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와서

온 몸이 시커매 질 때 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져 버리는 이쁜아짐이

제일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포카혼타스' 닮았다 인데

 

 

저는 저 말을 들을 때 마다 속으로 혼자

후훗~!

하면서 좋아 했었거든요?

 

 

디즈니 만화 캐릭터의 여주인데...

내가 만화 주인공을 닮았다니...

후훗~!

 

 

그러다 2년 쯤 전인가

둘째 언니가 전화가 와서는

 

 

오늘 애들이 텔레비젼에서 포카혼타스 해주는 걸 보면서

 

 

막내 이모다!!!!!!!

그랬다는 거예요.

보면서 둘이 내내 막내 이모랑 너무 똑같다고

이모 보고 만든 만화 같다고 그랬다네요.

 

 

후훗~!

쟤네들 눈에는 내가 예쁜가 보지?

후훗~!

 

 

 

전화 끊고 남편한테 얘기해 줬어요.

 

 

그간

저더러 포카혼타스 같다고 말 한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고

남편 한테도 누가 나더러 포카혼타스 같다더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뭐 이런 칭찬 한 두번 듣는 것도 아닌데 그 때 마다 이런 사소한 보고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후훗~!)

언니랑 전화 끊고 처음으로 저 말을 했는데...

 

 

남편 반응이...

 

 

좀 불쾌하다는 반응인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생각엔 아닌거 같대요.

 

 

 

어머나???

포카혼타스 매력적이지 않아???

그리고 당신, 그 영화 봤어???

 

 

저는 디즈니 만화 좋아해서 당연히 봤지만

남편은 본 적 없거든요.

본 적 없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안대요.

그런데 저랑 안 닮았대요.

 

 

 

어머나??? 왜지???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

 

 

국제 결혼한 한국 여자들 하나같이 참 인물 없다라는 글을 보게 되었고

댓글 중 하나가

다들 포카혼타스 분위기라는...

 

 

 

어머나....

포카혼타스가 못생긴 거였어요???

 

 

내 눈엔 괜찮은데...

그리고 닮았다는 소리 들으면 막 속으로 혼자 좋아한 세월이 얼만데...

 

 

저 기분 나빠 했어야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전 지금도 포카혼타스가 좋아요. 헤헤.

 

 

 

이 아가씨는 가수 브랜디.

 

큰 언니 애들이 저 닮았다고 하는 가수요 ㅎㅎ

 

큰 언니가 댄싱 위드 더 스타 열혈 시청자인데

이 아가씨가 몇 년 전에 나왔었는가 봐요.

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거 보면서 그 집 애들이

이 아가씨 나올 때 마다 그랬대요. 막내 이모 같다고.

 

 

이 얘긴 해주자 마자 남편이 그런 것도 같다네요ㅋ

 

 

헤어스타일도 비슷하고

피부색도 비슷하고

광대뼈도 비슷하대요.

보니까 이 아가씨는 예쁘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ㅎ

 

 

내가 이 아가씨만큼 피부가 좋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았을 것임요.

 

 

 

 

이건 아프리카 황소 개구리인데,

이건 제가 제 자신을 생각할 때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예전에 남편이랑 동물 채널 보는데

아프리카 황소 개구리를 보여 주더라고요.

 

 

엄마 개구리가 알을 낳았는데

웅덩이가 너무 작았던 거예요.

아프리카의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물이 증발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작은 웅덩이 안의 물은 곧 마를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 안의 올챙이들은 다 죽는 것을 의미한다는,

그래서 지금 엄마 개구리는 절대절명의 고민에 빠져 있다는,

꽤 심각한 내용이었는데

 

 

엄마 개구리가 허공을 응시하고 속절없이 눈만 꿈뻑꿈뻑 하는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는 순간

 

 

제가 크게 깨달았잖아요.

 

 

어머나 자기야...

저 개구리 나랑 비슷하게 생겼다...그렇지?

 

 

 

남편은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저는 그 때 확신 했어요.

나는 개구리처럼 생겼다...라는 것을요.

 

 

 

그리고 얼마 후에

조카들 불러다 집에서 밥 먹이면서

제가 저 엄마 황소 개구리 얘기를 해주었어요.

이모랑 정말 비슷하게 생긴 개구리를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아이들한테 얘기해 주어야 하니까

재연을 해줬어요 제가.

어차피 생긴 것도 비슷한데 못할 거 없잖아요.

 

 

 

작은 웅덩이의 물은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고

낳아 놓은 알들은 다 죽게 생겼고

엄마 개구리는 속이 타들어 가고

그렇게 야속한 태양을 쳐다보며 눈을 꿈뻑꿈뻑 하다가,,,,,,,,

 

 

 

화면이 그 작은 웅덩이의 바로 밑을 잡아 줍니다.

나레이터가 말합니다.

 

 

 

바로 그 밑 웅덩이는 크기도 훨씬 더 크고 물도 넉넉하고.

거기다 알을 낳았으면 걱정할 것이 없었는데

엄마 개구리의 실수였죠.

 

 

작은 웅덩이와

큰 웅덩이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작은 웅덩이의 가운데를 둑을 허물듯이 밀어 내면

위에 위치한 작은 웅덩이의 알들이 주루룩 밑으로 내려 오게 되고

이렇게 되면 깨끗이 해결이라고.

 

 

 

엄마 개구리도 저것을 알까...?

안다면 어떻게 둑을 무너 뜨리려나...?

 

 

라고 나레이터가 말하고 나서

다시 엄마 개구리 클로즈 업.

 

 

 

이 엄마 개구리가 눈을 꿈뻑꿈뻑 하면서

웅덩이 가장자리의 가운데로 자리를 잡더니

무거운 궁댕이를 바깥 쪽으로 들썩!

또 한 번 들썩!

다시 한 번 들썩!

 

 

 

저렇게 서너번 해서 둑을 무너뜨렸어요.

 

 

 

그리고는

작은 웅덩이의 알들이

좌라락~~~~~~~~~

큰 웅덩이로!!!

 

 

 

둑이 터질 때 저는 소리 지르면서 박수를 쳤어요.

 

 

 

새끼를 살려 내고야 마는 모성의 승리!

 

 

아....감동....

 

 

 

제가 이 아름다운 얘기를 조카들에게 해주려고

아이들 앞에서 자세를 잡고 눈을 꿈뻑이면서

궁댕이로 둑을 미는 엄마 개구리 흉내를 내니까

첫 번째 눈 꿈뻑 궁댕이 들썩에

아이들이 까르르~~~~~~

 

 

두 번째 눈 꿈뻑 궁댕이 들썩에

아이들이 배를 잡고 까르르~~~~~~

 

 

세 번째 눈 꿈뻑 궁댕이 들썩에

아이들이 거실 바닥에 뒹굴며 까르르~~~~~~

 

 

 

포카혼타스도 닮았고

브랜디도 닮았고

황소개구리도 닮은 이 이모는

그래도 별명 만큼은 한결같이 이쁜이

 

 

 

내,별,명,은,이,쁜,이,

거,꾸,로,해,도,이,쁜,이!

 

 

후훗~!

 

 

 

다음 세상엔

내가 억지로 지은 별명 말고

진짜 미인으로 태어나 살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