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휴우....

 

 

지금 막 손에 음식 들려서 남편은 동네 마실 보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남편과 함께 듀오 활동하고 있는 같은 동네사는 보컬씨가

자기 집에서 뉴 이어스 파티를 해마다 한대요.

초대 받자 마자

저는 당연히 안 가는거 남편이 알고요.

 

 

또 저런 파티는

말 섞기 뻘춤한 사람들과 스몰 톡으로 어울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은 둘째치고

이 사람들 몇 시간씩 술잔 하나씩 들고 서서 떠드는거

도대체가 체력 안되서 전 못가요.

그 집에 소파가 아주 없지는 않다지만

한 자리 혼자 차지하고 내내 붙박이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저러고 있으면 남편도 못 노니까.

전 바로 남편더러 갔다 오라고 했어요.

난 안 가도 당신은 가서 놀고 오라고.

 

 

파티는 8시에 시작이고

12시 까지 집에서 놀다가

카운트 다운 하고 나면  동네 술집으로 2차를 가는게 계획이라고 하네요.

 

 

남편이 자기는 열한 시까지만 놀고 집에 오겠다면서 나갔어요.

 

 

 

그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연말 분위기도 즐기고

저랑 카운트 다운 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부인 음식 조금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더군요.

 

 

저 보컬씨가 하도 제 음식 먹어 보고 싶다고 난리여서

제가 그러마고 했어요.

그랬더니 김밥을 싸달래요...

으이구...

 

 

김밥은 자기도 별로 안 좋아 하면서.

있으면 먹지 그렇게 좋아도 안해요.

그러면서 맨날 어디 가면 김밥 싸달라고.

이건 일언지하에 제가 거절했어요. 좋은 생각 아닌 것 같다고.

그래서 둘이 좀 더 진지하게 회의를 하고 합의를 본 것이

동그랑땡 하고 양념 치킨.

 

 

 

남편이 동그랑땡을 엄청 좋아 하는데 제가 잘 안해줘요.

너무 귀찮아서.

앉아서 쪼물딱 쪼물딱 모양 만드는 것도 성격에 안 맞고

패티 모양 만들고 또 밀가루 찍었다 계란물에 담갔다 하나 하나 저 짓 하는 것도 넘 귀찮고

한 번 하고 나면 허리가 아파서. 하기 싫어요.

지난 번 해 먹은게 아마 2년도 더 전인가 봐요.

 

 

양념 치킨은

부동산 재벌2세, 집주인 아들 폴씨가 주최하는 수퍼 볼 파티 때 한 번 해서 보냈더니

인기가 좋았었다고

이건 검증된 메뉴니까 가져 가고 싶다고.

 

 

저건 또 뭐 간단한가요.

딥 프라이 해야 하는데..

그것도 두 번 튀겨야 하고.

아 몰라.

해준다고 했어요.

 

 

 

아침에 남편은 일 보러 나가고

애들은 예전 다니던 교회 수련회 보내고

혼자 홀가분하게 본인 뉴욕 사교 생활 친구들 만나느라 바빴던 둘째 언니가

마침내 시간이 나서

자기 딸래미 먹이려고 제가 담가 놨던 깍두기 가지러 왔어요.

둘이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 끓여 먹으면서

두어 시간 놀다가 갔고요.

 

 

오후 세 시 부터 본격적으로 음식 준비 들어 가서는

시간 안에 다해서 지금 막 내보냈더니

마음은 홀가분 하네요.

 

 

음식은

하기 싫은 마음으로 하면 대번에 표가 나더라고요.

기왕 하는거 좋은 마음으로 하자고 마음 다잡고.

올 해 그래도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 일이 실마리가 풀렸고

저 사람이 좋아하는 친구 집에

저 사람이 좋아하는 파티하러 가는데 싸 줄 음식이니까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자...해서

 

 

진짜 정성은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아 모양은 또 왜 이래...

짜증내지 말자.

유툽에 가서 '90년 대 댄스 뮤직'으로 검색했더니

짱짱하게 여섯 시간이 넘는 히트 댄스곡 모음이 나오네요?

www.youtube.com/watch?v=WdQMazUkPSE

 

 

 

계란물 뭍혀서 어쩌고 하는데

어머 나 이거 왜 이렇게 못하냐...하다가

맛은 어떠려나..하고 한 개 먹어 봤더니

이게 원래 동그랑땡 맛이 이런게 맞는 건지...

아 몰라.

 

 

동그랑땡 다 부칠 때 쯤 해서 남편이 들어 와서

한 개 시식 시켰더니

맛있대요.

모 하루 종일 굶은 뒤에 입에 들어 간 첫 음식이니 맛이 없을리가 없죠ㅎㅎ

아 몰라.

 

 

 

밑간한 닭고기에서 조금 빼서 얼른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담갔다 빵가루 입혀서

한 접시 금방 튀겨서 허니 머스타드 소스에 줬어요.

얼른 요기 하라고.

 

 

나머지는 전분 가루에 버무리고 계란물 부어서

튀겨 가지고

양념 치킨 만들어 줬고요.

