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2-3년 전부터 작가님 글 읽어요. 답글은 안 달고 그냥 재미있어서 한달에 두번 읽고있는데 오늘은 포스팅하신 글을 처음부터 읽어 보고싶어서 제일 처음 글로 갔는데 글 마지막에 글 더 읽으려면 링크 클릭하라고해서 했거든요. 클릭했더니 이상한 그래픽한 영상만 뜨지 아무 글도 없어요. 혹시 모르셨을것같아 알려드려요-.

아뿔싸. 그 링크를 지웠어야 했는데. 내 웹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해 ‘이계숙의 글을 더 읽으려면 KYESOOK.COM으로 오세요하고 칼럼 글 말미마다 달았던 링크. 그 사이트는 5, 6전 닫았습니다. 닫으면서 더 이상 그 링크를 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만 예전 글에는 아직도 달려 있었네요. 언제 시간 날 때 들어가서 다 지워야겠습니다.

독자여러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칼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은 ‘Missy Writer는 미씨 여러분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공간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라는 공지와 함께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만 십년전만 해도 그런 공지가 없었답니다. 그런데도 나는 운 좋게 칼럼을 열 수 있었어요. 정말 운 좋게도.

이야기는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나는 중앙일보에 일 주일에 한 번, ‘이계숙의 살며 느끼며’란 칼럼을 쓰고 있었습니다. 자랑같지만 이 칼럼이 인기가 굉장했습니다. 중앙일보를 거쳐 내 연락처를 묻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어요. 글 잘 읽은 값으로 밥을 사주겠다는. 팬레터도 엄청 받았습니다.

어느날 남편이 제의해 왔습니다. 한 번 읽히우고 사장되기엔 너무 아까운 중앙일보칼럼을 영구적으로 독자들에게 읽히게 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어주겠다고. 컴퓨터전문가인 남편한테는 사이트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겠지요. 몇 시간 뚝딱거리더니 탄생시켜 주더라고요. 계숙 닷컴이라고 이름붙인.

나는 그동안 썼던 글들을 업로드했습니다. 중앙일보칼럼은 물론 매년 중앙일보에 새해특집으로 썼던 꽁트들과 여성중앙, 주부생활에 썼던 르포, 중앙일보 한국일보 문예공모에 당선되었던 단편소설. 며칠 밤을 새면서 수백 편의 글을 다 업로드했는데요. 생각보다 사이트 애용자가 적어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내 사이트를 소문내나, 궁리하고 있던 차, 우연히 이 미시유에스에이란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얼른 가입을 했지요. 목적은 단 하나. 내 사이트를 알리려는.

가입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속풀이방에다 중앙일보에 썼던 칼럼을 하나 올렸습니다. 내용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로 기억합니다. 물론 글 끝에다가 내 웹사이트 주소 링크를 달았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 주부가 쓴 글을 더 읽으려면 링크를 누르라는 메세지와 함께요. 미시유에스에이에 올린 나의 첫 글이었습니다. 설렘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컴퓨터를 떠나지 않고 앉아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십분도 되지 않아 조회 수가 백을 넘더니 댓글이 마침내 한 개 붙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열어봤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사이트로 가 볼께요’란 대답을 기대하면서.

그런데요. 댓글 내용이 어땠는지 아세요? ‘그래서 어쩌라고요’였습니다. 딱 한 줄. 그래서 어쩌라고요. 십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 경악과 충격으로 남아있는 첫 댓글. 그래서 어쩌라고요.

얼마나 무섭던지요. 얼마나 상처가 되던지요. 미시유에스에이란 곳이 메마르고 험악하고 강팍한 곳인 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뭐 크게 상관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성격을 띄고 있는 사이트인지 전혀 몰랐던 때였습니다. 또한 결혼한 주부들만 모여있는 곳이라 기대를 했던 게 사실입니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다정한 반응을 보여줄 거라는. 아니더군요.

