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머물 때 자주 찾아 가는 곳이 있다.  주중에 가면 방문자가 적어서 느긋하게 다니며 전시품을 즐길 수 있는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과 아시아 작품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프리어 갤러리와 아서 M. 새클러 갤러리다.  이 두 갤러리는 함께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동양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고 특히 프리어 갤러리 중앙의 아담한 정원은 명상의 휴식처로 완벽하다. 

미술관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수정헌법 제19조의 통과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역사의 증언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거의 100년에 걸려서 전국 각처에서 열성적으로 노력해서 소망을 이룬 많은 급진적인 여인들과 단체의 스토리는 나의 잠을 설치게 했다.  그러잖아도 지난달 선거인 등록 사무소로부터 편지를 하나 받았다.  내가 투표에 참여했던 기록을 열거하고 선거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참정권을 어김없이 발휘해서 100 퍼센트 좋은 성적이다.  그렇게 당연한 듯 매번 투표권을 행사하면서도 나에게 그 권리를 찾아준 사람들을 모르고 있었다. 

미술관을 여러번 찾아갔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전세기 여성들의 활약을 이번 특별전을 통해서 확실히 인식했다.  여성참정권을 획득하고 여권 신장을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력으로 적극적으로 인권운동에 뛰어들어 분투한 여인들을 가까이서 만났다.  그들의 눈빛이나 그들의 활동을 보도한 빛바랜 신문기사도 선명하게 보였다.  특히 백인만 아니라 흑인과 동양인도 활약한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이룬 업적은 크거나 작거나 모두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그들이 마련한 든든한 기초에 현시대의 여인들도 진실로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갖고 동일 임금을 보장받는 사회를 계속 추구한다.  

더불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Razia Jan Institute’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20명 젊은 아프간 여성들이 졸업했다.  그 지역 최초의 경사다.  모두가 당당한 표정으로 밝게 웃는 졸업사진을 보며 우리가 후원하는 모나도 언젠가 이런 독립심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참으로 힘겨운 상황을 극복한 졸업생들은 전세기에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여인들처럼 아프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초석이 될 여성들이다.  이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라지아 잔의 꿈은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기적으로 현실화됐다. 

1970년 미국 동부로 이민온 아프간 출신 라지아는 메사추세트의 한 소도시에서 양복점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어느 이민자나 다름없이 열심히 이민생활에 적응하고 지역 로타리클럽 멤버로 적극적으로 사회봉사를 했다.  그녀의 안정된 삶은 9.11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다.  그녀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모국의 여자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교육을 실천하는 방안을 찾다가 2005년 가족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비영리단체인 Razia’s Ray of Hope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녀의 취지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기금 마련에 협조하고 나선 미국인들과 아프간 지역인들과 함께 그녀는 카불에서 동북쪽으로 30마일 거리에 있는 지역에 폐허가 된 예전의 남학교 건물을 구입했다.  낡은 건물을 복구하고 지역 부모들을 설득해서 2008년 3월 정식으로 ‘The Zabuli Education Center for Women and Girls’가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625명이 넘는 여자아이들이 K-12 무료 교육 혜택을 받는다.  그리고 2017년 ‘Rasia Zan Institute’를 설립해서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해서 12학년을 마친 학생들에게 미드와이프 직업교육을 실시해서 첫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아프간 역사의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혼돈스러웠던 상황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다.  ‘여자는 가정과 무덤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아프간 말은 뼈아픈 현실이다.   여자아이가 9살이 되면 결혼을 시킬 수 있는 풍습에 따라 교육보다는 결혼해서 집안일로 혹사당하는 아이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험악한 삶이 번복되는 상황이다.  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훗날 자신의 아이를 낳으면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한다는 믿음으로 아이들 교육에 온 정성을 기울인 라지아는 지역인들의 고정관념을 바꾸었고 이제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2012년,  CNN은 그녀를 ‘올해의 영웅10인’에 선정했다.

여성의 권익 확보 없으면 미래는 없다.  이것은 아프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회의 문제이다.  어두운 긴 터널에서 빛을 찾아나서는 용감한 여성들이 있어서 세상은 진실로 아름답다.  “여성 만세!”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