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둘째 언니, 셋째 성, 그리고 현경 양이
콜롬비아 여행 중에 있습니다.
현경 양이 지난 가을 학기에 공부하러 거길 갔거든요. 올 해 5월에 마치고요.
그래서 둘째 언니도
일생일대 처음으로 2주 휴가를 냈고
셋째 성도 안쓰던 휴가 쭉 내 가지고
월요일에 저기 날라 갔어요.
이 빅 이벤트를 계획할 때
저는 처음부터 애저녁에 빠졌어요.
나는 여러 사람이랑 같이 움직이는 여행은 못 한다고요.
이제는 밤에 잠을 잔다 치면
누워야 하는 시간에 누워야 하고
조용해야 하고 어두워야 하고
그래도 제대로 못 자서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대충 때 됐으면 에지간한 데 찾아서 먹고
어디 움직일 때
무슨 예약이나 비행기 시간 기차 시간
이런거 시간 맞춰서 움직일 때
저는 늦지 않게 움직여야 하고.
둘째 언니랑은 아무 문제 없는데
셋째 성은 진작에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요.
지난 세월, 함께 한 몇 번의 장거리 여행 경험으로
제가 다짐한 게 있어요.
함께 하지 않는다....
현경 양은, 제가 작년 리스본 여행을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쟤도 시간 관념에 문제가 크더라고요.
제가 얼척이 없는게
쟤는 어디 가려고 하면 하도 늑장을 피워서 뭐라고 하는 저한테
앵자이어티, 가 있대요.
식당 예약해 놨는데 투어 하고 돌아 가는 길에
교통 사고 몇 건 씩이나 있어서
차가 엄청 밀려 가지고 예약을 한 시간 변경 하고도
15분 정도 늦을 거 같은 거예요.
제가, 아이구 우리 그래도 10분 넘게 늦게 도착 하겠네, 가서 미안 하다고 해야 겠다, 했더니
얘가 정색을 하면서
뭐하러 그래, 늦을 수도 있지.
그래서 제가 너무 놀랐어요.
현경아, 거기는 작은 식당이고, 예약만 받는 의미가 뭐겠어.
우리가 늦으면 그 식당에 피해 주는 거야.
그리고 어떤 시간 약속이든 늦으면 안되는 거야. 늦게 되면 미안한 거고.
제가 그래서
이런 게 가정 교육인가...? 싶어서
둘째 언니한테 물어 봤었어요.
아니 몰랐는데, 현경이가 그러더라. 약속 시간 개념이 없더라?
했더니 둘째 언니가 어쩌고 저쩌고 막 쏟아 내는데
결론은 나는 안 그렇다,
지 애비 닮았나 보다. 요.
저는,
제가 셋째 성이 진짜 하도 약속 시간 늦는 걸 밥 먹듯이 해서
제가 진짜 저거 너무 너무 싫어 하거든요.
저는 남이면
버릇처럼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하고 안 만나요.
가족이니까 계속 만나야 해서 만나는데
정말 심각해요.
옆에서 보면 늦는 이유는 다 있죠.
그걸 본인은 모르느냐, 알죠.
그럼 그걸 고칠 것이냐, 아니죠.
저는 휴가라고 돈 쓰고 시간 쓰고 가면서
매일 매일 매 순간, 저거 땜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화 내기 싫어서
아예 첨부터 같이 안 간다고 했어요.
내일 9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면
8시에는 일어 나서 준비를 해야 하고
8시에 일어 나려면
밤 12시에는 자야 하고.
제 생각은 이런데 저 사람들은 안 그렇고
저는 그걸 너무 잘 알고
둘째 언니는 성격이 좋아서
이렇든 저렇든 다 그 때 그 때 오케이 오케이 하지만
전 그렇게 못 하거든요.
지난 추석 때
셋째 성이랑 셋째 성 엄마 모시고 저랑 셋이서
내쉬빌 다녀 왔는데
아주 드라마 만땅이었어요.
공항에서 보딩 하는 거 기다리면서
제가 화장실 갔다 올거면 미리 갔다 오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둘 다 안 간다고 하다
보딩 시작 한다고 안내 방송 하니까
둘이 다정하게 화장실 간다고.
맨 마지막에 비행기 타서
캐리온 실을 자리 없다고, 부쳐야 한다고,
제가 가방에 자물쇠가 없다, 승무원이 내 사정 아니란 식으로
부쳐야 한다, 너네 땜에 사람들 기다리지 않냐,
이렇게 싫은 소리 듣고
가방 부치고, 기내에 실었으면 내릴 때 가뿐하게 가지고 내렸으면 될 걸
부쳐 가지고
짐 내리는 거 한참 기다리다 안 나와서
또 여행사 창구 가서 물어 보고 찾고.
제가 저 짓을 하고는
다짐 했어요.
다시는 셋째 성하고 비행기 안 탄다고.
가방 어거지로 부치게 된 다음에
너무 화는 나지만 화를 낼 수가 없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절망감으로 울었거든요.
음료수 준다고 도는데 제가 필요 없다고 하고
계속 울었어요.
셋째 성이랑 셋째 성 엄마, 둘 다 쫄아 가지고
제 눈치를 계속 보다
공항에 문제 생겨서
뉴욕으로 못 내리고 피츠버그로 갔단 말이죠?
기장이, 지금 라과디아 공항이 닫혀서 못 간다고,
일단 여기로 왔고,
비행기 내려서 뭐 좀 먹으면서,
게이트 옆에 스탠바이 하고 있으라고.
내리기 직전에,
셋째 성이 전화기에 메모를 해서 보여 주더라고요.
