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출렁이는 파도가 부드럽게 의식을 풀어 준다.  수평선 먼 곳으로 시선을 주니 순간과 영원이 하나로 어울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결에 나를 맡긴다. 

며칠이 지나면 흔적없이 지나가 버리는 2018년의 끝자락을 꽉 잡는다.  어제 본 바다와 오늘 보는 바다가 다르고 새벽에 보는 바다와 저녁에 보는 바다가 다르다.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바다를 보며 떠나가는 한해의 뒤풀이를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흐르는 물결처럼 하루 하루를 살았던 나는 무엇을 감사하며 무엇을 아쉬워 하는가.  하고 싶은 일을 했고 가고 싶은 곳을 다녔다.  세상살이 물결을 타면서 비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던 해였다.  그리고 미처 이루지 못한 욕심도 별로 아쉬운 것이 없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받아 번쩍이는 물살이 끝없이 이어지는 저 멀리로 올해 세상을 떠난 지인들이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그들을 둘러싼 푸른 하늘이 검푸른 바닷물에 섞이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함께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하지만 파도의 노래를 들으면서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2019년이 열어줄 신나는 세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