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뒹굴고 밥 먹고 뒹굴고 하다 보니...
오마나,,,벌써 10월도 다 갔네?
전 한 주 정도 더 남았는 줄 알았어요.
두 주 전에는 2박 3일로 주말에 시골 다녀 왔고요,
확실히 내 주제에 저 거리는 2박 3일로 하기엔 벅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다녀 와서는 침대와 베프 놀이 일주일은 꼬박 한 것 같아요.
가서도 두 밤 다 초저녁부터 제일 먼저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에도 제일 늦게 일어 났음에도.
저 동네에 어떤 큰 농장 갖고 있는 사람이 해마다 콜럼버스 데이 낀 주말에
자기 농장에서 큰 마을 잔치를 여는데
남편이 몇 년 째 저기 연주하러 갔더랬어요.
매 번 저도 같이 간다고 하다가 또 막판에 무슨 신변의 일 따위가 저한테 생겨서
(보나마나 피곤하다, 귀찮다 뭐 이런 거 였겠지만)
쫒아 가기는 이번이 처음 이었습니다.
토, 일 이틀 동안
밴드들이 페스티벌 식으로 연달아 연주를 하고요
큰 텐트에서는 전자 장비 쓰는 밴드들이
작은 텐트에서는 어쿠스틱 밴드들이 하는데
이번에 남편은 어쿠스틱 텐트에서 마지막 밴드로 연주를 했고요
큰 텐트와 작은 텐트 사이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백 몇개 쯤 있어서 사람들이 거기 앉아서 먹고 마시고
음식 파는 부쓰들, 물건 파는 부쓰들도 쭈욱 있고
아이들 타고 노는 간단한 놀이 기구들도 있고
저 시골에서 입장료까지 받으며 하는 잔치라 꽤 규모가 크더군요.
남편은 얼마 간의 연주비
그리고 맥주 마실 수 있는 음료권 8개,
음식 사먹을 수 있는 쿠폰 63개
를 받았는데
식권은 한 장당 1불로 쳐 주더라고요.
음식 하나에 7불에서 9불 이렇게 팔던데
제일 비싼 9불 짜리를 7개나 먹을 수 있다!!!
남편이 봉투 받자 마자 음료권은 재빠르게 자기 주머니로
식권은 저의 분야이니 알아서 하라고
엄청 으스대면서 주더라고요.
당신 남편이 이런 사람이야, 여기서 63불 어치 다 마음대로 사 드세요!
이런 태도로.
자기 마누라를 정말 먹을 것만 주면 만사 오케이인 식충이 쯤으로 아나...
그런데 또 아닌게 아니라
63불 어치 식권 핸드백에 넣고 다니니 신이 나긴 하더라고요ㅋㅋㅋ
여기 저기 인심 팍 팍 쓰고 다녔어요.
시어머니랑 시아버지도 사 드리고
그리고 첫째 시누도 사 주고
다 쓰고 싶었는데 배가 안 꺼져서 다 못 사먹었어요. 아쉬워요.
남편이 혹시 내년에도 쓸 수 있을지 모르니까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자고 했는데
내년에는 쿠폰 색깔이 바뀌지 않을까...하는게 제 생각이고요.
만약에 내년에도 쓸 수 있게 되면 뭐 뭐 사먹을지 계획은 쫙 세워 놨어요.
솜사탕도 먹어야지!
날씨가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어서
저는 날씨가 쌀쌀하고 안 좋을 경우로 준비해 간 청바지 더하기 스웨터 안 입고
날씨가 좋을 경우로 준비해 간
보헤미안 스타일 긴 소매 맥시 드레스(역시나 디자이너 친구의 올 시즌 따끈따끈한 협찬)를 입었는데
뭐 늘 그렇듯이...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며 성공리에 시골 동네 공주 놀이 잘 마쳤습니다.
연주는 남편이 하는데
동네 어르신들은 줄서서 저랑 인사하고 가고
ㅋㅋㅋㅋㅋㅋ
아 모...내가 이럴라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이 먼길을 쫒아 온거지. 이 맛에 후후~~
저기서 보낸 시간은 세 시간여에 불과 했는데
시부모님 집에 도착 하자 마자 또 저는 곯아 떨어 졌고요.
집에 돌아 와서는
남편이 계속 별의별 자질 구레한 스케줄로 많이 바빴어요.
여기 저기 부지런히 쑤시고 알아 보고 하더만
또 다른 밴드 하나에 엮여 가지고
같이 연습하고 공연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 틈틈이 다른 일도 하고
하루에 이리 저리 두 탕씩 뛰는 날도 있고
그런데 돈이 마구 들어 오지는 않아요.
돈이 벌리느라 바쁜게 아니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느라 바쁜 거예요. 아주 단순하게.
그러다 지난 주에 저희 결혼 기념일이 있어서
자기 연주 끝나고 외식 하자고, 아홉 시 반까지 케이 타운으로 나오시라고.
