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생집에서 격리하면서 변기 두 개를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변기 가장자리에 석회질이 두껍게 쌓인 것을 본 것입니다. 동생이 물 아낀다고 소변을 여러번 모아 내려서 그 지경까지 되었답니다. 청소의 달인인 내가 그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온갖 도구를 동원해서 말끔하게 닦아냈지요.

별별 세제랑 약품을 써도 없어지지가 않아서 변기자체를 교체할 생각까지 했다는 올케가 엄청 좋아하더군요. 그녀가 동생한테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발 물 좀 제때제때 내려요. 그깟 물 값, 아끼면 얼마나 아끼겠다고. 동생이 변명했습니다. 물 값이 아까워서라기보다 물이 아까와서.

녹색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도(낙선)했던 사람답게 누구보다도 지구환경 지키기에 앞장서는 동생. 휘발유 한 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자가용이 뭐냐며 20리길 직장을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또한 섭씨 40도까지 치솟는 한증막 여름을 에어컨도 없이 견뎌냅니다. 에어컨에 쓰이는 프리온 개스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면서. 웬만한 물건들은 재활용품점을 이용합니다. 옷을 한 벌 사면 구멍이 날 때까지 천년만년 입습니다. 그러나 동생 혼자 그리 애쓰면 뭐합니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다른데 있었는데.

3주동안 한국에서 머물면서 느낀 건 위기감이었습니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큰일 나겠구나하는 위기감. 매일 산더미처럼 양산되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어요. 직장일에 바쁜 올케는 생필품 모두를 온라인으로 주문합니다. 크고 작은 택배 박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도착합니다. 택배박스 안은 버블랩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게 만든 스티로폼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해서 모두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들입니다.

미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해산물들도 택배로 배달됩니다. 살아있는 멍게, 해삼, 낙지 등도. 동생네가 주문하는 것도 있지만 산지에서 어획한 귀한 거라면서 친지들이 보내 줍니다. 생물이니만큼 스티로폼으로 제작된 아이스박스와 아이스팩, 아니면 보냉백은 필수입니다. 그것들이 동생네 뜰 한 쪽에 엄청 높게 쌓여 있습니다. 곧 뜰이 다 점령당하게 생겼어요. 산화되는데 수백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때문에 차마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가 없어서 그냥 쌓아놓는 거랍니다. 그렇지만 계속 집 뜰에 쌓아놓을 수는 없는 일, 언젠가는 버리게 되겠지요. 그럼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갈까요.

문제가 또 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배달용기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외식 대신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지난 해 10월, 한달 동안 온라인 주문 배달음식 거래액이 1조67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늘었으며 따라서 배달음식으로 매일 830만개 분량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로 발생된다고 합니다. 심각한 건 배달음식용 플라스틱 용기는 대부분 재활용 표시가 된 재활용 가능 자원이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40%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작년에만도 매일 하루 848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왜 한국의 예를 드냐면요. 미국도 음식배달이 있긴하지만 한국처럼 활발하지가 않잖아요. 또한 한국음식은 유난히 플라스틱그릇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요.

친구 호찬이 아들이 치킨집을 개업했답니다. 격리 끝나고 동생네 가족과 함께 가서 팔아주려고 작정했었는데 호찬이가 먼저 치킨을 한 마리 보내주었네요. 비닐봉지를 열어보는 순간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치킨 한 마리 배달에 크고 작은 플라스틱 그릇이 여섯 개나 되는 겁니다. 양념무와 피클 담은 그릇에, 각종 소스 담은 그릇에. 그건 약과입니다. 족발을 한 번 시킨 적 있는데 된장, 새우젓, 고추양념, 마늘, 콩나물국 등이 담긴 플라스틱 그릇이 자그마치 열 몇개가 딸려왔습니다. 그 그릇들이 모두다 쓰레기로 버려져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정말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과잉포장이 문제입니다. 코스코를 다녀올 때마다 한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안팎이 칠갑 된 상품들. 스낵용 김을 보세요. 다 먹고나면 명함만한 김 열 장이 들었던 플라스틱 그릇이 수십개가 나옵니다. 계란 한 판에도, 사과 몇 개에도, 꽃 한 단에도 딸려오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플라스틱.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 200만톤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5년에는 3억2200만톤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몸무게를 모두 합한 3억1600만톤과 맞먹는 수준이래요. 플라스틱 제품 소비량도 페트병은 1분에 100만개, 일회용 비닐봉지 1년에 5조개로 어마어마합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육지와 바다에 그대로 쌓이고 있답니다. 1950년에서 2015년 사이 신규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톤 중 현재도 사용 중인 건 25톤 정도, 나머지 7억톤은 소각됐고, 46억톤은 그대로 버려졌답니다. 재활용된 것은 고작 5억톤인데 이마저도 4억톤은 재활용 후 소각되거나 최종 폐기됐습니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70m 높이로 쌓으면, 그 면적은 맨하탄섬을 통째로 뒤덮고도 남을 정도이며 지금도 매년 10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계속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우리가 쓰게 된 마스크도 환경오염의 주범입니다. 최근에 사람들이 쓰고 버린 마스크 15억개가 바다로 버려졌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썩는데 450년이 걸린다는 그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스크가 해양오염을 얼마나 심화시킬까요. 오염된 바다때문에 바다생물들은 또 얼마나 크게 고통을 받을까요. 우리는 지금 이 지구에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물리학자인 브랜드 박사가 주인공에게 말합니다. “자네 딸이 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거야...”
그렇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말이 어쩌면 빠른시일 내에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산불, 태풍, 가뭄, 폭우, 폭염, 한파, 각종 바이러스 창궐, 먼지, 메뚜기떼 습격 등 해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자연재해들로 인류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얼마전 유래 없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었더랬지요.

이곳 캘리포니아주의 강수량도 현저하게 적어졌습니다. 1월도 어느덧 중순, 우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비다운 비가 한 번도 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식수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입니다. 모골이 송연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인류를 공격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큽니다.이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합니다. 플라스틱쓰레기 또한 지구의 황폐화를 가속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고요.

요즘 나는 샤워하는데 큰 죄책감을 느낍니다. 물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화될 텐데 이렇게 마음놓고 샤워를 해도 되는가 하는. 그래서 가능하면 빠른시간에 마치려고 노력합니다. 샴푸나 린스도 적게 씁니다. 하수구로 흘려보낸 이 화학물질들을 희석하기 위해 수십배, 수백배의 맑은 물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아니까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동생처럼 변기물을 모았다가 내립니다.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일회용 접시나 젓가락을 쓰지 않습니다. 비닐 지퍼백도 가능한 멀리 하지만 어쩔 수없이 쓰게 될 경우에는 몇 번이고 씻어 재생해 씁니다.

또한 나는 빨래를 밖에다 말립니다. 햇빛이 너무 아까와서 밖에다 말리기 시작했는데 알고 봤더니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자제품이 건조기라네요. 그래서 겨울에는 빨래를 집 안에다 넙니다. 하루종일 돌아가는 히터로 건조한 실내라서 하룻밤이면 바짝 말라요.

우리는 인간들로 인해 신음하는 이 지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차원에서는 물론, 개개인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부터 솔선수범합시다. 더 늦기 전에. 더 큰일이 나기 전에.




-사진은 천혜의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섬 인근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