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있는 케네디센터는 왼쪽에 새로운 문화공간,  The Reach를 9월7일 공식적으로 선보이고 개관 기념으로 축제를 벌린다.  개관 첫날 주말의 복잡함을 피해서 월요일 오전 10시의 입장권을 예약하고 일찌감치 찾아갔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진행된 많은 프로그램을 보느라 그곳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양한 용도로 날렵하게 건축된 2층 문화공간의 산뜻한 건물 안 여러 곳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기기로 재미난 영화 클립들을 보고 연주회장에서 케네디 센터 오페라 교향악단 멤버들의 음악을 듣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강의실에서 연습하는 음악인들과 무용수들을 봤다.  아름답게 조경된 건물 주변 정원을 거닐며 가까이 흐르는 포토맥강변을 따라 확 터인 공간에서 가벼운 바람을 즐기며 점심을 먹었다. 

특히 한 강의실에서 캔디스 울프가 주도한 시니어들의 스토리텔링에서 둥글게 모여 앉은 50명이 넘는 사람들 중앙에서 그녀가 스토리텔링에 접근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것을 듣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강의실을 떠나자 모든 참석자들은 남편의 뒷모습을 따랐다.  불과 2분만에 퇴장한 참석자에 캔디스는 약간 당황했고 나는 슬쩍 웃었다.  하지만 좀 거리를 두고 그저 즐기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의 가까운 접촉에서 인생사를 나눈 과정이 나에게는 무척 재미있었다.  은퇴자들의 주름진 외모에 숨겨진 너무나 다양한 과거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낯선 사람들의 인생사를 통해서 나를 발견한 멋진 체험이었다.

잔잔한 여유와 즐거움을 준 이 문화센터는 9월22일부터는 예약이 필요 없으니 앞으로 케네디 센터에 들릴 적마다 찾아볼 명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