 

 

동그랑땡 부치는 냄새에

닭고기 튀기는 냄새에

양념 치킨 소스 끓이는 냄새에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집안을 왔다 갔다 하던 남편 손에

음식 담긴 쇼핑 백 쥐어 주고 내보내고 나니까

기분은 좋네요.

어깨는 뻐근해도.

 

 

 

지난 주에는

빨래하러 가는 길에

십 몇년 간의 무사고 카트 운전 끝에

기어이 카트와 함께 길에서 나자빠져 가지고.

하루에 몇 번씩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음식하다 칼에 여기 찔리고 저기 베이고 하는

매일 매일의 소소한 사고 외에

몇 달에 한 번씩은 또 이렇게

크게 자빠져 주고

넘어져 주는

이런 사고가 없으면 제가 아니잖아요?

 

 

 

다행히 몸이 멍도 웬만해선 잘 안들고

상처가 나도 금방 잘 아물어요. 흉도 잘 안지고.

안 그랬으면 지금쯤 제 몸은

몸싸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몸 같았을 거예요.

 

 

항상 저런 사고 순간엔 그렇듯이

창피한 것이 아픈 것 보다 앞서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얼마나 크게 자빠졌는지도 몰랐어요.

휴우 다행이다...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네...하면서.

 

 

다음 날 옷깃만 스쳐도 정강이가 아프길래 보니까

멍이 완전 시퍼렇게...

한 일주일 갔나 봐요.

 

 

어제는

다시 조심 조심 무사고 카트 운전해서

빨래 무사히 마치고 집에 와서는,,,

 

 

 

패션 디자이너 친구가 이번에 예쁜 클러치를 선물로 줘서

사실 살짝 고민했어요.

저걸 들고 어딜 가야 하는데 그냥 파티 갈까? 하고.

저 친구가 그간 준 클럽 용 드레스들 쫘악 꺼내서 하나씩 입어 보면서

즐거운 모델 놀이를 했습니다.

 

 

 

의상으로만 치면

저는 오늘 뉴 이어스 파티 열 두군데 뛰고도 너끈할 만큼 준비돼 있어요.

하아...

그런데 달랑 한 군데 초대받은 파티를 안 간다 하고 혼자 이러고 있네요. ㅋㅋㅋ

 

 

 

그런데

나쁘진 않아요.

기분 괜찮아요.

 

 

나와는 다른 남편과

남편과 다른 나는

각 자 편하고 즐거울 수 있는 방법으로 초저녁을 보내다가

어쨌든 열두시 전에는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올 해 뉴 이어스 이브 플랜은 아주 훌륭하다고 둘 다 만족했어요.

 

 

 

3불 짜리

2불 짜리

사서 쟁여 놨던 옷들

오늘 2차로 챙겨서 가방에 싸 주니

둘째 언니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았고

 

 

 

 

허리 스트레칭 해가며 동그랑땡을 부치면서

유툽에 걸어 놓은 댄스 뮤직에

뒤집개를 허공에 간간이 흔들어 대는 것도 재밌었어요.

 

 

동그랑땡 부치며 뒤집게 허공에 흔들며

나이트 클럽에서 야광봉 돌리던 시절을 추억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올 해는

남편이 음악을 일로 할 수 있게 된 것 감사하고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들여다 보게 된 것 감사하고

(세상이 잘못 되서가 아니라 내가 문제가 많아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란 자각)

나 혼자 생각이지만

여전히 동네 아저씨들에게 인기 만점인 것 감사하고

친구들이 든든하게 옆에 있어 준 것 감사하고

지금 있는 친구들만도 넘치는 복인데 심지어,,,,,좋은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것 감사하고

미씨에

이렇게 많은 분들과 계속 속마음 수다 나눌 수 있었던 것 감사하고

둘째 언니랑 떡국 먹으며 농담하면서 그 별거 아닌 일이 참 감사했고

 

 

 

음식 하느라 수고 많으셨다고

자기 올 때까지 시간 보내며 드시라고

맥주 스물 네 캔을 냉장고에 쟁여 놓고 가는 남편의 세심함도 고맙고.

(꼭 이걸 다 마실 필요는 없다고 한 마디 덧 붙이기는 했지만)

 

 

 

저는 듣다 만 90년 대 댄스 뮤직을 들으며

이번엔 걸그룹 놀이나 해볼까...생각 중입니다.

이 넘쳐나는

어디 입고 가지도 않는

야한 원피스 번갈아 입어 가면서 혼자 춤이나 추고 노는거요.

거울보고 이쁜 척 하면서ㅋ

 

 

올 한 해도

별 것도 아닌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많은 좋은 말씀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감사 감사

 

 

여기에 수다를 쓰면서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어요.

 

 

모두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전신 거울 스텐 바이 시켜 놓은

귀염둥이 이쁜아짐은

90년 대 댄스 뮤직 다시 클릭하고

나홀로 클럽 놀이 하러 갑니다.

 

 

우리 올 한 해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기로 해요.

자 놉시다!

 

 

party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