오징어 덮밥 사 준다고 큰 소리를 쳐서 제가 감동을...
재작년 부턴가...?
저 사람이 갑자기 모든 축하할 일에 동네 생선 가게에서 오징어 사오는 버릇이 생겨 가지고요.
제 생일에도 오징어 두 마리.
결혼 기념일에도 오징어 두 마리.
그것도 알뜰하게 파운드 당 1불이 더 싼 손질 안 된 오징어로.
처음엔 어이도 없고 웃기기도 해서
좋아 하는 척 하고 넘어 갔더만
진짜로 좋아하는 건 줄 알고 계속 오징어를 사 와요.
자기가 아주 귀여운 생각을 해냈다는 듯이
자기 어머니,아버지 한테 막 자랑도 하고요.
이 사람을 무엇으로 기쁘게 해 줄 것인가...할 때 무조건 정답은 오징어!라고
아버님이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잘 했다고 하시면서 또 좋아 하시고.
그러더니 이번엔
이번엔 식당에서 사 주겠다고, 부인이 요리할 필요가 없게,
다른 사람이 요리해서 주는 오징어를 드시라고.
그래서 제가 기왕 돈 쓰는 김에
낙지로 업그레이드 시켜 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이번 주 벌이가 어찌 되는지 한 번 보자고
어깨에 힘 주고 당기더니만...
아직 결혼 기념일 외식은 못 했어요.
맨하탄으로 저녁 먹으러 나가기엔 아홉 시 반은
이제는 저에게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남편도 연주 끝나자 마자 엠프에 기타에 마이크 스탠드까지
끌고 다니는 짐이 많기도 하고
결혼 기념일 축하를 꼭 당일에만 하란 법은 없으니
나중에 낮 시간에 나들이 할 수 있을 때 먹기로 했어요.
그 날은
남편이 저한테 매번 하는 오징어 선물에 대한 화답의 차원에서
(복수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아요. 전 너무나 착한 와이프이기 때문에..)
마침 집에 떨어진 아스피린 사온 거
결혼 기념일 선물로 남편 줬어요.
타다~~~ 해피 애니버써리~~~
이게 체리 맛, 씹어 먹을 수 있는거, 무려 세 통이나 들었어!
반 값 세일!!!
사랑해 남편~!
하고 쥐어 줬더니 입이 귀에 걸려서 좋아 하더라고요.
아오 재밌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고무줄 사다가 내복 바지 허리띠 다시 끼워 주는 거 해볼까 해요.
열심히 잘 입는 한국 내복들이
면이 워낙 좋아서 다른데는 다 멀쩡한데
고무줄이 낡아서 다 끊어 져 가지고
요즘 바지 안에 입으면서 허리 위로 올려 가지고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그러고 다니고 있거든요.
12월 까지 저러고 다니라고 할 수는 없으니 해주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땡겨 주는거라고 하고 해줄까 해요.
내가
마흔이 훌쩍 넘어서
남편하고 이런 찌질한 선물이나 주고 받고 사는 건
젊었을 때 그렸었던 그림이 전혀 아닌데...
뭐 어쩌겠어요.
맞춰 사는 거지요. 남편 수준이 이 모양인데. 칫!
그래도 저 푸드세이버가 생겼고 (아직 개시는 안 했어요)
코스코에서 퍼그도 한 켤레 샀고요 (오마나 30불 짜리가 엄청 따셔요. 대만족 이어요)
집에
남편 친구 집 마당에서 온 배가 한 봉다리 그득,
집주인 아들이 애플 피킹 갔다 왔다면서 준 사과가 또 한 봉다리 그득 있고
그냥 저냥
크게 부족한 생활은 아닌 듯요.
그런데 말하고 나니까 좀 웃기기도 하고 챙피하기도 하네요ㅎㅎㅎ
이번 주에는 이력서도 대대적으로 손 봤고
(이런다고 뭐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목욕하고 공원으로 걷기 운동 겸 나 홀로 단풍 놀이 나가볼까 합니다.
한 참 윗 쪽인 시부모님 동네는 두 주 전에 단풍이 정말 고왔었는데
저희 동네는 지금 아마 절정으로 가고 있을 거 같아요.
요즘 걷기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들을 너무 낭비했어요.
밖을 진짜 안 나가고
집에서 먹고 눕고 먹고 눕고, 아휴...
가서
이파리 하나 적당한 거 줏어 다가
남편 들어 오면 선물이라고 주던가.
자기야~ 단풍잎이 어찌나 예쁘던지 자기 주려고 하나 줏어 왔어~~
내 마음이야~~~
사랑해~~~
하면서요.
남편이
생일 선물과 결혼 기념일 선물로 꼬박 챙긴 오징어 두 마리의 막간에
부활절 선물로 비프 저키도 한 번 사온 적 있어요.
특별히 유기농 가게에서 사 왔다면서.
어디 누가 누가 돈 안드는 선물의 끝판을 보이는지 한 번 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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