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두 거인이 하늘의 별이 됐다.  굴곡진 역사의 거친 파도를 멋지게 탄 나의 영웅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그들 사이에는 내가 있다.  두 사람,  Dr. Joseph Hsu 와 Lt Gen Charles ‘Chick’ Cleveland 는 같은 해 (1927)에 태어났고 다시 같은 해 (2021) 에 세상을 떠난 우연같은 인연을 가졌다.  

조셉은 중국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장난감 없이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영특하고 호기심이 대단했다.  그의 지적 능력이 인정을 받아서 그는 서독의 베를린 자유대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유학했다.  베를린 대학을 졸업하고 이어서 독일 남부 소도시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가 된 바람에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는 세상 이곳 저곳을 유람하며 생물학을 가르쳤다.  

그가 타이완에서 가르칠 적에 메리를 만나 결혼했고 메리가 임신하자 아이는 자유의 나라에서 태어나길 원해서 미국으로 왔다.  그는 여행을 좋아했고 모험심도 강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강의하는 동안 언어를 배워서 7개어를 유창하게 했고 생전에 5대륙의 107 국가를 여행했다.  대학 강단을 떠난 후에도 계속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출판했다.  

내가 메리와 조셉을 처음 만난 것은 오래전 이곳 중국인회에서 연 구정파티에서다.  중국계 지인의 초대로 참석했다가 옆 테이블에서 재밌게 티격태격하던 부부를 보고 인사했다.  중국 본토 출신인 조셉은 중국인이지만 타이완 출신인 메리는 자신은 절대로 중국인이 아니고 타이완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부부는 마치 일본계 한국계 하면서 티격태격 다투며 사는 우리 부부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들을 성당에서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한 후부터 친해졌다. 

신앙심이 강한 메리와 조셉은 늘 안온한 미소로 상대를 편안하게 했다.  독일에서 잠시 살았던 우리 부부는 조셉이 살았던 베를린과 뷔르츠부르크를 잘 알고 있어서 대화거리가 많았다.  방문한 많은 나라들 중에서 특히 독일을 사랑했던 조셉은 예전의 활기찬 청년으로 돌아가 독일을 그리워했다.  남편은 조셉과 마음이 맞아서 좋아했고 독일과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조셉과 죽이 맞았다.  몇 년 전부터 조셉이 치매를 앓는 바람에 그의 뛰어난 두뇌가 뒷걸음질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클리블랜드 장군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전투기 조종사로 사관생도 시절에 만난 프란과 결혼했다.  그는 한국전에 참여해서 미그기를 5대 격추시킨 용감한 하늘의 용사다.  그가 한국전 당시에 직접 조종했던 F-86 Sabre Jet “The Chris Craft” 은 그의 체취를 그대로 담고 현재 몽고메리에 있는 멕스웰 공군부대에 전시되어 있다.  

1984년 공군대학의 사령관으로 퇴직한 후로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여러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는데 그 중 Montgomery Area Food Bank 는 현재 앨라배마 35 카운티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식품지원을 대대적으로 벌리는 단체로 성장했다.  그는 One Montgomery 민권단체나 Alabama World Affairs Council 주도하며 앨라배미안들의 의식을 깨우치는데도 열성적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미국 전투조종사 협회의 회장으로 활약했고 2015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의회 명예 훈장인 Congressional Gold Medal 을 받았다.  평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한 멋진 노병은 그가 93 세 였을 때까지 테니스를 즐겼다.  

나는 그와 우연한 기회로 만났다.  1993년 멕스웰 부대에 발령받아와서 저녁에 지역 연극장에서 자원봉사를 할 적에 같이 일하던 수수한 차림의 여인과 사귀었다.  어느날 연극을 보러 가서 앞자리에 앉은 그녀와 남편들을 소개시켰다.  그녀의 남편은 “프란의 남편 칙입니다” 했다.  연극이 끝나고 리셉션에서 함께 연극 평을 나누는데 누가 다가와 “장군님” 하고 인사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겸손하고 타인을 자상하게 배려하는 그들 부부와 정이 들었다.  프란 덕분에 나는 빠르게 몽고메리에 정착했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녀의 남편과 인연을 이어왔다.  그가 주도하던 비영리단체에 봉사하며 그를 가까이서 자주 만나다가 진실로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그의 성품에 반했다.         

세상을 누비며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열심히 살았던 두 사람은 이제 석양 저편으로 떠나갔다.  나는 그들과 맺은 인연과 그들이 몸소 실천했던 삶의 자세를 배운 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