들고

부르다 지치고, 돌아서다 망설여 다시 오게 하는지.

한 파고 넘어 기뻐 웃으면,

다음 파도가 뒤통수를 때리며, 

웃느라 열린 입 속으로 짠물을 들이켜게 하는지.

찐이라면 

그걸 뚫고 피어나겠지.

찐이라면

기어이 그 핀 모습을 보겠지.

찐이라면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핵불맛 토치향을 맡겠지.

#다들힘내자고

#엄마도다해봤는데

#아직도하고있다는

#아름답고무용한걸

#사랑하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