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열 넷을 둔 부부가 최근 딸을 출산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숫자의 아이들을 낳았을까요. 종교적인 신념인지 대가족을 선호해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의 많은 아이들을 낳는 사람들이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한심하고 미련하고 생각없어 보입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습니다. ‘딩크’를 하든, 한 개 소대의 아이를 낳든, 개인적인 권리이며 자유 영역이니 누구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욕 먹을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작정 아이를 낳아대는 사람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요. 한 인간이 태어나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 이 지구환경에 끼치는 해악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부터입니다.

남편이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웠습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집을 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은 지 60년 이상 된 집이라 팔더라도, 세를 주더라도 일단 손을 좀 보아야 했어요. 알다시피 미국이란 나라는 뭐든지 금방금방 다 되는 일은 없습니다. 상주하면서 기술자와 함께 하나하나 고쳐나가야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남편의 부재로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참 많은 물자를 필요로 하며 참 많은 쓰레기를 생산해 낸다는 것입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남편에 의해 꽉꽉 차던 집안 쓰레기통이 일 주일이 지나도 그냥 있었거든요. 비울 필요가 없습니다. 식료품쇼핑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남편 있을 땐 자주 장을 봤었어요. 일 주일에 한 번 갈아야 했던 5갤런짜리 물 한 통이 한 달이 갑니다. 화장지도 거의 그대로고요, 비누도 샴푸도 그대로입니다. 혼자 쓰니까 닳지를 않아요. 사흘이 멀다하고 수북수북 쌓이는 빨래때문에 매 토요일마다 돌려야했던 세탁기. 남편 없는 한 달 동안은 딱 두 번 돌렸습니다. 물세도 전기세도 남편이 있을 때랑 확연하게 차이가 났어요. 3분의 1로 줄어들었거든요. 두 자리 숫자가 찍힌 고지세를 받아들고 느낀 게 참 많았습니다. 사람 하나 없다고 이렇게 다방면으로 물자가 절약 되는구나...

백살 가까운 치매 시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한 지인이 말했습니다. 똥오줌을 못 가리는 시어머니가 버려내는 기저귀가 일 주일에도 수십장이 된다고요. 매월 초면 정부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기저귀가 박스로 산더미같이 들어오는데 그 많은 기저귀가 중순이면 다 없어진답니다. 비닐로 덧대어 썩는 데만 몇 백년이 걸린다는 기저귀를 버리면서 이 지구에 정말로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하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나도 같은 죄책감을 느꼈더랬습니다. 지난 12월, 블루에 이어 한국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더 입양했습니다. '룰루'라 이름 붙인 이 강아지는 실내배변만 하도록 길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밖에 데리고 나가도 똥오줌을 안 누고 참았다가 집에 돌아오면 패드로 돌진합니다. 룰루가 버려내는 패드가 하루에 한 장 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오염되는 토양을 생각하면 그냥 묵과할 수 없더군요. 종이 1톤을 만드려면 물, 석유,표백제 등 각종 자재 98톤이 필요하다는데 패드 한 톤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할까요. 배변교육을 다시 시켰습니다. 거의 한 달의 시행착오를 거쳐 더 이상 패드를 안 써도 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구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인간들 때문에. 우리 인간들이 먹고 싸고 소비하고 사용하고 버린 찌꺼기가 지구를 망가트리고 황폐화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지구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야기되는 문제입니다. 지구 수용능력의 한계에 다달은 것 같은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그런데도 인구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요. 2019년 5월, 호주 국립 기후 복원 센터는 ‘실존적인 기후 관련 안보 위기’라는 보고서에서 지금으로부터 30년 후인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이 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78억 인구때문에 벌써 자원이 고갈되고 기후가 변하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양과 토양이 오염되어서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데 100억이라니요! 


세계기상기구(WMO)는 8일 5년마다 발간하는 ‘지구기후보고서’에서 “2011~2015년에는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연평균 2.2ppm이었던 데 비해 2015~2019년에는 2.5ppm으로 빨라졌다”며 “이산화탄소가 연평균2.5ppm씩 증가한다는 것은 세계 인구 1인당 매주 50㎏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습니다다. 인구증가에 따른 온실가스가 늘면서 지구 평균기온도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앞선 5년보다 최근 5년에 0.2도가 더 높아져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예에, 한국은 지금 인구감소가 큰 문제라고 하지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이 조금도 향상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인구 수를 늘려야 할까요. 앞으로 과학이 발달되면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기계가 속속 만들어질 텐데. 지금도 웬만한 데는 기계가 다 투입되어 있습니다. 몇몇 특정분야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노동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정 노동력이 더 필요하면 단일민족을 고집하지말고 이민을 받으면 되고요.

사람이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길에 쓰러져도, 괴한에 의해 피를 흘리면서 도움을 요청해도 거들떠도 안 보고 모두 태연하게 제 갈길을 가는 중국 동영상을 가끔 봅니다.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그러니까 발에 채이는 돌멩이보다 더 많으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게 실종되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눈 앞에서  몇 쯤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거지요. 별로 큰 일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드글드글한 파리 떼 중 한 두마리 죽여도 아무렇지도 않는 것 처럼. 

코로나 19로 인간들이 이동을 제한하고 활동을 멈추자 미세먼지로 악명 높았던 인도의 펀자브주에서 160키로나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였다고 합니다. 현재의 인구 수에서 반만 줄어도 지구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아지, 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를 하는 등 각 국가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억제 정책도 세계적인 차원에서 하루빨리 시행되어야할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인류는 파멸입니다.

- 사진은 기저귀를 차고 실외 배변 연습 중인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