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로스로 변한 일상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제멋대로다.  자고 싶으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무엇이든 마음이 끄는대로 움직인다.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도 쉽게 잊어버리고 그것이 생각나면 마치 숙제를 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우스운 것은 그 기분조차 쉽게 내 의식에서 떠나간다.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시  ‘귀’ 가 내 마음에 둥지를 틀었다.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 그리워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러질 못하니 답답하다.  넓은 세상이 내 좁은 공간에 비집고 들어서질 못한다.  자연히 하늘에 흩어진 구름의 변덕따라 내 기분도 매일 심하게 변덕을 부린다. 

더불어 며칠 전  Zen 달력에서   “I cried,  for happiness,  for sadness,  but most of all,  for emptiness.” 읽었다.  구글에서 그 말을 했다는 Daul Kim (김다울)의 스토리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20세에 세상을 등진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에 어쩌다 흑구름이 있었을까.  잠시 우울했다.    

그러나 몬태나주에 사는 지인이 보낸 손으로 쓴 편지가 한편의 시로 감동을 줬다.  그녀 덕분에 요즈음 아름다운 한국의 시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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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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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밤’ 

밤은

푸른 안개에 싸인 호수,

나는

잠의 쪽배를 타고 꿈을 낚는 어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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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을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물랐다. 

***

오늘은 일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 ‘약해지지 마’ 가 너무 좋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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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도 살아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