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시골로 올려 보내고

저는 수요일부터 3박 4일 둘째 언니네 있다 어제 저녁에 컴백홈 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의 정석인 우리 집.

꼴랑 땡스기빙 기념 만두 한 번 끓여 먹기를

기어이 또 사단이 나서.

이번엔 애들 문제.

 

 

이 어른들이 좀 참고 잠잠하게 지내는가 싶더니

이것들이 대를 이어서 풍파를 일으키기로 작정을 했나..

큰 조카 양이

둘째 언니네 애들한테 한 바탕 퍼붓고 가는 바람에

당연히 어른 싸움 됐고요,

이 쪽 집에도 이모

저 쪽 집에도 이모인 이쁜아짐은

 

 

 

어떻게든 이 싸움을 피해 가려고 했으나

어느 쪽이든 의견을 보태야 하는 궁지에 몰리면서

3차 대전이 일어 나서

지금 저는 큰 언니랑 한 바탕 하고

그 집 딸인 큰 조카양하고 단 둘이 회담을 갖기로 했어요. 오늘 저녁에.

 

 

 

우리 5남매

어느 하나 떵떵 거리고 사는 집 없지만

그 중에서도 둘째 언니는 많이 힘들게 살았고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거기다 이 엄동 설한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요.

그것도 뉴욕 생활 완전히 정리하고 멀리 떨어진 저 쪽 어디메로 가는 그런 대형 이사.

 

 

저한테는 엄마같은 언니인

착하디 착한 둘째 언니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지금 아주 많이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시댁 가면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못 간다고 아주 살짝 고민한 끝에

화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고아 놓은

남편은 길 떠나느라 냄새만 맡다가 먹지도 못한 꼬리 곰탕 한 솥 분량부터 시작해서

저희 집 냉장고 싹 털어서

내 옷 보따리 더하기 음식 보따리 크게 두 짐 싸서

둘째 언니네 집으로 가서

3박 4일 동안

그 집 애들 밥 해 먹이고 간식 해 먹이고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설거지 하고

언니 일하러 가는 날은 아침에 도시락 반찬 싸서 보내고

설거지와 식사 준비 사이의 잠깐 틈에는

화투 놀자고 들러 붙는 그 집 아들하고 허리가 나갈 정도로 화투를 쳐 대고.

그 와중에 또 휘리릭 중국 수퍼가서 장 봐 오고.

 

 

저는 김장도 혼자 척척

그 중노동의 결정체인 김치 만두도 혼자 척척 해 놓고 나니

비로써 너무나 피곤하고 지치는 것이

땡스기빙에 식구들 다 불러서 만두 끓여 내는 것 못하겠다, 결론을 내리고

만두속을 미리 나눠 줬어요.

이만 저만해서 다같이 모여 만두 끓여 먹는 것은 생략하고

그냥 각 자 집에서 알아서들 끓여 먹으라고.

 

 

둘째 언니 것은

제가 그 집에 가서 먹을 거니까 미리 안주고 제가 집에서 쌌어요.

얼렸다가 가져가서 끓여 먹기만 하려고.

 

 

 

그랬는데

큰 언니가 고집을 피워서 들이닥치다 시피 둘째 언니네로 왔어요.

그 집 아들은 지금 뉴욕에 없고

뉴 허즈번드와 딸래미와 함께.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이쁜아짐은

이 상황이 못 마땅 했어요.

우리끼리면 몰라도

나한테는 아직 남과 별 차이 없는 큰 언니의 그 분이

원래도 어수선하지만 지금은 더 어수선한

같이 둘러 앉아 먹을 밥상도 없는 이 집에

(이 집 밥상이 저희 집에 있거든요)

온다는 것도 불편하고

 

 

 

딱 잘라서 오지 말라고 말을 못하는 둘째 언니도 그렇고

대충 그만큼 둘러서 말했으면 알아서 안 오면 돼지 구태여 오는 큰 언니도 그렇고

저는 둘 다 못마땅 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들이 닥쳤고

저는 만두 끓이고

애들 먹인다고 닭 한 마리 오븐에 구운거 꺼내서

거실 바닥에 신문지 펴고 애들 불러 앉혀서

닭고기 뜯어서 먹이고

 

 

 

한국 영화 디비디 가져 왔다고 보는데

저는 허리가 아파서 방에 들어가 누웠어요.

