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둘러 봐도 저처럼 주구장창 일년 365일을 집순이로만 사는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좀 전에 남편과 야구 시청 준비물 사러 수퍼 마켓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길에 사람들이 엄청 북적 거리고
저는 이 동네에 그리 많은 어린이 인구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여기 저기 바글바글~
할로윈 때 마다 해지고 난 후에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서...ㅎㅎ
오늘 뉴욕 날씨가 많이 쌀쌀하지가 않아서
커스튬 입고 돌아 다니는 어린이들이나 부모들이나 추위에 고생은 안하겠어서 다행이다 싶고
그래서 더 많이들 나온건지도..?
평소 동네 모습하고 완전 다른 풍경이 신기했어요.
작년엔 남편이 음악하는 친구가 파티에 초대해 줘서 혼자 다녀 왔는데
(저도 같이 초대는 받았지만
제가 평상복 입고 모이는 하우스 파티도 싫어하는 사람이
변장 입고 모이는 파티를 갈 리가 없잖아요)
별로 재미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도 만나는 건 몇 달에 한 번이고.
(그 몇 달에 한 번의 만남이 다음 주에 잡혀 있습니다~!)
세계에서 최고로 복잡하다는 도시에 살면서
이렇게 세상과 동떨어져 섬 사람처럼 사는 인간은 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또 신기한 건
절대 심심하지가 않다는 거죠.
나이 들수록 이런 생활이 더 편해요.
나가서 돈은 벌어야 하는데
점 점 더 새로운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과 일 때문에 만나야 하고 엮여야 한다는게
마음이 무겁고 막 무서울 지경이예요.
집에서 혼자 밥이나 해 먹고 동네나 한 바퀴 돌고
그러다 남편 들어 오면 남편이나 좀 상대해 주고
요즘 저를 불러내 주는 셋째 성하고
한국 장보고, 쌀국수 내지는 갈비를 먹는 다거나 하는게 전부.
(크하하 지난 주말에 갈비 얻어 먹었어요.
어찌나 맛있던지...
그리 실컷 먹고 들어 와서 자고 다음 날 눈 뜨자마자 든 생각이
내 앞에 그 갈비가 지금 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 날 갈비 먹었던 일이 일장춘몽과 같이...)
외로움이라는 건
오히려 누군가와 소통을 하려고 간절한 마음을 가졌다가
생각처럼 남은 나와 잘 맞지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더 외로운 거지
그냥 혼자여서 외로운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잘난척처럼 나는 외롭지 않다고 말을 하는 건
내가 게을러서 안 나갈 뿐이지
밥 먹자, 놀자, 하고 요청하면 언제든 만나 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 일 수도 있고
또는 얼굴 직접 보지 않아도 항상 얘기 나누는 친구들이 또 인터넷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도 그렇고
골치 아프다고 맨날 불평해도 여튼 내 식구가 지척에 있기도 하고요.
나이 들수록 인간 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라는 결론이고요.
특히나 체력이 별 볼일 없어서
사람 만나고 밖에 돌아 다니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요ㅋㅋ
뭘 한 것도 아무 것도 없는데
하루도 빨리 가고
벌써 10월 다 가고 연말이라니 기가 차네요. 허허..
혼자 밥만 열심히 해 먹으면서 세월 축내다 보니 또 연말ㅋ
노여사는 심각하게 자꾸 저더러 병원 가보라 하시고요,
밥 너무 먹는게 뭐가 잘못된 게 분명 하다고요.
정상인 사람이 저처럼 밥을 그렇게 자주 먹을 수는 없는 거라고.
피 검사 결과도 다 좋고
뭐 잘못된 거 없다고 말씀을 드려도 또 의사한테 다시 가래요.
아니 가서 뭐라고 그래요.
밥 많이 먹는 저를 고쳐 주세요.
전 왜 밥을 많이 먹나요.
제 입을 꼬매 주세요. 뭐 그러나요?
셋째 성은 기생충 검사 해보라고 하고요
심지어 저를 요즘 '쌀벌레'라고도 불러요ㅋ
둘째 언니한테 '나 너무 밥 많이 먹어서 죄책감이 느껴진다.
잘 먹어서 건강한 것도 아니면서...식비만 많이 들고.'
그랬더니 둘째 언니는
그나마 그렇게 챙겨 먹어서 그 정도라고 생각하라고 안 챙겨 먹으면 더 안 좋을 수 있으니까
먹는 건 먹고 싶은대로 잘 먹으라고 격려해 주네요ㅋ
시어머니한테는
좀 덜 먹어야 겠다, 너무 먹어서 어쩔 땐 챙피할 때도 있다, 했더니
슬픈 얼굴 하시더라고요.
그냥 먹으렴...먹는 걸 그렇게 좋아 하는데...
이래서
주변 사람들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지금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완전히 겨울 되기 전까지는 먹는 건 먹던대로 먹으려고
조카들 어렸을 때
하루 놀러가서 보고 오면 다음 날 눈에 더 아른거리고 보고 싶던 것처럼
갈비 먹고 온 다음 날, 그래서 갈비가 또 더 먹고 싶었던 날
갈비는 없으니까
간단하게 보쌈으로 점심 먹었어요.
배추 한 포기 네 등분해서 소금물에 절여 놓고 뒹굴 뒹굴 하다가
냄비에 양파 깔고 고기 얹은 다음에
무 채 썰어서 잠깐 절였다가 꾹 짜서 무친 다음에
새우젓에 매운 고추 다져 넣고 고춧가루도 조금 뿌리고 물 쬐끔 넣어서 섞어 종지에 담고
배추 헹궈서 소쿠리에 담고
돼지 고기 건져서 도마에 놓고
도마 채로 식칼 들고 앉아서 썰어서 먹었어요.
시간이 가고
나이도 먹고
10월도 끝 자락
연말 다가오고
이런 성찰의 순간에도 나의 화두는
기승전밥먹기
남편하고 결혼 기념일 기념으로 오징어 덮밥, 낙지로 업그레이드 이런 얘기만 하고 먹지는 못해서
지금 마음의 안정이 안되고 있어 가지고요
다음 주말에 친구들 만나면 점심으로 낙지 볶음 먹으려고요 헤헤헤.
낙지 볶음 먹고 나서는 순대국 먹고
그 다음에는 조기 구이 먹고
그러고 나면 대충 생활에 안정이 찾아올 것 같아요.
멜랑꼴리할 번 했던
10월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 하렵니다.
모두들 잘 먹고 잘 살기로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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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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