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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잘린 머리에는 색동 모자 이쁜아짐 (ejpkryan) 2015-11-30  15:54:49
명절은 힘들어요..그렇죠?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했는데도
집에 오고 나니
피곤해요.



이번 추수감사절은
막내 시누가 하와이에서 명절 맞춰서 다니러 왔어서 
저도 그 쪽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지난 추석 때 노여사한테 가려다 역시나 막판 컨디션 난조로 못가는 바람에..


노여상와의 계획을 이런 식으로 망가 뜨리는 것은
웬만한 컨디션 난조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위나 마찬 가지.
택시로도 못 움직일 만큼의 심각한 난조여서 그냥 집에 있었어요.
셋째 성도 실망하고
노여사도 실망하고 
그래서 이번엔 한국 추석 못 쇠고 건더 뛰었으니 
미국 추석이라도 쇠야죠.


남편과 같은 날 집 나서서
남편은 자기 가족에게로 가고
저는 셋째 성과 함께 노여사와 4박 5일 간의 명절 보내기 대장정에 돌입하여
먹고 뒹굴고 먹고 뒹굴고
배는 짐볼처럼 튀어 나오고
머리는 사고쳐서 싹둑 잘리고.


그렇게 마치고 어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노여사 쓰시는 브러쉬 모양의 전기 컬러(아주 아주 옛날 거)로 머리 좀 말아 보겠다고 하다가
머리 엉켜 가지고요.
일단 코드 뽑고 엉킨 머리 풀겠다고 용을 용을 쓰다
결국 가위로 잘라 냈어요.


사고는 옆 머리에 쳤고요
그러고 나니까 뒷 머리랑 차이도 너무 심하고
어차피 머리 전체적으로 다시 다듬을 타이밍이기도 해서
셋째 성이 뒷 머리 자기가 다음어 주겠다고 나서서 맡겼더니


첫 가위질 '싹둑' 하는데
느낌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굉장히 과감하게 자른 느낌이 나는데...?
자기 머리 아니라고 상당히 대범하게 가위질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고 쓱 뒤돌아 봤더니...
옴마나,,,,,한 뼘을 싹둑.


그래서 긴 머리가 
지금은 어깨 조금 덮는 긴 단발이 되었어요.
머리 숱 많으면서 머리 카락이 뻣뻣한 사람들은 이해 하실 거예요.
이렇게 되면 머리가 피라미드 형태가 된다는 것을요..
난 거기다 얼굴도 큰데...
그리고 목도 짧은데...



그래서 저같은 사람은 긴 머리가 제일 관리가 편하거든요.
묶으면 되고
틀어 올리면 되니.


노여사가 몇 초간 말없이 쳐다 보시다



너 머리는 빨리 자라니?


하고 물으셔서


머리 굉장히 빨리 자란다고 대답 했습니다.


집에 와서
나의 굉장히 잘 듣는 전문가용 머리 가위로 조금 더 다듬을 계획 이었으나
그냥 놔두려고요.
여기서 또 제가 어설프게 더 손댔다가는
밤송이처럼 될 것 같아요.
한 2주 정도 기다렸다가 동네 중국 사람들 하는 미용실가서 다듬고 오려고요.



아니 성님은 내가 닭발까지 해서 먹여 놨더만
내 머리를 왜 이렇게 만들어 놨담!



이번 명절 동안
노여사님께 각자 먹고 싶은 것 한 가지씩 말하기, 했었는데
저는 꼬리 곰탕도 먹고 자반 굴비도 먹고
셋째 성은 닭발을 해달라고 했대요.
저는 밖에서고 집에서고 저희 식구가 닭발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평생에 없었는데
웬 닭발...?



그래서 여사님께서 닭발 두 팩을 사다 놓으셨는데
두 분이 알아서 드시겠거니 하고 있었더만
막판에 저더러 양념을 하라시는 거예요.


저 닭발 못 먹거든요.
누구처럼 없어서 못 먹는게 아니라
이건 진짜 못 먹어요.



저는 닭발을 해 본 적은 커녕
먹어 본 적도 없다고 했더니
그럼 어떠냐고, 양념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저더러 하라고.
오징어, 돼지불고기 하듯이 똑같이 하면 된다고
내용물만 닭발이라고.


아...난감해라.


그래서 셋째 성한테 인터넷에 '닭발' 쳐보라고 한 다음에요,


저는 그거 삶을 때 부터 냄새도 싫었고
(제가 닭 별로 안 좋아 하거든요.
터키도 싫어서 매 해 추수감사절에 시집 안 가고 도망 다니는데...)
그 모양도 보기 싫어서 외면하고 있었는데
저더러 양념을 하라고...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를 메인 양념으로 해서 대충 했어요.
손으로 버무리는데 속이 울렁울렁..
안 보고 버무릴 수도 없고
보고 있자니 내 손도 닭발 같고.
괴로웠어요. 많이.


