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책을 하나 끄집어내니 책갈피에 쪽지 하나가 끼여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한인 여인이 알려준 재미난 정보를 적은 종이조각이다.  그때는 내용의 진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허전함이 깔려있다.   

20대의 여자는 ‘화장’을 하고, 

30대의 여자는 ‘단장’을, 

40대의 여자는 ‘치장’을,  

50대의 여자는 ‘분장’을, 

60대의 여자는 ‘변장’을, 그리고 

70대의 여자는 ‘환장’을 한단다. 

누가 지어낸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여자의 변신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을 재치있게 단정했다.  

맞다.  20대의 싱싱한 여자는 화장을 하고 30대에 들어선 여자는 깔끔한 단장을 한다.  40대 중년에 들어서면 영육이 약간 심각해지니 예쁘게 치장을 하고 막상 50대가 되면 약한 부위를 적당히 가리는 기술이 늘어서 분장을 한다.  그리고 60대 고개에 오르면 세상을 보는 자세가 달라져서 변장을 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트집잡는 것은 70대의 여자에 대한 표현이다.  ‘환장’이 웬말인가?  공자는 70대 사람이 하는 말은 뭐든 진리라 했다.  70년이상을 산 사람은 그 많은 햇수 만큼 살면서 배우고 깨우친 지혜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혜로운 사람이 환장을 하는가?  어쩌면 이 표현에 불편한 내가 환장한 것인가? 

친하게 지내는 지역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비슷한 나이의 정겨운 얼굴들을 보고 또 봐도 우리는 절대로 환장할 여자들이 아니다.  아무튼 사람의 변신은 세월 따라 당연히 변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언제나 화장,  단장,  치장,  분장,  그리고 변장 이 모든 것을 적절히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