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싼 세상은 온통 암흑이다. 아래위층에서 잠자는 가족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고양이 걸음으로 어두운 집안을 더듬어서 창가 의자에 앉았다. 숨을 죽이고 밖을 내다보니 칠흑의 고요가 마주본다.

두 딸네까지 포함한 온 가족이 미국의 유적지인 버지니아주의 윌리엄스버그 가까이에 모였다. 제임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별장에서 생후 7개월 손자의 재롱으로 웃음거리가 많은 크리스마스 휴일은 하루하루가 축복이다. 낮에는 주변 곳곳의 볼거리를 찾아보고 저녁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스크래블 게임과 퍼즐을 즐긴다. TV나 와이파이가 없으니 서로 마주보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1607년에 신대륙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세운 제임스타운은 미국의 출생지이다. 400백년 전에 대서양을 건너온 3척의 배 모형이 제임스 강변에 초연하고 초기 이민자들이 원주민과 타협하며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개발시킨 윌리엄스버그의 올드 타운에는 오리지널 건물이 88채나 잘 보전되어 있어 과거로의 여행을 시켜줬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일궈낸 신대륙에 뿌리를 내린 18세기의 이민자들로부터 현시대의 이민자가 얻은 아름다운 기운은 꿈을 꾸는 사람은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어둠 속에서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이런저런 일들을 회상하니 참 잘 살아왔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많은 축복과 변화를 준 2017년이 이제 며칠 후면 과거로 사라짐이 아쉽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자 세상이 모습을 들어낸다. 희미하게 밝아지는 하늘과 강물에 드리운 옅은 안개가 희망을 품고있다. 세상의 안정과 평화를 소망하며 발코니로 나서 깨어나는 제임스 강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