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미네소타에 있는 시집식구들과 보내려고 계획했던 큰 딸네는 여행을 취소하고 집에 눌러 앉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옮겨온 코비드로 시집식구들은 애나 어른이나 모두 아픈 잔치를 벌리니 찾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그리고 영국의 시댁을 찾아가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려던 둘째 딸네도 영국에 빠르게 확산하는 오미코론 변이에 겁나서 대신 친정으로 왔다.  어른들은 백신을 맞았지만 어린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니 두 집 다 상황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

둘째딸 가족이 찾아온 날,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부스터샷과 플루샷을 다 맞았는데 춥고 열이 나고 전신이 아프면서 심한 감기증상으로 휘청거렸다.  딸이 재빠르게 약국에 가서 코비드 테스트 키트를 구해와서 당장 검사를 했다.  결과가 나오는 15분을 기다리는 것은 나의 고뇌의 순간이었다. 

만난 사람들이나 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멀찍이 거리두고 살았다.  틈나는대로 손을 씻었고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피하고 다녔지만 은근 걱정이 됐다.  만약에 내가 코비드에 걸렸다면 둘째딸네는 가방도 풀기 전에 도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남편은 어쩌지? 걱정했다.  방문을 열고 흘깃 눈치를 보던 남편에게 미안했다.  아무튼 무척 길었던 15분 이었다.

테스트 결과를 본 딸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네거티브!”  그러면 그렇지.  지난 2년 조심하며 살았고 요즘 다른 교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미사를 보며 꼭 마스크를 썼는데 포지티브 결과가 나올 수 없지 하면서 감기약을 먹었다.  어떻게 이렇게 지독한 독감에 걸렸나 곰곰 생각하니 한 이유가 생각났다.

올해 특히 추위를 타는 남편이 집안의 온도를 77도로 유지한다.  내복을 입고도 춥다며 높은 온도를 고집하는 남편과 여러번 티격태격 했다.  자다가 더워서 깨어나 쏟아낸 나의 불평을 남편은 묵살했다.  내가 몰래 72도로 온도를 내리면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은 단번에 알아채고 바로 77로 올리며 야단을 쳤다.  그렇게 기온 차이를 피부로 느꼈으니 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집에서 편하게 쉬려던 딸은 온갖 감기약을 구해와서 내 간호를 했다.  그렇게 돌봄을 받은 일주일이 지나니 오늘은 기분이 좀 가볍다.

할머니를 찾는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했으니 이제 며칠이라도 아이와 실컷 놀려고 한다.  작년과 올해,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  코비드로 생활패턴이나 관념이 뒤집혔고 이렇게 감기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속담처럼 겁을 먹었다. 

그러나 작년보다 백신이 나온 올해가 좋았으니 내년은 더욱 좋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이제 2021년을 떠나보내며 가뿐하게 새해를 기다린다.

*** 모든 분들께 안전하고 건강한 복된 새해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