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언니 딸래미가 대학생이 되었어요~!!!
하이 스쿨 씨니어 되는 아이를 데리고 타주로 이사 가면서
참 주변에서 저 부모들 대책 없네 욕도 많이 먹고
아이도 원하지 않던 이사 였지만
힘든 시간 잘 보내고 어찌 어찌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자랄 때는
막내 이모랑 닮은게 많다는 소리 들으면서
자기는 키도 이모 만큼 클 거라고 좋아 했더랬는데
다 자라고 나니 쪼끄매요.
제 조카들이 전부 다 쪼끄매요.
저 아이 기저귀 갈아 주던 기억이 선한데
저 쪼끄만한 것이 대학생이 된다니..
자기 고등학교 졸업식은 제가 꼭 와 줄 거라고 생각 했다가
제가 올 봄에는 귀 아프고 머리 아프고 해서
비행기 탈 자신이 없어서 못 간다고 했더니
많이 서운했나 봐요.
자기 엄마한테
왜 이모는 맨날 아파!!!
했대요.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어디 좋은데 여행 한 번 다녀 오면 좋겠다...했다가
다 무산되고 나니
자기 뉴욕이나 보내 달라고, 대학교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이나 만나고 오고 싶다고 해서
6월에 뉴욕에 와서 일주일 있다 갔거든요.
셋째 성 집에서 묵는 걸로 했는데
자는 거야 아무 문제 아니지만
저 아이 먹는 거는 어떡하냐고 너무 부담스러워 한다고 둘째 언니가 그러길래
저도 짐 싸 가지고 갔어요.
저도 그 집에서 묵으면서 밥 아줌마 하려고.
가서 막상 대기하다 보니까
저 분은 너무 바쁘셔서 집에 붙어 있지도 않고 집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고ㅎㅎㅎ
바리 바리 준비해 간 것은
저랑 셋째 성이 다 먹어 치우고.
스케줄이 어찌나 빈틈이 없던지 얼굴도 보기 힘들었어요.
애 먹으라고 해 온 건 우리 둘이 다 축네네...
이러면서 셋째 성하고 저녁을 먹었더랬어요.
하기사 저 나이에 저렇게 바쁜게 정상이지, 늙은 이모들이랑 놀 시간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학교 가서 입을 옷 필요하다고 해서
옷 쇼핑 목적으로 일주일 중에 딱 하루는 늙은 이모들과 함께 하기로 미리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 동안 너무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던 피로가 몰려 왔던지
아이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 쇼핑도 딱 한 시간 만에 종료하고
애 먼저 집으로 보내고
저랑 셋째 성이랑 저녁 거리 장 본다고 집 앞 한국 마켓에 들려 가지곤
셋째 성이 부처전 먹고 싶다고 해서 부추만 한 단 사고 나오려다
그래도 혹시 순두부 찌개 먹고 싶다고 할 지도 모르니
순두부도 사 가자, 제가 제안을 해 가지고 그것도 사서 집에 왔어요.
부추전 얼른 부쳐 줬더니 셋째 성은 맛있다고 먹고
현경양은 냄새는 맛있는데 못 먹겠다고 그래서 짜증 난다고.
피곤에 쪄든 얼굴로 소파에 누워서리..
속이 메슥거리고 음식이 안 받는대요.
저 날 하루 종일 뭘 못 먹더라고요.
으이구...
그래서 또 저희는 부추전으로 간단 저녁을 먹고
인터넷으로 뭐 재미난 거 없나 찾아 보다가
다 늦게 밤 열 시가 됐는데,
모 순두부 같은 거 있으면 먹고 싶다...
나즈막하게.
일주일 내내 대기 중이다, 드디어 하나 나온 거예요. 먹고 싶다는 거.
저보다 셋째 성이 더 흥분해서,
얘,,,,,,,,,,,,,
들었니?????????
공주님 순두부 드시고 싶으시댄다!!!!!!!!!!!
(셋째 성이 무슨 일인지
갑자기 저 아이를 공주님 공주님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음)
제가 텔레비젼 보고 있다 바로 벌떡 일어 나서 부엌으로 가면서
기다려 현경아, 10분이면 돼.
10분 만에 순두두 찌개 식탁에 올려 놓고 셋이 앉아 밥에 순두부 하나 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이모가 끓여 준 순두부 오랜 만에 먹는다...맛있어.
이러니까
또 셋째 성 흥분해서
들었니? 공주님께서 이모가 끓여 준 순두부 오랜 만에 드셔 보신대잖아!!!
저 날 밤
늙은 이모 둘은
공주님 순두부 먹이고 아주 흡족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태어 났어도 집에서 먹고 자란 것이 자기 입 맛인지라
애기 때 부터도 순두부, 순두부 그렇게 좋아 하더만.
일곱 살 아이 입에서
날도 쌀쌀한데 순두부나 먹자, 이러면
이모들이 깔깔깔 뒤로 넘어 가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어려서 부터 책 읽는 거 좋아 하는거 같아서 셋째 성이 열심히
한국 역사 만화책도 사서 주고
한글 학교도 열심히 다녀서는
제가 한타가 진짜 빠른데
저랑 채팅도 제법 해요.
다들 여기서 태어난 아이라고 하면 깜짝! 놀랄 만큼 한국 말을 잘해서
그게 또 이 이모한테는 얼마나 자랑인지!!!
