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달력을 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돌아다녔던 2018년은 연말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고 타지에서 보냈다.  하지만 새해를 집에서 맞아야겠다는 각오로2018년 마지막 날 집에 돌아왔다.  새해를 타지에서 맞으면 한해를 떠돌아 다니게 된다던 기억이 희미한 옛말이 떠올라서다. 

올해는 새해 각오를 세우는 일보다 뭔가 행동할 일을 궁리한다.  그 일은 여행중에 만난 한 노병의 말에 충동을 받아서다.  그는 해군에 오랫동안 복무했다 퇴직한 후 루이지애나 소도시에 베테랑들을 위한 재향 군인 병원 설립을 위해서 몇 년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정치인들과 연방정부의 협조로 마침내 병원을 세웠다.  그리고 그 병원 고객 서비스의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병원을 찾아오는 모든 병든 베테랑스들이 만족한 대우와 치료를 받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봉사와 헌신으로 노후를 멋지게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보다 나를 우선하며 사는 나는 부끄러웠다.  걸음걸이가 휘청거리는 그 노병보다 나는 아직 젊다.  활동할 기력이 많다.  내 안에 씨앗을 하나 뿌려놓은 그와 헤어진 후부터 가치있는 목적에 투자하는 삶을 궁리한다. 

봉사를 실천할 방안을 생각하며 잡지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어릴적 읽은 동화 하나가 떠올랐다.  이탈리아인 로렌치가 콜리디가 1883년에 간행한 ‘피노키오’ 는 기발난 착상으로 쓴 교훈을 가진 스토리다.  소목장이 제페토가 나무를 깍아서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주었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게 늘어나고 진실을 말하면 코가 작아진다.  개구장이 움직이는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가 여러 모험을 거치며 착한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재미있게도 피노키오의 변신은 인간의 변신에 대한 전조다.

작년 봄 동생의 집을 방문했을 적에 동생이 음성인식 기능을 가진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 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감탄했다가 연말에 딸네에서 본 손바닥만한 작은 기체로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구글 홈 미니’의 역할에 또 한번 놀랐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전성시대다. 소목장이 제페토가 나무를 깍아서 만든 피노키오가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인 알렉사나 구글과 오버랩된다.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로 명령을 따르던 알렉사나 영국출신 사위의 선호에 따라 영국인의 억양으로 온갖 질문을 정중하게 답하고 주문에 즉각 따르는 구글은 백과사전이다.  인간의 창조물이 인간보다 더 강력한 존재로 생활을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바야흐로 성자와 현인들의 지혜가 뒷켠으로 밀려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의 편리를 돕는 기기가 고도의 지능에 감정까지 갖춘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이 두렵다.  벌써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작년11월 중국에서 영어를 하는 인공지능 로봇 아나운서를 선보였다.  깔끔한 외모의 사람 모습으로 TV에 등장한 로봇 아나운서가 자신을 소개하는 처음부터 두려움을 줬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등장해서 사람의 일자리 뿐만 아니라 존재에 위협을 주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평온과 질서를 가진 사회를 위한 희망의 불빛은 아닌 것 같다.

그러잖아도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서 분별력을 떨어뜨리는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상황이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진실과 복제품의 경쟁은 어떻게 도피하나.  보태서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죽는 사람과 달리 인공지능은 어떤 변신을 거듭할지 두렵다.  필연적인 사실들이 변해서 새로운 질서로 태어나는 미래가 두렵다.  어쩌면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는 코스로 위태롭게 마주선 것을 본다.      

혼돈스런 세태와 피노키오나 인공지능 로봇을 인식하지 않고 올해는 밖으로 향하는 가치의 거울을 안으로 비추어 나의 일상을 충실한 행동으로 살고 싶다.  어릴적 나에게 행복을 줬던 일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간다.  순수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  그러기위해서 인내심을 발휘해서 만사를 마음으로 보는 버릇을 추구하고 노병처럼 남을 위한 봉사를 해야겠다.  마더 데레사의 말,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  기억하자.  올해 나는 어떤 변신을 일으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