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앨라배마 남동부의 소도시 도탄을 방문했을 적이다.  어둠이 깊어가고 날씨가 쌀쌀해서 뭔가 뜨거운 음식을 찾다가 산뜻한 건물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인상이 좋은 부부에게 이집 음식이 어떠냐? 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아내의 생일이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는 남자가 자기 와이프는 남한 출신인데 당신은 어디서 왔느냐? 고 물었다.  그의 아내와 한국어로 인사했다.  

그 부부가 여러 음식을 소개해줘서 남편과 맛있게 저녁을 먹는데 불쑥 그녀가  “청국장을 좋아하세요?”  물었다.  청국장은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신 음식 중의 하나라 순간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서 주춤거렸다.  생전 처음 보는 이름도 모르는 외부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점심에 초대하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봤다.  더구나 코비드 팬데믹으로 사람을 슬슬 피하는 상황에서다.

먼저 식당을 떠나면서 그녀가 올 수 있으면 점심 먹으러 오라면서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줘서 나도 내 전화번화를 줬다.  그리고 헤어져 호텔로 왔는데 그녀가 카톡을 보냈다.  내일 편한 시간에 오라며 점심초대를 상기시켰다.  다음날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했다.  막상 낯선 사람의 집을 찾아가는 일에 망설였지만 그녀를 알고 싶은 호기심이 더 컸다.  로타리 클럽 회의에 참석하는 남편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가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마음과 집을 열고 나를 맞은 그녀가 여러 반찬을 곁들인 청국장을 식탁에 놓자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는 어머니 생전에 한번도 당신이 좋아하시던 청국장을 끓여드린 적이 없으니 낯선 여인이 요리한 청국장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박하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녀를 보며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한인들의 따스한 정을 느꼈다.  

집으로 초대한 의도를 물었더니 비가 오는 날 호텔방에서 혼자 보낼 나를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따뜻한 밥을 먹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 훗날 자신이 베푼 인정을 나도 타인에게 베풀테니 좋은 일이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다.  폴란드 이민자 지인이 크리스마스 테이블에 불쑥 찾아올 낯선 방문자를 위해서 항상 빈 의자를 하나 보태는 것이 생각났다.  어릴 적 부모가 하던 것을 보고 자란 그녀는 지금도 그렇게 한다.  

앨라배마 남부의 작은 소도시 도탄에 사는 영희씨가 실천하는 삶의 자세가 내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아름다운 인간미가 우리 사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