둘째 언니네 애들도 어른들 보는 한국 영화 같이 보는거 재미 없으니

저 있는 방에 들어 와서 지들끼리 컴퓨터로 다른 영화 보고.

 

 

 

큰 조카 양이 열이 받은 거예요.

집에 손님 왔는데 호스트들 매너가 이게 뭐냐고.

 

 

 

그 애는 사실 저 땜에 마음이 더 상한 것 같은데

저한테 따지지는 못하니까

집에 가는 길에

둘째 언니네 애들한테 무섭게 퍼붓고 가더라고요.

(이 때 큰 언니와 그녀의 그 분은 벌써 밑으로 내려가 현장에 없었고

둘째 언니네 애들

그리고 둘째 언니와 제가 문간에 서 있었고

얘가 마구 화를 냈음)

 

 

 

저는 일단 저 날은 참았어요.

항상 한 김 식히자, 주의니까.

미친 소 날뛰듯 감정이나 화를 못 참고 지냈던 오랜 세월 끝에

그나마 세운 원칙이예요.

 

 

 

큰 언니가 다음 날 저한테 전화가 왔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언니 딸한테 들은 걸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더 얘기하지 말고 여기서 끝내자 했어요.

말 길어지면 나도 언니한테 기분 나쁜 소리해야 되니까

더는 서로 기분 나쁜 말 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넘어가자.

 

 

 

했더니,

 

 

제가 자기 딸 편 들어주는 소리 들으려고 전화했던 사람이니까

저의 이런 반응에 빈정이 상한 거예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걔(자기 딸)가 뭐 못할 소리 했느냐,

이러면서.

 

 

 

 

그래서 결국은 제 주둥이가 터져서

큰 언니랑 큰 말 싸움 했지요.

 

 

 

언니 딸이니까 언니가 잘 알거 아니야.

걔가 꼭지 돌아서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내가 언니 앞에서 언제 언니 애들 큰 소리 치면서 야단친 적 있어?

애들한테 할 소리 해도

내가 언제 내 화풀이 하듯 언성 높이면서 애들 쥐잡듯 잡은 적 있어?

언니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 그러면 안 돼.

그 집 애들이 둘째 언니가 오냐 오냐 해서 버릇이 없으면

언니네 애들은 다 똑바로 해서 내가 걔네들 받아 주는 줄 알아?

남의 집 자식 욕 하지 마.

언니네 애들도 어른들한테 뭐 그렇게 예의 바르게 한다고.

걔네들도 가끔씩 얼마나 말 싸가지 없이 하는 줄 알아?

그럼 내가 그 때 마다 언니 앞에서 말 그 따위로 한다고 지랄해?

그럼 언니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그 집 식구들은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그렇게 잘난 척이야.

지가 똑똑하면 얼마나 똑똑해서 사촌 동생들 버릇 가르친다고

이모들 앞에서 그 따위로 승질을 부리냐고.

그건 잘 한 거야?

 

 

 

큰언니도 성격이 강하고

저도 그렇고

둘이 많이 비슷해요.

이런 사람들은 한 번 맞짱뜨면 결과는 중간이 없잖아요.

처음으로 큰 언니랑 험한 말이 오고 갔어요. 각오하고.

 

 

 

다들 물러터진 둘째 언니를 핫바지로 보고 막 대하는 것에

저도 기분이 상할대로 상했거든요.

 

 

 

큰 조카양한테 제가 이메일을 보내길,

 

 

너가 애들한테 말한 주제는 니 생각이 맞다.

이모는 그것에 동의한다.

왕이모(큰 언니 애들이 제 둘째 언니를 부르는 칭호)가

애들을 너무 오냐 오냐 하고

훈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역시 이모는 동의한다.

