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나는 노 푸를 왜 시작했는가.
머릿결이 너무 안 좋아서요.
어린이 시절 때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머릿결 사랑스러운 아동은 결코 아니었고
그냥 항상 더벅머리 스타일 부시시..
고등학교 졸업 후 부터는
머리를 그냥 가만 놔두질 않았었어요.
언니들이 제 머리카락이 불쌍하다고 했었어요.
하필 제 머리에 달려서 머리카락이 고생이라고..
머리가 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을 듯.
그래서 항상 실외용 마당 쓰는 빗자루 털 같은 머릿결을 가지고 살았어요.
그 외에
심한 두피 가려움증이나 탈모나 이런 문제는 없었고
샴푸의 유해 성분에 대한 거부감은 아주 조금?
(이건 생각이 있었으면 좀 더 좋은 것으로 갈아 탔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차마 환경을 위해 시작 했다라는 뻥은
아무리 내 인격의 실체가 없는 온라인 상이라고 해도 할 수는 없음이요.
둘째, 노 푸 시작 전의 모발 관리 패턴은?
파마를 안 한지는 지금 딱 3년 됐어요.
큰 언니가 제 머리 자라는거 보더니
부시시한 반 곱슬 보다는 좀 더 웨이브가 있는 곱슬이라고 한 번 놔 둬 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염색은 흰머리 때문에 계속 해야 하니 파마라도 하지 말아 보라고.
그래서 놔뒀더니
파마한지 한 6개월 쯤 됐을 때, 아 파마를 다시 해야 할 때가 됐나...?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상태의 머리여요.
그닥 예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파마가 당장 시급해 보이지도 않는 그런 어정쩡한.
안 하고 버틸만 해요.
어쩌다 미모를 가꾸고자 하는 열정이 용솟음 치고
그것을 추진할 정력이 활활 타오를 때는
플라스틱 롤 (일명 구루뿌ㅋ) 두어 시간 말아줘요.
이거 하면 좀 괜찮더라고요ㅎ
헤어 드라이기 사용안 한지는 십년 하고도 또 몇 년 되었어요.
원래 드라이어로 머리 말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서
있어도 별로 쓰지도 않다가 망가진 김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다버려서
집에 아예 헤어 드라이기가 없어요ㅎㅎ
샴푸를 소량으로 손에 거품내서 두피 위주로 감는 것 주 2회 정도, 이렇게 일 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머리가 워낙 숫사자스럽다 보니 컨디셔너는 쳐덕쳐덕.
저는 샴푸를 끊었다기 보다 컨디셔너 끊었다는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샴푸 후에 헤어 에센스 또 발라 주고요.
뿌리 염색을 한 달 반에 한 번 정도.
셋째, 노 푸를 다섯 달 째 해보니 그래서 꼴이 과연 어떠한가
저는 대만족이예요.
컨디셔너를 그리 왕창왕창 바르고도 머리 뒷 부분 아래가 항상 엉켰었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머리카락을 만져 보면 빗자루 같지 않고 얼추 사람 머리털처럼 느껴져요.
이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
그렇다고 해도 윤기가 찰랑찰랑, 이렇게는 아직 근처도 못 가지만요ㅎ
머리 닿는 부분, 목덜미랑 어깨가 항상 심하지는 않았지만
'근질근질'했었는데 이게 싹 사라졌어요.
이것 참 속 시원해요.
전체적으로 두피와 머리카락의 느낌이
하루 종일 화장하고 있다가 세수하고 난 후의 얼굴 느낌?
가볍고 시원해요.
넷째, 그렇다면 남들에게 적극 권장하겠는가
아니요.
사람마다 두피와 모발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나한테 이게 좋았다고 남한테 좋다는 보장도 없고
이거 시작하고 나서 검색을 좀 해 보니
어떤 피부과 의사가 쓴 글이 있더라고요.
나한테 맞지 않는 노 푸라면 억지로 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순하고 좋은 성분 샴푸로 올바르게 머리 감으라고요.
옳은 말 같아요.
샴푸를 너무 자주 한다거나 너무 많은 양을 쓴다거나 제대로 안 헹군다거나
유해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산다거나
이래서 두피와 모발이 상해가는 경우가 많으니
좋은 성분의 샴푸를 적정량을 써서 잘 헹구면 그럼 되겠죠.
저는 요즘
밀가루 푼 물에 감기도 하고
컨디셔너 대용으로는 김빠진 맥주와 사과 식초.
이 정도 하고 있고요.
어쩔 땐 그냥 맹물만으로도 씻기도 하고요.
노 푸 초창기에는 컨디셔너를 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홈 메이드로 딥 트리트먼트 이것 저것 했었는데
(바나나 요거트 아보카도 올리브 오일 기타 등등)
지금은 귀찮아서 거의 안 하고요
아보카도는 내 입에 넣을 것도 없는데
이 비싼걸로 내가 왜 이러고 있나...후회도 밀려 왔었고요.
머리를 감을 때 꼼꼼히 해요. 예전보다.
샴푸, 컨디셔너 쓸 때 보다 더 꼼꼼하게 여기 저기 손가락 끝으로 마사지 하면서 씻어 주고
샴푸 후에는 오일 조금 발라 주고요.
베이스 오일로는 호호바 쓰고 여기에 라벤더 오일이나 라일락 오일이나 아프리칸 바이올렛.
그 때 그 때 돌아가면서요.
마지막, 나누고 싶은 팁이 있다면?
배우자나 가족, 친한 사람들한테
노 푸 들어간다~~ 말하지 않고 시작하는 쪽을 추천해요.
저는
괜히 나를 이상하게 보고
필요 이상으로 더럽게 보고
냄새난다 생각할까봐 하는 염려와
그리고 한 켠으로는 말을 안한 상태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나의 머릿결이 좋아지는 것을 과연 알아챌 것인가 하는 궁금증,
이 두 가지 이유로 말을 안했는데
지금은 언니들이나 친구들은 다 알고요,
남편은 아직도 몰라요ㅎㅎㅎㅎㅎㅎ
저 사람이 아무리 여우인 척 해 봐야 실상은 미련 곰탱이인 거죠.
처음 2주는 남편의 코와 제 정수리의 거리가 한 뼘 보다 가까워지는 일을
절대적으로 피했고요,
2주 정도 지나고는 저도 자신감이 생겨서 그냥 평소대로.
남편은 원래도 제 머리 스타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얼마 전부터 부쩍
머리 예쁘다고 감탄이 잦아졌고
심지어 향기가 좋다는 말을 계속해요ㅎㅎㅎ
제 인생에
내 머리 정수리에 뽀뽀하는 사람이나
지척에 와서 안기며 내 냄새를 맡는 사람은 저 사람 하난데
저 사람은 좋다니 일단은 이 쪽도 성공이고요.
노 푸 하고 나서
염색약도 몇 년 째 내내 쓰던 로레알에서 허버틴트로 바꿨는데
이것도 괜찮은 것 같고요.
유툽에서 머리 앞으로 숙여서 묶은 다음에 일자로 잘라서 레이어 만드는거 보고
지금 벌써 네 번을 머리끝도 제가 혼자 다듬었고요.
아주 썩 잘된 건 아니지만 봐줄만 해요.
이제 샴푸 안 사, 컨디셔너 안 사, 헤어 에센스도 안 사,
파마도 안 해,
염색은 약 사다 혼자 해,
머리도 혼자 잘라.
하아...저 이러다 아주 뉴욕 최고 부자 되것어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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