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뭔가 꾸준히 계속 할 운동을 하나 배우고 싶다고.
태권도? 실내 암벽 등반? 복싱? 폴 댄스?
둘째 언니한테 리스본 여행 갔다 와서 뭔가 시작을 해야 겠다고 하고는
이것 저것 알아는 봤는데
평생에 운동이라고는 전혀 해 본 적이 없어서
뭘 해야 할 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체력을 키우고 싶고
몸에 근육을 만들고 싶고
건전한 취미를 갖고 밝게 살고 싶다,
이런 희망 사항은 있는데
뭘 어디서 시작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계속 이것 저것 알아만 보다가
유툽에서, 진짜 이게 어떻게 어쩌다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
달라기 운동 영상을 보게 됐어요.
처음엔 4분을 걷다 1분을 뛰고
이것도 막 빨리 뛰는 거 아니고 그냥 아주 천천히 걷는 속도 정도로 뛰어도 된다고.
이걸 30분 동안 반복.
여섯 번이겠죠?
그 다음 날은 쉬래요.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날은
4분 걷다 1분 30초 뛰기?
이거 30분 동안 반복.
그 다음 날 쉬고.
이런 식으로 걷기랑 뛰기를 섞어서 총 30분 운동하고 다음 날은 쉬고
뛰기를 점차적으로 늘려 가고 해서
한 달째 되는 날은
30분을 쭉 달리는 걸로 끝나는 한 달 짜리 트레이닝 이었어요.
완전 달리기 전혀 안 해 본 초보들을 위한.
저 영상을 보고,
이걸 해 봐야 겠다! 마음 먹고 시작을 했어요.
9월 18일.
그냥 워킹화로 평소에 신고 다니던 운동화로 시작은 하고요,
러닝화를 장만해야 겠다 해서
러닝화 리뷰들을 찾아 보고 공부를 해서 일단 한 켤레를 사고요,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무조건 쉬었다 다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발목이나 무릎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쉬었어요.
그러면서 또 초보 달리기 이런 거 찾아 보니
러닝화는 한 켤레만 신으면 안된대요.
번갈아 신는 거래요.
그래서 러닝화를 한 켤레 더 샀어요.
그러면서 차근차근 프로그램을 따라 갔어요.
통째로 일주일씩 두 번 쯤 쉬었고
그랬다 또 뛰고
4분 걷고 1분 뛰기로 시작해서
2분 걷고 15분 뛰기,
20분 뛰기,
25분 뛰기,
그러다 원래는 한 달에 끝내는 건데 저는 거진 두 달 되는 시점에
드뎌 30분, 쭈욱 풀로 달리기 까지 하게 되는 날이 왔어요.
저 날 아침에
달리기 하러 공원 가는 길에
가슴이 뭉클도 하고 벅차 오르고
어찌 저찌 여기까지 왔긴 왔네. 하는 생각에.
30분 동안 쭉 뛰었어요.
거리는 2마일, 3킬로.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어요.
저게 2주 전이요.
앞으로의 계획은 겨울 동안 (지금 부터 2월 말까지)
주 2-3회 30분 달리기요.
거리를 늘린 다거나 속도를 늘린다 거나 이런 목표는 없고요,
그냥 주 2-3회 아침에 30분 달리기.
달리기 하라고 막 부추기는 영상들 보면 별의별 좋은 말들 다 하더라고요.
인생이 바뀌 었다느니
화를 안 내게 되었다느니.
앞으로 인생이 바뀔 지는 모르겠는데
화가 안 나지는 않더라고요.
두 달 전에 비해서 제가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노 여사랑 완전 끝장나게 또 한 판 했었어요.
그러고 하루 만에 제가 화해의 제스쳐를 했는데...
이게 바뀐 거려나....
저거 달리기라고 시작 했다고
유툽에서 뭘 이것 저것 많이 찾아 봤는데
그러다 본 것 중의 하나에서, 웃으면서 달리래요.
즐겁게 달리라고. 웃으래요.
그래서 제가 달리기 하면서 웃는 연습해요 요즘.
워낙에 웃지도 않고 항상 찡그린 인상이라.
저도 남들 볼 때 찡그린 사람 보면 괜히 기분 나빠지고
웃는 사람 보면 기분 좋아 지니까
나도 좀 웃으면서 살자. 고만 찡그리고.
그래서 30분 달리기 하는 동안 웃는 연습해요.
저렇게 웃는 연습 시작 했더니 또 어떤 유투버 하는 말이
자기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지나치는 사람들의 오늘 하루 행복을 빌어 주래요.
저 말을 들었을 때,
띠용~ 했대요.
지나 가는 사람, 모르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라고?
그런데
마음 속으로 그러기 시작 했대요.
달리면서 앞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오늘 저 사람이 행복 했으면 좋겠다' 하고요.
저도 저 말 들으면서 띠용~~했어요.
살면서,
오늘 하루
다른 누군가가 행복 하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러기 시작 했어요.
제가 운동 하면서 지나치는 모든 사람의 그 날 하루 행복을 기원 했어요.
웃는 연습 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제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요.ㅗ저를 기특해 하고 응원해 주고.
제 자신이 느끼는 건...사실 잘 모르겠어요.
전 활력과 체력 증진을 목적으로 시작 했는데
활력이 생겼는지 체력이 증진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달리기를 하기 전의 내 생활과
지금의 내 생활을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좋긴 해요.
제가 달리기를 시작 했다고 하니
다들 응원해 주면서,
잘 했다고,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
해 보니까....
또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계속 할거면 뭐 이것 저것 있으면 좋은 것들 많더라고요.
러닝화도 두 켤레 보담은 세 켤레가 낫고.
그런데 또 보니
저는 운동도 안하고 살얐는데
뭐가 대충 다 있어요.
없는 거 사려고 하려던 차에
우연히 건너 건너 해서 또 얻고요.
혹시나 해서 친구들한테 물어 보니
줄 수 있다고 해서 또 얻고.
그래서 러닝화 말고는 딱히 크게 돈 들어 간 건 없어요.
30불 짜리 마사지 건 하고.
아,,,좋아진 거 있어요 참.
달라기 시작하고 화장실 잘 가요.
저 일주일 씩도 못 가고 그런 사람 이었는데..
(넘 끔찍하죠. 생각만 해도)
정말 많이 도움 되고 있어요.
자는 것도 나아 지는 거 같아요.
여전히 밤에 두 세번 깨기는 하는데
깨서 한 두 시간 못 자고 그러지 않고
비교적 빨리 다시 잠 들어요.
이러다 보면 인생이 바뀌려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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