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어찌 어찌
꾸역 꾸역 한 해 다 보냈네요.
작년 말 쯤 시작해서 만으로 일 년이 넘은 저의 노푸의 결과는
지금 상태로는 만족스러워요.
그 동안
밀가루 푼 물로도 감아 보고
기름기가 쫙 빠지면서 머리가 뻣뻣해져요.
그래서 이건 머리카락에 힘 없는 사람이 하면 좋겠다...
추천도 해줄 수 있겠다 했는데
셋째 성 말이
저렇게 밀가루 물 하수구에 흘려 보내는게 또 환경에 무지 않좋은 거라고.
왜냐고 물어 봤더니
잘 모르겠는데 어디서 봤대요. 안 좋다고.
그래서 그것도 서너 번 했다가 그만 뒀고요.
내 머리카락 살리자고 시작한 노 푸지만
친환경으로 살지는 못해도
환경의 역적질은 하지 말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죄책감 들어서 밀가루 물로 머리 감기도 그냥 그만 두고.
샴푸, 세안, 바디 워시 다 된다는 물 비누를 셋째 성이 한 통 선물해 줘서
그거 쓴 지 한 서너 달 됐고요.
그리고 비누도 하나 새로 쓴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이건 집 바로 코 앞에
그리스 수퍼 마켓이 하나 새로 생겼는데
구경 삼아 들락 거리다가 뭐라도 하나 팔아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와 본
그리스에서 제일로 역사 깊은 비누 회사에서 만든 올리브 오일 비누라는데
써 보니까 이것도 괜찮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아마존 가서 찾아 보니 있더라고요.
그래서 후기들 읽어 보니 꽤 좋았어요.
인공 향 같은 것이 안 들어가 있어서 포장 뜯으니
옛날 한국에서 쓰던 빨래 비누 냄새가 나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일단 목욕하면서 속옷 빨 때 쓰면 되겠다 하다가
머리도 한 번 감아 봤더니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았어요.
머리카락이 막 뻣뻣해 질 줄 알았는데 안 그렇더라고요.
남편도 샤워 하면서 써 보더니 느낌 좋다고ㅎㅎㅎ
그래서 지금 현재
세척용으로는 물 비누와 저 올리브 오일 비누 번갈아 쓰고 있고
컨디셔너 대용으로는
식초 희석한 물과 동백 기름 한 방울 떨어 트린 물
이렇게 번갈아 하고 있어요.
초반에 열심히 했던
아보카도다 마요네즈다 계란 노른자에 올리브 오일이다 해서
별의 별 거 다 끌어다 해댔던 딥 트리트먼트는
이젠 귀찮아서 안하고 있어요.
저렇게만 감아도 이제는 머리카락 상태가 마음에 들어요.
찰랑찰랑까지는 아직도 아니지만
빗자루 털에서 이제는 사람의 머리카락 느낌이 나고요.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건강해 졌다는 것이
플라스틱 롤 말아 보면 알겠더라고요.
여름까지만 해도
머리 얼추 말라갈 때쯤 롤 2시간 정도 말았다 풀면
컬이 전기 컬러로 만듯이 짱짱하게 나오고
자고 다음 날 되도 안 풀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더 오래 말고 있어도 컬이 그리 짱짱하게도 안 나오거니와
더 금방 풀려요.
제 머리카락에 탄력이 생겼다는 의미로 전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번 머리 싹둑 잘라 낸 것으로
지난 세월의 상한 머리카락이 거의 다 잘려 나간 것일 수도 있지만
여튼 이제는 사람 머리카락 같아요.
마음에 두고 있던 동네 중국 미용실에 가서 머리 다듬고 온 것도 대만족이고요.
저에게 온 미용사가
처음 인상이랑 느낌이런게 마음이 편했어요.
최대한 간결하게 목적을 설명 했어요.
길이는 거의 손대지 말고 다듬어 달라고.
우리 언니가 이렇게 해놓은 건데
그냥 지금 보다만 낫게 해 달라고.
막 웃으면서 빗질을 하고 첫 가위질을 하는데
안심이 되더군요.
아 내 뜻이 제대로 전해 졌구나..
이 미용사가 경험이 좀 있는 사람이구나..
머리를 만지는 일이나
마사지를 받는 일이나
손톱을 관리 받는 일이나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기운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지는게 참 중요한데
금방 끝난 헤어 컷이지만
그 잠시 동안 아주 편안하게 맡겼고
결과도 마음에 들어요.
이래서
머리카락 부분은 걱정 다 해결이요.
올해는
머리 밖에 달린 머리카락을 정상화 시켰으니
내년엔 이 머리 속 안을 정상화 시키는 걸로
새해 다짐을 해봅니다.
열심히 몸 때만 밀게 아니라
마음의 때도 좀 씻어 내면서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내년 한 해는 보내도록ㅋ
남편은 조금 있다
뉴 이어스 이브 연주하러 나갈 거예요.
작년 뉴 이어스 이브에
매년 이렇게 나랑 술만 퍼 마실게 아니라
당신도 언젠가는 오늘 같은 날 연주를 해야 할텐데...
그런 날 올거야 힘내자!
했는데
올 해
오늘 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연주하러 나가기 위해서 짐 챙기고 있어요.
어제 열심히 기타 줄 갈고 알콜로 닦고
앰프 연결해서 시범 연주 해 보고
근사한 파티 장 어디 초청 받아서
돈 척척 받아 오는 연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여러 사람 앞에서 할 거라
저는 남편한테
꿈이 이루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잘 하고 오라고 격려해 주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잡다하게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엄청나게 바빴거든요.
돈이 안되도 바빠서 좋다고 당사자는 만족하고 있어요.
오늘도 하루 종일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잘 하고 오기를 바라면서.
열두 시 땡! 칠 때
저는 집에 혼자 있겠지만
조용히 혼자 놀다 열두 시 전에 자려고요.
추수감사절이다
크리스마스다
뉴 이어스 이브다
저는 그냥 이런 명절이랑 어수선한 느낌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 다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고 있어요.
남들은 다 좋아라 하며 즐기고 놀고 하는데
정말 이상 성격자같긴 한데
그래도 새 해 첫 날 먹겠다고
떡국떡은 미리 사다 놓은 이 치밀함.
보너스로 나박 김치도 어제 담가 놓았고요.
전 올해는 이 말썽 난 오른쪽 귓구멍 때문에
사실 별로 즐겁게 보낸 한 해는 아니었어요.
몸이나
마음이나
지갑 사정이나
올 한 해가 그리 쉽지 않았던 모든 분들, 우리 다 같이 그룹 허그 한 번 하고 올 해 보내요.
토닥토닥...
쓰담쓰담...
괜찮아 질 거예요 다...
나아질 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우리..
모두들
내 년은 더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해요.
여러분 모두
한 해 동안 감사했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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