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부드러운 9월의 마지막 주말,  메릴랜드 르네상스 페스티벌에서 환상의 날을 보냈다.  197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는 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취소되었지만 올해는 8월28일부터 10월 24일까지 주말에 열려서 방문객을 받는다.  자동차들이 물결을 이룬 넓은 들판에 차를 세우고 옆의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중세복장을 보고 조금 놀랐다.  한참을 걸어서 입구인 문을 들어서는 순간, 21세기에서 16세기 과거로 돌아갔다. 

27 에이커 행사장 안의 숲속에 마련된 1534년 영국 옥스포드주에 있는 Revel Grove 라는 가상의 아름다운 마을 환경은 현실을 잊게 해서 마치 동화의 마을에 들어선 아이처럼 흥분했다.  미국 여러 곳에 이런 르네상스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텍사스에 이어서 두번째로 큰 축제장이라는 홍보처럼 스케일이 큰 행사장이었다.  무대 설정인 1534년은 앤 볼린과 결혼한 헨리 8세가 엘리자베스 공주를 얻은 해이고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르네상스 문화가 절정기였던 시절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 축제에 온 많은 사람들이 중세 의복을 입고 왔고 더러는 입구에서 의상을 빌려 입었다.  각양각색의 복장에 곁들인 화관과 장식품들이 분위기를 흥겹게 도왔다.  특히 배역을 맡은 직원들의 복장은 머리에서 발까지 완벽해서 좋은 눈요기였다.  그들에 섞인 나도 마치 무대에 선 배우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럽풍 아기자기한 멋진 건물들 사이로 여기저기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아서 남녀노소 가족이 모두 만족했다. 

헨리 8세를 만난 어린 손자는 기사작위를 받고 좋아서 목칼과 방패를 구해서 다른 어린 기사들과 해적선에 올라 신나게 놀았다.  술집을 다니며 흥이 난 어른들도 음악인들을 찾아 무대를 옮겨 다니다 입맛대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었다.  가게마다 들러 독특한 수제품 상품들을 살피며 장인들의 시범을 보고 광대놀이와 셰익스피어 연극을 슬쩍 봤다.  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친 재미난 놀이에 빠져서 노느라 시간이 지남을 잊었다. 

숲 속에 번지는 백파이프의 선율에 흥이 났다가 마상 경기장을 찾았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경기장을 꽉 채운 관객들 사이에 끼여서 검술 시범과 4 기사들이 벌린 마상 시합과 전차 경기를 보며 요란한 고함과 웃음소리에 행복했다가 저녁까지 먹고 가게들이 슬슬 문을 닫자 아쉽게 밖의 세상으로 나섰다.  메릴랜드 르네상스 페스티벌에서 멋진 하루를 보내고 21세기 환경으로 돌아오는 길은 감정적으로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