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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드디어 먹었다, 갈비와 냉면! 이쁜아짐 (ejpkryan) 2015-3-31  17:39:36

오늘 전기 안진 검사라는거 받고 왔어요.

 

 

해 보니 별 것도 아니구만,

검사 하러 오기 전에 하지 말라는 설명서 리스트가 잡다하게 길어서

괜히 하기 전에 스트레스만 받고.

 

 

간만에 맨하탄 나가면서

화장도 하지마라, 얼굴에 로션조차 바르지 마라,

이 말도 있길래

쌩얼로 나갔다 왔습니다.

 

 

이번엔 남편 떼 놓고 혼자 가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었는데

어제 저녁

슬픈 얼굴로

그렇게 혼자 가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시라고 하는거 보니

똥줄 타는 거예요.

 

 

그래서 데리고 갔다 왔어요.

 

 

아픈건 난데

어디를 다니면 왜 내 보호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안절부절인지..

 

 

한국에 수술하러 나갔을 때도

입원 수속 마치고 병실 들어 가자 마자

다들 셋째 성이 환자인 줄 알고 그 쪽으로 주사 바늘 꽂으려고ㅎㅎㅎ

하다가

 

 

전대요...

 

 

하니까,

 

 

아 네.

 

 

환자복으로 입고 나서야 누가 환자인지가 비로써 명확해 졌고.

 

 

남편은

그냥 병원과 닥터 오피스, 주사 바늘, 치과

이 모든 의료 계통 다 통틀어 무슨 공포증이 있는 건지

아주 같이 다니기 짜증 나요.

 

 

수술하러 한국 가기 전에

이 곳에서 산부인과 열심히 다닐 적에도

가면 기다리는 동안 혼자 내내 안절 부절 못하다가

결국은 의사 선생님하고 이상한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킬킬 대고

같이 다니다 제가 너무 열 받아 가지고

초음파 검사 이런 건 셋째 성이랑 다니고 뭐 그랬어요.

 

 

 

이번에

어젼트 케어 갔을 때도 기다리는 동안 

손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그러더니만 

의사 보기 전에

하는 절차들이 있잖아요.

 

 

간호사 따라 들어간 방에서

혈압도 재고 키도 재고 몸무게도 재고

이런 저런 질문에 대답하고

가족력 물어 보는 것 중에

부모 중 고혈압 환자 있었냐 물어 보길래

 

 

두분 다요.

 

했더니

 

옆에서 방정맞게

 

 

 

그런게 그게 이 사람 잘못은 아닙니다요 키키키~~~

 

 

 

이러고 있는 거예요.

 

 

그 말 들은 간호사는

 

풉~!

 

 

 

 

불과 5분 전까지 손에 땀을 비오듯 흘리던 사람이

또 이건 무슨 횡설 수설에.

 

 

같이 병원 다니기 짜증 나지만

지금은 제가 혼자 밖에서 막 걸어 다니기가 조심스러운 상태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기는 가되 안 까지는 절대 같이 안 들어가고

어디 근처 술집에서 맥주나 한 잔 마시면서 대기 하고 있으라고.

 

 

그러다 이번엔 진짜 그냥 혼자 가보려고 했는데

 

 

저 사람이 똥줄이 타는거죠.

저 병원 쫒아 다니면서

자기 식구들한테 전화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의젓하게 보호자 노릇을 했는지

그 자랑을 늘어 놓아야 하고

그리고 그 보다

같이 안 갔다고 하면

자기 식구들한테 무언의 까임을 당할 것이 뻔하니 그게 너무 두려운 거죠.

 

 

 

혼자 보냈어?

같이 안 가고?

너는 뭐하느라고?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데

자기 식구들 특히 자기 아버지한테 받을 무언의 까임, 너무 두려운 겁니다.

 

 

둘째 언니랑 친구하고 전화 하면서

이 주제로 얘기를 하다가

이번엔 내가 꼭 혼자 갈거야, 저 화상 때문에 내가 더 골치가 아파, 그랬는데

 

 

결국은 같이 갔어요.

자기 식구들한테 자기 입지가 좁아질 생각에 걱정할 꼴 보는 것도

그도 저한테는 스트레스이니.

 

 

 

검사 끝나고

병원이 한인 타운 근처 였어서

스파이 영화를 찍듯이

미친듯이 네 블락을 걸었어요.

 

 

검사 전 네 시간 동안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게 아침 시간이면 그래도 괜찮아요.

피 검사 할 때 보통 이렇게 하잖아요.

12시 넘어서 아무것도 먹지 말고 오라고.

그럼 내가 열 두시에 밥 먹는 것도 아니니까

평소대로 저녁 먹고 잔 다음에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가서 후딱 피 뽑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에 검사 시간이 오후 1시 40분 이었고

그러면 아침에 일어 나서 저 시간 까지 쭉 굶으란 거고

밤에 자느라고 여덟 시간 굶는 거랑

깨어 있는 시간 네 시간 굶는 건 하늘과 땅의 차이인데..