누가 또 험한 댓글을 달까봐 얼른 글을 내렸습니다. 말 나온 김에 얘기하는데 여기는요, 미시유에스에이 이용자는요, 반성과 각성을 좀 해야합니다. 게시물이 맘에 안 들면 그냥 넘어갈 일이지 꼭 그런 시니컬한 투의 댓글로 글 쓴이의 기분을 망쳐야 하는지. 갈수록 예의없고 사나운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자기랑 반대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게시물에 달리는 비아냥과 조롱과 핀잔과 멸시는 도를 한참 넘은 것 같습니다. 그 중 내 눈쌀을 제일 찌푸리게 하는 댓글이 있는데요. 바로 ‘무슨 개소리냐’는 댓글입니다. 개소리라니. 본인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수치로 반박하면 됩니다. 그럴 만한 필력이 없으니 저런 저급한 단어로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는 수법을 쓰는 겁니다. 주부들 맞는지 궁금합니다. 자식 키우는 엄마들 맞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이나 형제, 친구들한테도 개소리라는 단어를 쓰는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나의 첫 게시물은 그렇게 무참히 내려졌습니다. 내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지언정 두번 다시는 미시유에스에이에 글을 안 올리리라 다짐했지요. 그런데요. 재밌는 일이 생겼습니다. 미시유에스에이 운영자로부터 쪽지가 온 겁니다. ‘칼럼을 한 번 써 볼 생각은 없느냐?’는 쪽지. 그러니까 한 십분 정도 올려져 있었던 내 글을 운영자가 읽은 것입니다. 내 글 솜씨를 운영자가 알아본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가슴 벅차게 기뻤던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블루를 공항에서 인계받았을 때. 시민권을 땄을 때. 드림 카를 샀을 때 등등. 미시유에스에이 담당자로부터 칼럼을 열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도 몇 손가락안에 꼽힐 정도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천정까지 닿을 정도로 펄쩍 뛰어 올랐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칼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엄두도 못냈었던 장편소설을 미시유에스에이를 통해 네 편이나 써보았고 중앙일보에서는 받지 못했던 원고료도 받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여러 독자들을 직접 만났고 몇몇 독자는 아직도 좋은 인연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400회를 끝으로, 그러니까 이번 글을 포함 아홉번을 끝으로 이 칼럼을 닫으려고 합니다. 미시유에스에이 운영자에게도 400회로 그만 두겠다고 통보했어요. 운영자가 그럽디다. 한 달에 두 번이 힘들면 한 번도 괜찮으니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쓰라고요. 내 글이 각박하고 메마른 미국생활을 영위하는 주부들에게 시원한 샘물같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걸로 본다면서.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자료나 결과를 첨부해야하는 전문성을 요하는 글이 아니니까요. 그냥 일기 쓰듯 쉽게 있었던 일을 술술 써내리는 글이라서 말이지요. 그렇지만 정성은 들이지요. 한글을 접하기 힘든 미국에서 내가 쓴 글자 하나가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 그 의무감과 책임감에 의해 비속어나 외래어는 가급적 안 쓰려 하고 오자탈자 안 내려고 엄청 애씁니다.

그만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요.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까닭입니다. 마감에 더 이상 얽매이기 싫어요. 쓰는 건 쉽지만 한 달에 두 번, 날짜를 맞추는 게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중앙일보칼럼을 일 주일에 한 번씩 십년 넘게 썼을 때도 느껴지지 않던 부담감이.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늙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음, 또한 솔직히 고백하자면요. 회의감이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나름 정성들인 글이 호응이 적어서말입니다. 한 글당 조회수 3천은 되어야 글 쓴 보람이 있을 터인데 그 숫자를 넘기기 까지의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이 환경오염에 대한 건데요. 그 주제를 가지고 쓴 글의 조회 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1 년 전에 올린 글에 겨우 4천 남짓합니다. 반면 라이프방이나 연예방에 비슷한 글이 올라가면 하룻만에 조회 몇 천을 기록해요. 공감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미시유에스에이 회원이 직접 쓴 글이 아닌, 그냥 어디서 퍼 온 글에. 그걸 보면서 느꼈습니다. 재밌는 읽을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은 한 개인이 경험에 입각해 쓴 소소하고 평범한 글은 더 이상 먹히지가 않는구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인 만큼 신경이 쓰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주제, 같은 톤의 글, 독자들도 진력이 났을 겁니다. 이제는 떠날 때. 떠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