너 덕분에 나는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왔다 갔다 하는데
미안하다, 이 부족한 언니를 용서해라. 뭐 이렇게 써서.ㅇ
그러고 내려 가지고
제가 마음을 좀 풀어서
일단 뭐를 좀 먹어야 할 거 같다고 기장이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보니 게이트 바로 옆에
햄버거 팔고 맥주도 팔고 하는 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됐다 하고 저기 가자, 했더니
셋째 성이 잠깐 기다려 보라고 하면서
자기가 공항 식당들 앱을 깔아서 지금 찾아 봤다고
게이트 33옆에 이런 식당이 있다고 여기로 가자고.
그래서 봤더니,
여기도 햄버거 팔고 맥주 파는 데 잖아.
다른 게 뭐가 있어?
기장이 게이트 옆에 있으라잖아.
똑같이 햄버거랑 맥주 파는 덴데, 다 공항 안 식당인데 왜 여기를 가야 돼?
셋째 성은,
뭔가 빠른 결단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파리 갔었을 때,
나는 배가 고픈데 여기 들어 가서 먹자 하면,
잠깐만, 하고 다른데 한 번 찾아 보자, 하고
또 가다 여기서 먹자, 하면 아니 잠깐만.
이러다, 점심 시간 지나서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으로 문들을 닫고에
저는 체력도 바닥 나고
너무 열 받아서
길 바닥에 앉아서 울었어요.
그냥 좀 아무데서나 먹자!!! 배 고파 죽겠다고!!!
하면서.
아무데나 들어 가서 먹어서 부실하고 불만족스러울 수 있죠.
그럼 그냥 아 여기는 별로네, 하고 다음 번에 좀 더 좋은 식당 찾아 보자, 할 수도 있는 거 아녜요.
여행 가서 매 끼니 사 먹어야 하는데
몇 번 실패 할 수도 있는 거지,
매 끼니 얼마나 완벽한 식당을 찾는다고.
뉴욕에 떨어 졌어야 하는 시간 보다 비행기가 두 시간을 더 하늘에서 돌다
비행기 기름이 떨어져서
다른 도시에 착륙해서
일단 밥 먹어 두라고, 게이트 가까운 데서 스탠바이 하라는데
무슨 공항 식당 앱을 깔아서 서치를 하고...
지금 무슨 맛집 탐방 하냐고요...
결국 찾은 게 내가 먹자고 한 식당하고 똑같은 메뉴 파는데.
저는 화 안 냈어요.
화를 죽이고 그냥 한 마디 했어요.
기장이 게이트 옆에 있으라 잖아...
여기도 그냥 햄버거 파는 데 잖아...
그럈더니 또 갑자기 화들짝 하면서
아 그래 그래, 그럼 그냥 저기 가서 먹자.
이래서 보니, 테이블 다 찾죠. 대형 식당도 아니고 공항 안 조그만 식당인데.
다 저희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셋째 성이, 완전 똥줄이 타 가지고 막 조급해 가지고
자기가 맥도날드를 찾아 내서 햄버거를 사 올테니
너는 여기 앉아서 기다려라, 엄마랑.
이러고 휘리릭 어디론가 뛰어 갔는데
결론은 또 맥도날드 찾아 가서 줄이 긴데 그거 다 기다렸다
또 그 짓거리를 한 거예요.
맥도날드 바로 옆에 치폴레가 있어서
자기는 맥도날드 보다 치폴레가 더 좋아서
제 꺼랑 자기 엄마꺼는 맥도날드에서 사고
자기는 치폴레 가서 사려고 갔더니
치폴레 문 닫았더라고.
저 같음 치폴레가 맥도날드 보다 더 좋아도
저런 상황에서는 그냥 맥도날드에서 한 번에 주문 해서 먹고 말텐데....
그래서
햄버거 두 개 셋이 나눠 먹으면서
제가 다짐에 다짐을 했어요.
내가 이 사람과는....다시는 여행 하지 않는다....
지금 매일 매일
사진 두어 장씩 보내 주는데
좋은 시간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생전 처음으로 긴 시간 휴가 처음 가져 보는 둘째 언니도,
여기 저기 온갖 데 다 쏘다니며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서
일만 하느라 아무 데도 못 가고 아무 것도 못 해 본 자기 엄마 안쓰러워서
자기 엄마랑 꼭 여행 해 보고 싶다던 현경 양도,
평생 못난 가족들 뒤치닥 거리 하느라
자기가 번 돈은 자기한테 쓰는 법도 다 잊어 버리고
가기 전 날 까지도 회사 일 하다 간 셋째 성도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찍은 사진 보니까,
이야 좋네. 나도 저기 있었으면 좋았겠다,
1초 생각 하다가도 바로 정신 차리죠.
밤마다 잠 못 자고 아침마다 안달하고 끼니 때 마다 젤 좋은 옵션 선택 하느라 고생.
아마 나는 사진 찍을 때 웃고 있지 못했을 거라는 걸 깨닫죠.
저거 다 소화 가능 한 둘째 언니가 보살이고.
저 분들은 저 분들대로 제가 너무 예민해서 제 눈치 보는거 힘들다 하더라고요.
시간 맞춰 준비해서 움직이고 잘 시간에 자자고 하는게 예민이면....
암튼지 저는 앞으로도 여행은 혼자 하던가, 아니면 친구들이랑 하려고요.
친구들이랑 캔쿤 갔었을 땐 문제 1도 없이 좋기만 하더군요.
모르죠. 친구들도 새벽 2시 까지 깨어 있고 싶었는데 저 땜애 일찍 자고
일찍 일어 나서 움직이는 저 땜애 힘들었었을지도?? ㅎㅎ
그래도 다시 한 번 가는 거 계획 중이니, 아주 많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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