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한 지역에서 세월을 건너뛰고 만든 퀼트 두개에 얽힌 아름다운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시작은 1851년에 만들어진 퀼트와 한 여인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옛 퀼트를 옷장에 보관하고 있던 메리 리드 크룩은 1958년 그것을 앨라배마 역사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예술공연가로 30년 활동한 사라 블리스 라이트는 넥타이로 퀼트를 만든 계기로 퀼트에 관심을 갖고 퀼트에 대한 모든 공부에 집념하다가 역사관에서 메리가 기증한 퀼트를 봤다. 사라는 그 퀼트가 앨라배마 중동부에 있는 탈라데가 카운티에 있던‘Mount Ida Plantation’ 에서 만들었다는 설명을 읽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바로 그 농장 근처에서 성장했다. 마운트 아이다 농장은 1840년 워커 레이놀드가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을 본떠서 지은 웅장한 맨션이었다. 1956년 번개를 맞고 불타버려 지금은 기둥만 몇 남은 폐허다.    

사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러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12 여인이 모여 제각기 다른 꽃무늬 조각을 만들어 합쳐 완성한 아름다운 웨딩 퀼트에 끌린 사라는 퀼트에 바느질된 이름을 보고 1840년과 1850년 인구센서스, 지역 교회의 기록, 인터넷 등을 통해서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온갖 가능한 자료를 끈질기게 추적해서 그들이 어떤 인연인지 연결시켰다.

1830년 버지니아에서 넓은 영토를 찾아 앨라배마로 이주해온 ‘Welch’와 ‘Mallory’ 가족은 대농장을 소유한 지역유지였다. 서로 인척 관계였던 여자들은 가까이 살며 같은 교회를 다녔고 집안의 대소사를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았다. 사라는 퀼트의 배경을 추적하다가 알게 된 과거 여인들의 사생활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그들의 스토리는 바로 앨라배마 역사의 한 양상이었다.  

1851년 말로리 집안의 딸 버지니아가 사촌인 제임스 웰치와 결혼할 적에 그 당시 풍습대로 두 집안의 여인들이 합세해서 웨딩 퀼트를 만들어줬다. 여인들은 신랑의 여동생인 한나 레이놀드의 집인 마운트 아이다 농장에 주로 모였다. 특히 꽃 가꾸길 좋아했던 그들의 취향에 따라 12 독특한 패턴의 밝고 멋진 아플리케 꽃무늬 퀼트를 선택했다. 퀼트에 사용한 천은 무역선이 모빌 항구에 내린 그 시절 유럽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화사한 디자인의 수입 직물이었다. 앨라배마 강을 배로 운송해서 몽고메리 근교 위텀카 교역소에 내린 직물을 여인들이 공동으로 구입했고 담요에 들어간 솜은 여인들이 직접 목화밭에서 수확한 목화를 사용했다.

그후 사회의 변화가 퀼트를 만든 여인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의 남편과 아들들이 남북전쟁에 참여했다가 죽거나 부상당했고 질병으로 많은 어린아이들을 잃었다. 내전이 끝나도 탈라데가 카운티의 파손된 가정들과 폐허된 농장들은 회복하지 못했다. 더러는 지역을 떠났고 더러는 불경기를 버티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 공동묘지에 묻혔다. 따라서 웨딩 퀼트의 주인도 바뀌었다. 버지니아가 1876년 황열로 죽자 제임스는 그의 여동생인 한나 레이놀드에게 퀼트를 주고 플로리다주로 이주했다. 한나는 훗날 퀼트를 딸에게 물려줬고, 그 딸은 아들에게, 아들은 그의 딸인 메리 리드 크룩에게 물려줬다.

사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그녀는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12명 오리지널 여인들의 후손을 하나하나 찾았다. 2013년 1월, 총 12명의 후손들이 처음 만나서 선조가 만든 패턴을 따라 퀼트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마운트 아이다 퀼트회’를 형성했다. 모두 바느질은 할 줄 알지만 퀼트는 하지 않아서 전문가를 한사람 초빙해서 퀼트를 배우며 동시에 작업했다.

여인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바느질을 격려했고 오리지널 퀼트를 만든 조상들의 묘지를 방문하고 그들이 살았던 집과 지역을 둘러봤다. 그리고 선조들처럼 탈라데가 카운티에 있는 목화밭에서 직접 목화를 수확해서 솜으로 사용했다. 그해 12월 각자 만든 퀼트에 이름을 바느질해 넣은 12 조각을 붙여서 퀼트를 완성했다.  

1851년에 제작된 퀼트는 각 조각이 24인치 정사각형 사이즈이고 2014년에 후손들이 완성한 퀼트는 그 반 사이즈인 12인치 조각의 모음이다. 옛 퀼트는 현재 ‘두 세기의 앨라배마 퀼트 전시회’에 포함되어 몽고메리 미술관에 전시중이고 새 퀼트는 전국을 돌며 순회 전시중이다. 내년에 두 퀼트가 나란히 앨라배마에서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집안의 가보이며 동시에 따스함을 주는 생활필수품인 선조가 만든 웨딩 퀼트를 흉내 내다가 선조를 만났으니 얼마나 멋진가. 후손인 여인들만이 아니라 개척 시절 주민들의 스토리를 알게된 현 주민인 나의 마음도 훈훈하다. 한 여인의 끈질긴 집념과 노력이 거둔 성과는 가슴 따스한 삶의 스토리 나눔이다. 얼마나 쿨한 사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