왕이모의 훈육 방식에 이모는 90% 이상 동의하지 않으며

왕이모가 아이들 예절 교육이나 행동 방식에 더 따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옳은 말을 했어도

어제 너의 방식은 옳지 않았다.

아무리 너의 생각이 옳았어도 네가 도가 지나치게 흥분해서 쏟아 놓은 말들 때문에

정당성이 희석됐다.

너 역시 나와 애들 엄마인 왕이모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결과가 됐다.

왕이모의 훈육 방식이 객관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잘못 됐고

너와 내 시각에도 잘못되었을 지언정

제 삼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게 있는데

너는 어제 그 선을 넘었다.

훈육의 마지막 보루이자 특권은 결국은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빠인데

너가 어제 너무 왕이모를 무시했다.

 

 

 

저 아이가 그토록 화가 났던 이유는

사촌 동생들 보다 저 때문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에 대한 저의 변명도 했어요.

 

 

 

답장으로 온 긴 이메일에

자기는 이모가 그런 상황인 것 몰랐고

(가족들 다 모여 밥 먹는 것 호스팅 하는 거 힘에 부쳐서 싫다고 했고

어수선한 집에 아직은 불편한 큰언니의 남편이 오는 것 내키지 않았던 거)

왕이모가 카톡으로 지네 엄마한테 '술 가져오지 마' 라고 이 점은 확실히 했던 것,

왕이모는 애들 앞에서 대낮부터 소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모습 보이는 거 정말 싫다고 했던 것,

그런데 기어이 소주를 가져왔고

마시려고 하길래

이모가 '애들 있으니까 술은 나중에 두 분이 집에 가셔서 드시라' 했는데

기어이 소주 따서 마시고

그래서

이모는 너무 너무 화가 났었던 것,

이거 엄마가 진짜 잘못한 거라고.

 

 

제 이메일 읽고 지네 엄마한테 따졌더니

그런데 지네 엄마는 되려 화를 내더라는 것.

어른이 반주로 술 한 잔 마시는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그래서 그거 한 병 마시고 무슨 술주정을 했냐, 실수를 했냐,

그게 뭐 대수라고 난리냐.

 

 

큰언니는 저한테도 저렇게 똑같이 말했어요.

언니도 그게 대수가 아니면

애들이 인사 제대로 안한 건 그럼 무슨 죽을 죄라고

언니 딸은 밥 잘 먹고 애들을 쥐 잡듯이 잡고 갔냐고

제가 큰언니한테 전화로 싸우면서 진짜 대차게 이번엔 저도 지랄을 했거든요.

밥 먹으러 올 집주인이 싫다는데 굳이 그러는 이유는 뭐며

그렇게 개무시하고 마음대로 할 거면

언니네 식구끼리 술 먹으면 되잖아.

아니 남의 집 가서 점심 한 끼 먹으면서 그것도 못 참고 마셔야 하는거면

알콜 중독이냐?

술이 그렇게 좋으면 언니 가족끼리 그렇게 맨날 마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기 싫고 불편하다는데 억지로 그러지 말고.

 

 

 

그랬더니 전화 확 끊더라고요.

 

 

 

큰 조카 양의 길디 긴 이메일의 내용은

역시나

제가 자기 엄마, 그녀의 그 분, 홀대하는 기분이 느껴져서 그렇게 화 났던 것 맞고

또 옛날 얘기 나오는 거예요.

이모는 아무리 이모한테 다 똑같은 조카라고 말해도

자기나 자기 남동생이 느끼는 건 다르대요.

이모는 항상

현경이 현영이 더 사랑스러워 했고

그 애들 더 애기들처럼 다루고

그 애들을 더 이뻐했대요.

 

 

 

자기가 보기에 그 애들이 잘못 행동하는게 보이는데

이모는 항상 그 애들을 감싸 주고 야단도 안 치고.

이모가 이메일 해 준거 고맙고

자기는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

전화든 이메일이든 언제나 하라나.

