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들 채셨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몇 달

이쁜아짐은 또 백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9월, 10월은 몸 상태가 또 완전 저질이 되는 바람에

팔자좋게 놀 상황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냥 또 그렇게 집에 들어 앉아 몸 보전만 했고요,

 

 

지난 달 들어서 면서부터 조금씩 좋아져서

아 연말은 백수로 보내고 싶지 않다,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러고 있었어요.

 

 

여기서 제 정신 상태가 드러 나는데

꼭 이 해가 가기 전에 어떻게든 일자리를 다시 구해야 겠다, 가 아니고

'생겼으면 좋겠다'. ㅋ

 

 

그런데 생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주일 됐어요.

이쁜아짐의 일가 친척들이 저 취직 됐다고 다들 좋아서 기분이 들떠 있습니다.

노여사, 언니들, 심지어 조카들까지.

거기에 시어머님 시아버님 시누들까지.

모두의 한결 같은 바람은

'여기는 좀 오래 다녔으면..'

하는 것 같아요.

본인 속 마음도 마음은 그렇습니다. 항상 시작은.

 

 

일단 지금까지는 좋은 점만 한 번 써 볼께요.

1. 스케줄이 좋아요.

면접 때는 풀타임으로 얘기가 됐었는데

급여 문제 조율하다 주 30시간 일하는 걸로 합의 됐어요.

이게 전 더 좋아요.

남편이 더 좋아해요.

갑자기 또 풀타임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가 한 두 달 만에 다시 시름시름 골골 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한 시름 놨대요.

 

앞으로 상황이 바뀌면 풀타임이 될 수도 있지만

제 바램은 그냥 쭉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사장님이 마음 안 바뀌기를 소원합니다ㅋ

 

 

2. 통근 시간이 좋아요.

아주 넉넉하게 45분 잡으면 됩니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 타긴 해도

화투장 내서 먹고 뒤집어서 먹는 것 처럼

운좋게 착착 맞아 떨어질 때는

저녁에 회사문 - 집문 까지 딱 30분만 걸릴 때도 있어요.

환상이예요.

 

옛날 옛적에

브루클린 저어쪽 안 까지

지하철은 안 갈아 타도 한 시간 반 걸려 다녀 본 이후로는

(하루 길에다 쓴 시간만 꼬박 세 시간.

아..나도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 있었네.)

저는 한시간 미만은 이상적인 통근으로 칩니다.

 

 

3.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요.

보스는 까다롭고 어쩌고 블라블라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보스 어디 있나요.

이 점은 그렇다 치고 넘어 갑니다.

처음 들어간 사람한테는 사장보다 더 중요한게 어쩌면 먼저 있던 사람들인데

다들 잘 도와줘요.

 

 

조그만 사무실이라 직원은 많지는 않는데

그런데 일수록 한 사람이 하는 업무량이 많은 경우가 많잖아요.

자기들 할 일 만으로도 치이는데

새 사람 들어와서 시덥잖은 카피 기계 사용 법,

컴퓨터에서 파일 찾기,

이런거 가르쳐 주는게 많이 성가실 텐데

(거기다 저는 신참이니 제일 밑이긴 해도 업무 상 제 직속 상관은 없어요.

업무는 다 사장 직속으로 훈련 받아야 해요.

그런데 바쁘고 고매하신 사장님한테 저런걸 물어 볼 수는 없잖아요)

 

 

다들 싫은 내색없이 찬찬히 잘 가르쳐 주네요.

 

 

이런 사무직 쪽으로 손 놓았던지가 너무 오래라

안 그래도 기계 사용 쪽은 굼띤 이쁜아짐인데

이런게 사실 큰 걱정이었거든요.

컴퓨터, 기계 등 이런 요즘 시스템 사용하는 거.

설상가상으로 피씨도 아니고

맥 쓰네요.

난생 처음 마주한 맥은 마우스 부터 손에 안 익어서

아직도 삽질 중이예요.

 

 

집에서 살림하던 아줌마 데려다 놨더니 영 시원찮네, 이런 소리 들으면 안돼잖아요.

(내가 기필코 아줌마 재취업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말테다)

 

 

어쨌든 사장은 현재

제가 괜찮긴 한가 봐요.

