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란 영화를 보고난 후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미나리 속의 윤여정 씨의 연기는 그렇게 각광을 받을 만큼이 아닌, 배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연기라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작품에는 그녀의 연기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알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죽여주는 여자'란 영화가 있었어요. 미디어에서도 다루었던 노인들의 성매매에 관한 영화더군요. 그 영화에 관련된 정보를 이리저리 서치하는데 ‘여관바리'라는 단어가 많이 보입니다. 도대체 여관바리가 뭘까, 구글에 들어가서 여관바리란 단어를 쳐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알았습니다. 나이많은 창녀를 가리키는 말인 것을요. 죽여주는 영화 속에서 윤여정 씨가 연기했던 5,6,7십대의 창녀들, 속칭 바카스할머니들이 몸소 남자를 물색해서 매춘하는 거라면 여관바리는 여관주인들과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고 몸을 파는 여자들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손님의 요청에 따라 여관주인은 여자를 조달해주고 여자는 손님으로 부터 받은 화대를 여관주인과 나누는, 그 셋의 암암리의 협상에 의해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여관이므로 여관바리라고 불리우는 것입니다.

지금은 기억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여관이라는 곳이 아직도 서울의 후미진 골목에는 존재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지방에서 올라온 고단한 여행객들의 하룻밤 숙박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성매매의 장소로서 이용된다는 사실이 또 놀라웠습니다.

젊고 예쁜 여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성매매가 중년, 노년의 여자들에게도 성행하는 한국의 현실. 그 개탄스러운 현실에 혀를 차면서 무심코 '이미지'를 눌렀던 나는 엄마야, 소리 지르며 들고있던 커피잔을 떨어트릴 뻔했습니다. 

온통 살색 뿐이었습니다, 살색! 벗은 남녀의 몸사진뿐이었으니까요! 그것도 성교사진. 적나라하게 성기와 성기가 합쳐지는 장면, 오럴 장면, 그리고 온갖 체위 장면. 또한 여자들의 반나체, 아니면 온나체사진! 그 사진들은 여관바리라는 여자를 불러 성교하는 남자가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몰래 찍은 것 같았어요. 여자들은 하나같이 중, 노년 층이었는데요, 카메라가 자기를 향해 있는 걸 전혀 모르는 것같아 보였습니다. 알면서는 남자와 합쳐지고 포개져서 성교에 열중하고 있는, 그런 과감한 모습을 보일 리가 없지요. 알면서는 그렇게 함부로 알몸을 내보일 리가 없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안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남의 성교장면일 겁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찍힌 여성의 몸 사진. 여자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예술가의 말도 있으나 그건 여자가 작정하고 포즈를 취한 모습일 때의 이야기고 무방비 상태로 아무렇게나 찍힌 여자의 몸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못해 슬펐습니다. 쭈글쭈글 주름이 잔뜩 잡히고 처지고 늘어진 관리 안 된 여자의 몸은요.

누가 볼새라(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나는 얼른 인터넷 창을 닫았습니다. 사진 속의, 영상 속의 당사자들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모멸적이고 절망스러울까요. 망할놈들. 성욕을 풀려고 여자를 샀으면 욕구나 풀 일이지. 가장 은밀하고 존중받아야할 남녀간의 성교장면을(매매였던 어쨌던)그런 식으로 까발려서 얻는 게 뭘까요.

일부 어린 여자들은 호기심으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등등의 어이없는 이유로 매춘에 뛰어든다고 합니다만 중년을 넘어 노년의 몸으로 몸을 팔 때는 생계때문이겠지요. 그런 피치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만 하는 여자들이 변태적인 놈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눈요기감이 되는 세태가 통탄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경찰은 왜 방치하고 있을까요. 단속을 못 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하루빨리 경찰의 손길이 저런 나쁜놈들에게 닿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애써 그 장면을 머리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그랬는데 이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내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는지 ‘몸캠' 범죄집단으로부터 협박편지가 온 것입니다. 최근 신종범죄로 성행하고 있다는 몸캠. 편지 내용은 이랬습니다.
-네가 언제 어느 날 '모모 사이트’에 들어간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네가 그 사이트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자위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 언제 어느 시까지 아래 주소로 5백만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우리는 네가 자위하는 영상을 네 가족, 네 친구, 네 거래처 등 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로 뿌려질 것이다....-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탄식했습니다. 이런 이메일을 받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수치심과 공포에 떨었을까요. 남의 성교장면에 생긴 욕구를 참지 못해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했던 사람들은 말이지요. 몸캠에 걸려 협박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도 뉴스에서 본 적 있습니다. ‘아무 짓’ 도 하지 않았던 나는 그런 이메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요.


지나치다 싶었던 남편의 단속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요. 컴퓨터와 랩탑을 새로 구입하면 남편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위 중앙의 카메라를 우표 한 장을 붙여 막는 것입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놈이 컴퓨터를 해킹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한 집안의 블라인드라는 블라인드는 다  내려놓습니다. 내가 답답해서 좀 열어놓으면 어느새 다시 닫아버립니다. '피핑 탐(peeping tom)’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일은 애초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유난을 대수롭지않게 넘겼는데 이번 일을 당하고나서 깨달았습니다. 남편의 유난이 참 적절한 것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얼른 나도 컴퓨터와 랩탑 카메라를 까만 테이프로 가렸습니다.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인간들, 남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그 악질적인 인간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전 처음 당해 본 ‘희한한 경험’ 뒤에 든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