 

 

 

큰 조카 양이 오늘 오후에 저희 집으로 오기로 했어요.

제가

단 둘이 얘기를 좀 하자고 했거든요.

밖에서 맛있는 거 사 먹자고 했어요.

이모랑 맥주도 마시고 얘기도 길게 해보자,

 

 

 

오늘 저녁엔

저 아이를 성인이라는 가정하에 얘기를 해 보려고 해요.

왕이모가 이모한테는 어떤 언니인지

옛날 얘기도 해주고

왕이모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땡스기빙이라고 가족들 모여 저녁 먹는 거

이런거 생각할 여유도 없고

왕이모에게는 이 모든 인생의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유일한 이유며

자기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이 왕이모의 아이들인데

너가 보태지 않아도 왕이모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설명을 해주려고 해요.

 

 

 

 

그 전에

오래 오래 동안

항상 이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 같아서

얄미워 죽겠는 사촌 동생에 대한 질투와

사랑을 뺏긴 것 같은 상실감을 먼저 만져 주려고 해요.

 

 

 

지하철 역에서 만나면 이 아이를 일단은 힘껏 안아주고

뽀뽀를 해주고

이 아이가 서러워서 울면 울게 해주고

어른들 관계의 영향이 아이들 관계까지 미쳐서

욕심 많고 제 멋대로인 너희 엄마 때문에

너희 엄마의 뉴욕 등장으로

그 전까지는 평화롭기만 하던 왕이모, 희야 이모(셋째 성), 그리고 이모

이렇게 이모들까지 의 다 상하고

집안이 시끄러워 죽겠고

너희 엄마는 여전히 자기 욕심 밖에 모르고

착해 빠진 왕이모 이용하려고만 들고 그래서 희야 이모나 이모가 너희 엄마한테 화가 많이 나고

이런 어른들 관계의 문제를

이제는 대충이라도 설명을 해주려고 해요.

 

 

 

이모 중학교 3학년 때

할머니랑 삼촌이 돈 벌겠다고 뉴욕을 가고

이모들끼리만 단칸방에서 살게 되고

너희 엄마가

이모 고 2때 서둘러 너희 아빠 소개 받고 결혼을 해 버리고.

그리고 그 전까지도.

고등학생, 중학생인 동생들 도시락 싸주느라 직장 다니면서 새벽에 일어난 사람은

큰 언니인 너희 엄마가 아니었고

왕이모였다.

너희 엄마 남자들 만나 연애 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느라

항상 희야 이모랑 이모 저녁 밥 해 준 사람은 왕이모였다,

너희 엄마 한창 유행하던 논노에서 옷 사입느라 이모 학교 준비물 사 갈 돈을 안 주고

이모가 그래서 옷 사입느라 내 준비물 살 돈 안 주느냐고 따졌더니

너희 엄마가 이모 따귀를 때렸다.

이모는 할아버지한테도 할머니한테도

그리고 지금껏 살아 오면서 따귀라는 걸 맞아본 게 저게 유일하다.

너희 엄마 대학 가야 한다고 할머니가 과외 선생 부쳐 주고

너희 엄마는 집 망한 후에도 할 건 다 하고 살았다.

그 때 중학생이던 왕이모가 더운물도 안 나오는 부엌에서 찬물로 쌀 씻어서 밥 하고.

왕이모가 현경이 현영이 설거지도 안 시키고 아이들 스포일 시킨다는데

이모가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왕이모는 자기 자식들도 아닌 동생들한테도 그랬었다.

 

 

겨울에 찬 물에 빨래하고

회사 다녀와서 밥 해 주고

아침엔 도시락 싸고

그렇게 살면서 한 번도

설거지는 너희가 해, 빨래 하느라고 너무 힘들어,

이런 말 못 들어 봤다.

 

 

이모가 생각해 보니 그래.

자기 동생들한테도 저랬던 사람인데

자식들한테 나 힘들다고 설거지 시키겠니?

 

 

왕이모는 너희 엄마랑은 다른 사람이야.

