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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딕시의 남부생활

설마 농담이지? Young Gray (madamdixie) 2020-8-24  07:45:41


 

 

한 남부 토박이 친구가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사용했다면서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을 내가 자주 사용한다.  “You’ve got to be kidding!  (설마 농담이지?)”.  약간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요즈음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뉴스에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우스운 일은 어린 손자와 페이스타임을 하던 중 내가 이 말을 사용한 후로 이제는 손자도 잘 사용한다.  옛말에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더니 여든의 노인이 즐기던 말이 3살 아이의 입안에서 튀어나오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삶은 이처럼 돌고 도는 말 사이에 온갖 고락이 첩첩 산처럼 이어짐의 연속과 같다.  살면서 험한 산을 넘을 적마다 더러는 직접체험하고 더러는 간접체험으로 얻은 소중한 교훈들이 내 이마에 주름이 됐다.  가만히 생각하면 여러가지 일어났던 일마다 나에게서 앗아가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남기고 갔다.  더불어 내가 겪었던 많은 아픔과 행복에 따라와 쌓인 지혜가 다음 산 고개를 넘을 적에 내 손을 잡아줬다.  하지만 내가 가진 어떤 지식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 안타까울 적도 많다

 

그중 늘 내 기도에 있는 지병으로 고통을 받는 동생이 있다.  나의 8형제 중에서 가장 마음이 여리고 착한 막내 여동생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  남의 험을 덮어주고 헐뜯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며 밝게 살려고 노력하던 동생에게 병이 생겼을 적에 동생은 주위 가족들에게 걱정을 주지 않으려고 알리지 않았다.  이민생활 힘들고 자신의 가족이 마음에 아픔을 주어도 그녀는 가족을 돌보는 것을 우선했고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속으로 삭이면서 사는 동생이 신체적인 고통을 받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안스럽고 그녀가 짊어진 십자가가 무거워서 슬펐다

 

가끔 그녀와 서로의 근황을 나눌 적마다 내 머리속은 텅 빈다.  아무런 도움이나 조언을 주지 못함이 슬프다.  특히 팬데믹 사태로 병원 방문이나 의사를 보는 것이 전처럼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지병이 도져서 고통을 받는 동생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같으면 일사천리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만 느리고 절차가 많은 이곳의 의료시스템은 환자의 병을 키운다.  아픔을 견디는 동생의 마음이 조금씩 허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내 가슴 깊숙이 묵직한 아픔이 퍼진다

 

최근에 동생과 통화한 주제가 있다.  예전에 남편의 친구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다.  치매로 다른 나라에 사시던 시어머니를 뵙고 남편이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그 당시 치매가 많이 진전되어 시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을 알아보시지 못했다.  그런데 남편의 친구가 폐암을 앓는 자신의 어머니가 의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며 불평을 털어 놓았다.  나도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주경계 마을인 Florala에 사시던 그의 어머니를 여러번 찾아가 보아서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온통 담배 냄새가 진득하게 배여 있어서 우리는 주로 호수가 보이는 포치의 의자에 앉아서 그녀와 대화했다.   

 

치매와 말기 폐암.  끔찍한 두 상황을 저울의 추에 올리면 어느 쪽이 더 무겁게 바닥에 가라 앉을지 답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사람과 의식을 가진 사람.  죽음과 손을 잡고 숨을 쉬는 두 어머니들 중에 누가 행복하고 누가 불행한가?  이런 실없는 대화로 헛웃음을 나누며 두 남자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옆에 앉은 그의 아내와 나는 누구의 상황이 더 불행한지 서로가 가진 고뇌의 무게를 가늠하던 두 남자의 대화를 제대로 삭이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이 두 어머니들의 상황을 나와 다른 관점에서 보는 동생의 의견을 들으면서 나는 설마 농담이지?” 하고 동생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동생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줄 분명한 방안이 나에게 없었다.  


세상에 크고 작은 기적은 늘 일어난다.  기도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으면서 혼자서 고통을 버티는 동생의 마음에 평안과 기적의 축복을 간절히 빈다.  동생과 서로 얼굴 보며 환하게 웃게될 훗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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