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성모> 유채화 216×132cm 1535-1540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5월,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성모님의 달이다. 성모마리아는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녀는 화가들에게 늘 도전의 대상이다. 순결한 내면과 지극한 모성을 지닌 여인을 그려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성모 마리아의 그림을 보면 당시 여인들의 미적 기준을 알 수 있다.

꽃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지 미술관에는 더 없이 우아한 <긴 목의 성모The Madonna with the Long Neck>가 있다.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1540)는 독특한 개성으로 백조처럼 긴 목의 성모를 불후의 명작으로 남겼다. 그런데 그림이 뭔가 이상하다. 우선 성모님의 작은 타원형 얼굴에 비해 몸은 지나치게 거대하고 비율도 비정상적으로 긴 10등신이다. 엉덩이는 풍만하게 부풀려 과장했다. 가슴에 놓인 손가락과 발은 기형적으로 가늘고 길다. 왼쪽에 옹기종기 몰려있는 6명의 천사들은 성모님 반절 크기이다. 심지어 오른쪽 아래 구석에 성서를 펼쳐 든 예로니모 성인은 길게 늘렸음에도 성모님 무릎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른발은 쿠션을 겹쳐 올려놓았는데도 아기 예수는 당장 무릎에서 미끄러질 듯하다. 화면은 중앙부분을 마치 볼록렌즈로 확대해 그린 것처럼 강조되었다. 성모님의 자태 또한 여유로움이 지나쳐 방만해 보일 만큼 개방적이다. 기둥 뒤의 여백, 성인 옆의 발목, 아기의 빈약한 머리카락, 성모님 오른쪽 팔꿈치 아래 공간에 흐릿한 천사의 윤곽선 모두는 뭔가 미진하다. 결국 이 그림은 미완성으로 판명이 났다. 파르미자니노는 그림의 계약 기한을 위반해 감옥에 갇혔지만 37세의 나이로 요절함으로써 영원히 이 상태로 남게 되었다.

교회 제단화로 제작된 이 그림은 발표 당시 경멸적인 평판을 받았다. 당시는 르네상스 천재들의 시대였다. 그들의 완벽함에 견주어 지나치게 기교와 손재주를 부린 지루하고 퇴보한 그림이라는 평가는 당연한 결과였다. 미술의 중요한 역할은 사회 반영과 비평이다. 그림이 탄생한 시대는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가톨릭은 개신교와 분리되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비극적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뒤를 이어 1527년 로마의 약탈(Sack of Rome)로 교황청은 무차별하게 공격당하며 위기를 처했다. 불안한 사회적 갈등과 상황은 정신적 위기를 가져오고 예술로도 이어진다. 그림처럼 비현실적 묘사와 불명료한 구도는 당대 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미술사에서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과도기적인 선상 중간에 불분명한 형식의 매너리즘은 탄생한다. 기묘하고 불안정한 화면 속 긴 목의 성모님은 매너리즘 미술을 대표한다.  

파르미자니노는 중세 성가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대담한 조형적 구성과 섬세한 빛의 움직임으로 서정적인 색상의 종교화를 탄생시킨다. 병적인 사회적 불안과 위기에서도 긴 목의 성모님은 고고한 기품을 지니며 정교한 관능이 넘치는, 그 시대의 가장 고귀한 여인으로 손색이 없다. 성모님의 표정은 냉담해 보인다. 그러나 감춰진 눈빛에서도 소매 자락을 움켜 쥔 아기 예수와의 친밀한 교감은 숨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십자가의 죽음은 피할 수가 없다. 천사가 든 화병에서 보이는 희미한 붉은색 십자가는 이를 암시한다. 주위 천사들은 아기 예수에게 숭배와 애도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성모님에 대한 찬미는 예술가들의 영원한 주제이다. 파르미자니노는 긴 목의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모범적인 삶과 지극한 신심이 가득한 고귀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초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현재 이 그림은 후대의 재평가로 불명예스런 오명을 벗고, 우피치 미술관의 애장품으로 ‘파르미자니노’관을 차지해 관람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