저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진
저는 지하철에서 임산부 자리 양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둘째 언니가 배 불러서 일 다니면서
아침 출근길에 임산부한테 자리 양보하기 시작했고
둘째 언니가 저 아이 유모차에 태우고 씨름하고 다니기 시작하고 부터
지하철에서 유모차 들고 계단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사람한테 한 손 도와주기 시작했고
예전엔 대학생인 아이들 준다고 반찬 만들었다고 올라오는 인터넷 사진 보면서
뭘 이렇게 다 큰 애들한테 이 난리인가..
이렇게 안하면 애들이 밥을 굶나..
대충 학교 밥 먹으면 되는 것을..
한국 엄마들 참 유난이야..유난.
이랬었는데
저 아이 대학생 되고 나니까
아 이렇게 애긴데 집 떠나 학교에 있구나.
얘 밥은 어떻게 제대로 잘 먹을까?
제가 지금 이러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 시작하고 저랑 채팅을 두 번 했는데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 하라고 해도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러더니만
그저께 둘째 언니가 전화 해서는
엄마가 이모한테 순두부 양념해서 자기한테 보내 주면 안되냐고 물어 봐 달라고 그랬다고.
아 걔 웃기네.
내가 그렇게 필요한 거 있음 말하래도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러드만.
양념만 보내 주면 두부 사서 지가 끓여 먹을 수는 있대??
이러고 전화 끊고 나서요,
바로 아마존 가서 푸드 세이버 가격이랑 리뷰들 보고
오늘 셋째 성한테
더 이상 푸드 세이버 사는 것 미룰 수가 없게 됐다고
이번 주에 당장 사야 할 것 같다고
공주님께서 나의 순두부 양념을 원하신다고 했더니
사래요.
그건 자기가 결제해 주겠다고.
가격 비싸도 기왕 사는 거 쓸만한 거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라고.
둘째 언니가
순두부 양념 얘기를 하면서
그 학교에 동양 아이들이 별로 없는거 같던데 어떻게 한국 아이 하나를 알게 됐는데
그 아이는
한 술 더 떠서
묵은지까지 해서 못 먹는게 없대요.
그래서 그 집 엄마는 장아찌니 뭐니 밑반찬 없는게 없이 해서 보낸다고 현경이가 그랬다면서
그런데 현경이는 먹는게 정해져 있어서 뭐 보내주기고 그렇고.
아 놔. 먹는거 정해져 있으면 정해져 있는 거 보내 주면 되지!
애가 편식을 해서 못 보내 주는 건 아니잖아...
좀 솔직해져 아줌마..
(잠 잘 시간도 없이 밤 낮 없이 일 하느라 몸엔 뼈 밖에 없을 만큼 마른 사람이
무슨 여력과 정신으로 대학 간 딸래미 반찬을 해서 싸서 부쳐 준다고.
자기 밥이나 잘 챙겨 먹지!
아휴 속상해)
그랬더니 또 ㅋㅋㅋ 웃으면서
저렇게 흘리면
막내 이모는 미친듯이 저 아이 먹는 거 해서 보낼 궁리를 할 것 이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이모가 기구 장만 펀딩을 해 줄 것이며.
예전에 저희 이모가 미국에 처음 놀려 오셔서는
제가 현경이 기저귀 갈아 주는 모습 보시면서
현경이 호호~~ 하고 불어 주고
셋째 성은 옆에서 이쁘다 이쁘다 박수 치고 있고ㅋㅋㅋ
현경이는
이모 둘 까지, 엄마가 셋이 키우는 구나...하셨더랬는데.
지네 엄마한테 문자로
그래도 주일에 교회가서
(한국 교회가 학교 근처에 있는가 봐요)
점심 먹고 남은거 조금 싸달래서 싸 오기도 했다고
'내가 엄마보다 더 아줌마 같아'
그러더래요ㅎㅎㅎ
저도 기숙사 생활 해 봤지만
그 때 기억 더듬어 보면
밑반찬 싸주는 부모님 있던 친구들 엄청 부러웠던거 기억 나요.
그 때 나의 엄마인 노 여사는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졸업식하는 날까지도 연락 두절 상태였고
참 기가 막혔더랬는데
그 때 둘째 언니가 한 주말에
김치 볶음밥 해가지고 저한테 한 번 왔다간 적 있어요.
배 곯고 살지는 않았죠.
한식 먹고 싶어도 없으면 학교 밥 먹으면서 다 살아지고 다 되기는 해요.
좀 멀다 뿐이지 주말이면 충분히 둘째 언니네 왔다 갔다 하면서 먹어도 됐고.
기분이 좀 거시기 했다 뿐이지.
우리 현경이는
서럽게 하지 말아야지.
밑반찬 배틀까지는 못해도
어느 집은 묵은지에 장아찌도 보내 준다는데
나는 순두부 양념 정도는 보내 줘야 줘.
남의 거 얻어 먹게만 안 하고
자기 거 누구랑 나눠도 먹게 해 줘야 줘.
셋째 성이 푸드 세이버 쏴 준 다는데.
아 이 이모 밑반찬 요리 연습 좀 들어 가야 겠어요.
일요일에 같이 아마존 보면서 주문 하기로 했어요.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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