저는 전 날 노여사 요청으로 했던
저의 시그내쳐 디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뿌듯~~) 녹두 빈대떡 두 장 데웠고요
두 분 앞으로 닭발 한 대접 담아서 서빙 했더니
와...




노여사는 소주 반주 곁들여 드시면서, 아니 얘는 왜 이 맛있는 걸 안 먹는대? 하시고
셋째 성은 쪽쪽 쪽쪽 거리면서 어찌나 열심히 먹던지.



중간에 셋째 성한테 몇 개째 먹고 있는거냐 물었더니
다 먹고 큰 뼈 몇 개인가 세면 된다고 하더니
다 먹고 나서 열 세개 먹었다네요.
노여사는 그것 보다도 더 드신 것 같다고 하시고요.



......놀라워라.


지금 다시 닭발 얘기 하니까 또 속이 쪼끔 안 좋아 지려고 해요ㅎㅎㅎ



조금 있으면 남편 들어 올텐데
머리 잘렸다고ㅋㅋ 미리 언질은 해놓긴 했지만 그래도 슬퍼할 것 같아요.
여사님께서 떠 주신 색동 모자 뒤집어 쓰고 있을까 봐요.



옛날 옛적에 뜨게질 솜씨로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리 셨더랬는데
미국 오고 부터 사는 것 바빠 딱 끊으셨다가
몇 십년 만에 올해 다시 바늘 잡으셨어요.
씨니어 센터에서 하는 뜨게질 클래스 가셨다가 
왕년의 열정과 기술이 다 살아 나셔 가지고
요즘 엄청나게 실 사다 이것 저것 마구 마구 뜨고 계시길래
저는 소박하게 색동 모자 하나 떠 달라고 해서 받아 왔어요.



작년, 재작년에는
큰 언니가 워머를 마구 마구 뜨길래 
색깔 별로 다 집어 와서 목도리는 더 이상은 필요 없고요.



셋째 성은 회사에서 두르고 있을 망토를 요청해서
망토 아주 예쁘게 떠 주셨고
(그런데 왜 회사에서 망토를 두르고 있나요?
셜록 홈즈가 사장인 탐정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반 회사 다니면서..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계속 뭐가 필요 하냐고 하시길래
목도리는 아주 많으니까 모자나 하나 떠 달라고 하면서
여사님 뜨게질 바구니 안에서 자투리 실들 꺼내서 이것들로 떠 달라고 했어요.


한 삼십년도 더 전에, 저 국민학교 3학년 때 였던 것 같아요,
어느 해 겨울에 5남매 두꺼운 겨울 스웨터를 일사 천리로 떠 주셨던 적이 있는데
항상 그렇듯 저는 막내니까
제가 맨 나중.


큰 언니, 오빠, 둘째 언니, 셋째 성 것 까지 다 뜨시고
제 차례 됐을 때는
자투리 실들로 뜨시는 거예요.
전부 색은 다 회색있었지만 
오빠 것은 더 짙은 회색이었고
회색도 실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제 스웨터는 큰 테두리에서 회색은 맞는데 색동 회색.



언니들 것은 다 예쁜데 내 것만 왜 이러냐고 떼 쓰고
거지 같다고 울고.
그 때 그 스웨터 정말 입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나이 다 먹고 중년 되서는
자발적으로 자투리 실로 떠 주십사,
지금은 실 아끼느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그리고 기왕지사 자투리로 가는 김에 확실한 색동으로 가자고
무려 네 가지 색을
베이지, 초록, 주황, 노랑, 아 몬살아ㅋㅋㅋ



이래야 막내답지.
막내는 색동이지 암만.



끝에 방울은 싫다고 했는데
성님과 여사님은 방울이 있어야 예쁘다고 우겨서
결국 방울도 달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귀 검사하러 병원 가는데 뒤집어 쓰고 가야지~~
머리가 왜 계속 아픈 거냐고 물어 봐야 하는데
중년 아줌마가 방울 달린 색동 털모자 쓰고 가면 
의사 선생님이 
제 머리가 아프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신경써 주실 것 같아요.



조금 있다 들어 올 남편은 내일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는 막내 시누랑 함께 오는데
시누가 저녁 사준다고 나가서 먹자고 했다는데
남편은 그냥 집에서 먹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모처럼의 외식 기회를 자기가 차버렸다가는 저한테 후환이 두려우니
제 의중부터 탐색을 하길래
제가 인도식 카레 해줄테니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습니다.



인도식 카레를 어떻게 기똥차게 할 예정인가 하면,,,
친구가 줬어요. 
페이스트 그냥 짜면 되요ㅋㅋㅋ
페이스트 짜는 순간에 남편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빨리 서둘러야 할 듯요.




터키 피하다 닭발에 걸려 버렸지만
여튼 큰 명절 한 건은 치러내서 홀가분합니다.
다음 번 친정 식구들과의 붓 캠프는 음력 설에 하기로 했는데
닭발은 이제 절대 다시는 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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