 

 

 

거기다 저는 평소에 두 어시간 마다 뭘 조금이라고 먹는 그런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

배가 고프다...하면 무조건 뭘 먹어야 해요.

진짜 이건 내가 그냥 참고 어쩌고 하는 문제가 아니고

힘들어요.

저혈당 증세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병원 가는 길에 한인 타운을 지나갔죠.

온갖 냄새 맡으며.

 

 

배 고파...

 

 

남편이 괴로워 했어요. 손을 꼭 잡아 주면서

 

 

오...베이비....행 인 데어...

 

 

검사 끝난 시간, 2시 47분.

한인 타운 런치 스페셜 끝나는 시간 3시.

걸어야 할 거리는 4블락.

머리는 어지럽고

빌어 먹을 검사 때문에 멀쩡했던 속은 뒤집어 지고

3월 마지막 날에

춥고 비 오는 악천후까지.

 

 

 

 

런치 스페셜 지금도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리셉셔니스가 시계를 보더니

 

 

5분 남았네요~! 네~!

 

 

 

아...

뭐 이런 영화같은 인생이 다 있어요.

 

 

갈비와 냉면 콤보 메뉴로

$20짜리 시키고

뭔가 막 마음이 진짜 홀가분도 하고 막 기분이 좋기도 하고.

 

 

 

볼 일 잘 보고 잘 먹고 들어 와서

침대로 직행해서 한 시간 뻗어 있다 보니

둘째 언니 전화.

 

 

검사 잘 했어?

 

 

응.

 

 

갈비랑 냉면은, 못 먹었지...?

 

 

(제가 검사 시간이랑 애매해서

런치 스페셜 먹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그건 안되겠지 않냐...이런 얘기까지 했었거든요)

 

 

 

먹었어!

 

 

어??먹었어??? 어떻게????

 

 

 

응, 많이 기다리게 안하고 제 시간에 불러서 해주길래 그 시간에 끝나 가지고

미친듯이 걸어 가지고 5분 전에 들어 갔어!!!!!

 

 

 

(아멘, 할렐루야, 뭐 이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갈비에 꽂힌 이후로

냉면과 갈비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고

나홀로 시위를 내 자신을 상대로 벌이고 있었거든요.

미숫가루와 고추장에 비빈 밥으로 일주일을 연명하며.

 

 

친구들하고 만나기로 했다가 제가 또 컨디션 난조로 집구석에 그냥 쳐박혀 있고

그래서 친구들하고 갈비 먹으려고 했던 계획도 무산되고.

 

 

둘째 언니랑 친구가 전화해 가지고는

얼른 어떻게든 갈비를 먹어야지 어떡하냐고

걱정에 걱정을..ㅎㅎㅎ

 

 

 

갈비도 갈비지만

냉면도 꼭 같이 먹어야 하는데

남편이랑 저

두 사람이 가서

저걸 다 갖춰 먹기는 힘드니까

콤보 메뉴가 가능한 시간대에 가서 먹어야 겠다,

이게 오늘의 대망의 플랜이였는데

해냈어요!!!!!!!!!

 

 

둘째 언니가 막 기뻐 했어요.

(어제 밤에 자면서 꿈까지 꿨대요.

은정이가 갈비랑 냉면을 먹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는 꿈)

못 먹었겠구나...싶어서 걱정 했는데

해냈다니 정말 자랑스럽다고.

 

 

 

아 놔.

내 입에 들어 갈 거 챙겨 먹은 것 뿐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식당이 아니었으면

아마 이번 냉면도 지난 번 짜장면같은 사태가 났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으로

인간처럼 먹었어요.

그런데 어찌나 맛있던지..

남편이 쳐다 보면서 아주 즐거워 했어요. 그렇게나 맛있냐고.

 

 

뉴욕은 지금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이게 밤에

눈으로 바뀔 거라고. 하아..

 

 

3월을 눈으로 시작하더만

3월 1일, 3일, 5일

요렇게 하루 건너

이렇게 3월 시작하자 마자 눈이 왔었거든요?

3월의 마지막 날도 눈으로 장식하려나 봐요.

 

 

저는

이 비가 밤에 눈으로 바뀌거나 말거나

오늘 갈비와 냉면 콤보로 마음이 아주 흡족하여

오늘 지나고

내일 4월이 시작되면

기쁜 마음으로 다시 걷기 운동 시작 하려고요.

어지럽다고 집에서 누워만 있을 수도 없고

이게 뭐 고칠 방법이 없으면 이대로 살아 가는 방법을 찾아 적응을 해야 잖아요.

 

 

갈비와 냉면 콤보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나가서 먹어줄까 봐요.

그리 비싸지도 않고

먹고 나니 이리 기분이 좋고 행복한 것을.

나만 행복한 가요.

 

 

남편도 행복

둘째 언니도 행복

그리고 아직은 소식을 못 전한 친구들도

기어이 내가 오늘 이것을 먹고야 말았음을 알게 되면

무척이나 좋아할 듯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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