철철이 멋내느라 자기 월급 다 옷 사는데 쓰는데

왕이모는 자기도 한참 멋낼 나이인데

옷 한 벌을 안 사입고

월급은 다 생활비로 쓰고

그래도 이모가 나도 새 스웨터 사 입고 싶다고, 나만 거지같이 하고 다닌다고 울었더니

다음 날 옷 사 입으라고

희야한테는 말하지 말고 조용히 가서 사 입으라고

이모한테 스웨터 값 만 이 천원을 줬다.

 

 

 

이모는 그래서

아무리 왕이모가 한없이 아이들을 스포일 시켜도

이모가 나한테는 엄마같은 왕이모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왕이모한테는 목숨보다 소중한 그 아이들을 예뻐해 주는 것.

그 것 밖에는 없다.

 

 

 

이렇게 까지 자세히는 얘기 못해도

대충이라도

설명을 해주려고 해요.

 

 

어제 집에 오는 길에 둘째 언니 하는 말이,

 

 

 

저것들(자기 애들) 너한테 일주일만 붙여 놓으면 살이 통통하게 오를텐데.

그렇게 잘 먹는데 나한테서는 얻어 먹지도 못하니.

 

 

그러고 나서 보니

 

 

 

언니, 나 여기 오른쪽 입 안. 헐었네...오 마이 갓.

 

 

 

친구들하고 영화 보고 늦게 들어 온 현경 양,

밥 다 챙겨 먹고 놀았다 하더니

 

 

 

엄마, 집에 뭐 먹을거 없어?

 

 

 

밤 열시도 넘어서 화장실 가다 말고 저 지지배 부추 빈대떡 부쳐 주고.

 

 

토요일 아침 먹고는

다 같이 웃긴 드라마 하나 때리자고 보다가 광고 나오길래

물 빼러 화장실 간다고 일어 섰더니

 

 

엄마, 뭐 간식 거리 없나?

 

 

그래서 화장실 가던 길에 부엌 들어가 저 지지배 좋아하는 고구마 편으로 썰어서 오븐에 집어 넣었어요.

 

 

 

언니가 소리 지르더라고요.

화장실 갈 거면 화장실이나 가.

 

 

 

 

저 눔 지지배가 이모 알기를 식당으로 안다고 야단 한 번 맞고는

저한테 직접대고 뭐 해 달란 소리를 못해요.

그러니까 지 엄마한테 해 달란 식으로 말은 하면서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죠.

 

 

언니가

애들이 다 알고

저 있으니까 간식이 없냐는 둥, 출출하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한다고.

자기하고 있을 때는 얄짤 없다는 군요. 안 해주는거 아니까.

지 이모가 벌벌 떨고 꼼짝 못 해서 한 마디만 하면 벌떡 일어나서 다 해주니까

저것들이 저런다고.

 

 

 

그래서 입 안이 헐도록

3박 4일 동안

저 집 애들 잘 해 먹이고 잘 놀고

 

 

사단이 난 큰 언니 딸은

오늘 저녁에 다독여 주려고요.

어른들의 관계를 조금 이해 시키고

하지만

왕이모와 너의 엄마,

이모와 너의 엄마와의 관계와는 또 별도로

너는 너로써 이모는 너를 사랑하고 아낀다,

이걸 보여주려고 해요.

 

 

 

좋은 엄마 노릇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내 자식도 없이 사는 사람인데

이모 노릇만도

제 힘에 부칠 정도로 아주 많이 피곤하네요.

 

 

 

큰 언니랑은 당분간 거리를 두어 보려고요.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남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

그러느라

남한테까지 피해주고 힘들게 하는 사람

진짜 이제는 이런 관계

아무리 친자매 관계라도 저는 하기가 싫네요.

그래서

당분간 내가 안 놀아 주는 걸로 벌 주려고요.

 

 

 

큰 조카 양하고는

동네에 새로 생긴 술집 겸 식당에 갈까 해요.

애 잘 달래 줘야 겠죠.

 

 

아...인생이 너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