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관광지는 버지니아에서 애팔라치아 산맥의 줄기를 따라 남으로 이어진 산 등성이 노스 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의 중간에 자리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이다.  사철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산세 곳곳에 많은 산동네들이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화사한 황금빛 단풍이 대세를 이루어서 눈이 부시다.  구르몽의 시 ‘낙엽’이 착착 감기는 곳이라 즐겨 찾는다.  올 추수감사절은 스모키 마운틴의 관광지인 게틀린버그에서 가까운 산 중턱에 있는 캐빈에서 두 딸네 가족들과 모여서 깊은 가을의 정취를 맛보면서 함께 보냈다.  딸들은 결혼 후부터 추수감사절은 우리와 보내고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시댁 식구들과 보내는 관습을 만들었다.  

구불구불 휘어지고 가파른 산길을 좀 올라간 지대에 세워진 3층 구조의 통나무 집에서 두 꼬마 손주들의 재롱에 가슴이 벅찬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산에서 보는 일출은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 다른 흥분을 줬다.  매일 멋진 시작을 열어줬다.  음식을 잘하는 큰사위가 선데이 로스트를 요리하고 추수감사절에는 맛있는 터키도 구웠다.  작은 사위가 그를 도와 주는 동안 편하게 의자에 앉아 풋볼 게임을 보던 남편은 양념처럼 간섭을 뿌렸다.  

두 딸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따라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동안 나는 발코니 의자에 앉아 가을의 내음이 담긴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사람의 목소리는 우수수 떨어지던 낙엽의 소리와 마치 숨바꼭질 하듯이 내 주변을 돌았다.  내 손바닥보다 큰 낙엽들이 발코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겨웠다. 

캐빈에 머무는 동안 비가 두번 왔었다.  비가 온 후에는 나무들이 빠르게 옷을 벗었고 초겨울의 기온으로 내려갔지만 오후의 햇살은 따스했다.  산 길의 낙엽을 밟으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확 터인 진실로 아름다운 자연에 섞여서 지내는 시간에 감사했다.  어느 곳에서나 수북이 쌓인 마른 잎들을 보고 또 보고 좌우를 둘러봐도 낙엽들은 땅 위의 모든 소란을 완벽하게 숨겼다. 

그것이 좋아서 나도 올해 잃어버린 것들과 나를 떠난 사람들을 산속 깊숙한 오솔길의 낙엽에 묻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후다닥 치룬 단순한 의식이었지만 진지하게 어제와 작별인사를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산속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길 바라고,  그리고 평화로운 대지의 기운이 산아래 사람들의 동네로 내려오길 바라면서 낙엽을 밟고 또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