그 쪽도 지난 몇 달 간 제 포지션으로 사람 몇 명 갈아 치웠다는데

젊은 사람 보다 좋은 점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일단 태도가 마음에 들고

사람들 대하는 매너가 흡족 하시답니다.

이력서 보고 생각했던 것 보다는 영어를 더 잘해서 좀 놀랐다고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이 시작된 내 자랑

그런데 밑천이 곧 드러날테니 걱정

주말에 다시 영어 공부 시작하기로 했음)

 

 

 

직원들은 그간 이 사람 저 사람 왔다 갔다 하니

(1,2 주 일해 보고 그만 두기도 하고 짤리기도 하고)

영 어수선하고 정리 안 된 상태가 계속 되던 차에

제가 간 거든요.

이 아줌마는 어쩌면 여기서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느낌이 왔나 봐요.

 

 

출근한지 사흘 째 부터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같이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

'그 자리가 딱 이쁜씨 자리신거 같다'

이러대요.

어떻게 하면 보스 심기가 나빠지나 오고 가며 팁도 하나씩 찔러 주고.

 

 

보자....

십년 하고 일이년 더 전에

이런 일 하는 회사를 잠깐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제 바로 위 서열 인간들 둘 땜에

일 배우는 건 재밌었어도 회사 생활이 너무 싫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둘 중에 특히 하나는

첫 날 부터 저를 미워서 어쩔 줄 몰라 해가지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기,

말 막하기,

재수 없고 싸가지 없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어서

 

 

보스 때문에 울어본 적은 없는데

저 인간 때문에

일하다 중간에 펑펑 운 적도 있었어요.

밤에 잠도 못자고.

저 인간은 저한테만 그런게 아니고 주제 넘게 자기 위에 사람한테도 그러다

결국 저 있는 동안 짤렸지만.

 

 

그 때 생각이 나면서

 

 

지금 이 동료들은 다 천사.

아 착하고 고마운 사람들...

 

 

말 한 마디를 해도 어쩜들 그렇게 예의있게 하는지.

'저 답답하죠?'

하면

'아니예요. 처음인데 당연하죠. 금방 익숙해 지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러고.

 

 

첫 주니까 물어볼 것 천지인데

사람들 태도가 저러니까 제가 주눅이 들지 않고

편하게 그 때 그 때 물어볼 수가 있어서

사무실 돌아가는 시스템을 며칠 만에 대충이라도 금새 적응할 수 있었고

벌써

진짜 업무는 서너건이나 그것도 급하고 중요한 걸로

사장님으로 부터 '특별 하사' 받아 ㅍㅎㅎㅎㅎ

제가 처리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니까 뭐든지 척척 해서 일 잘하고 있는거 같은데

그건 절대 아니고

실수 몇 개도 벌써 했죠.

사장님 알면 분노할 만한 실수들

(예: 나가는 우편물에 보험 해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깜빡해서 추가 요금이 거진 $3불씩이나 되게)

같은 거.

 

 

쉬쉬 하면서 막아 주더군요.

먼저 있던 사람들이 못된 마음 가지고

새로 들어온 사람한테 특히나 사장 눈에 좀 들었다 싶으면

깍아 내릴 꼬투리를 찾아 내서 일부러라도 실수를 더 크게 부각시킬 수 있는데

(일부러 사장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큰 소리로

보험 해지 하라고 가르쳐 드렸는데 이렇게 하셨네요??? 이런 식으로)

먼저처럼 아주 못된 인간만 안 만났으면...하다가

이런 분위기. 대박 운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직장 생활하면서 동료들 텃세가 없다는게

이렇게 큰 차이구나...

 

 

지난 일주일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쓸데 없이 소심한 데가 있어서

어떤 일터든

처음 시작하면 적응할 때 까지

잠도 못자는 피곤한 스타일이라

일주일 내내 잠을 설쳤어요.

특히 중요한 업무를 처음으로 받아 온 날 밤은

이걸 내가 잘 할 수 있을까...걱정 하느라고

정말로 한 숨도 못 잤어요.

 

 

그러다 마침내 금요일이 와서

어제 밤에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온 잠을 잤습니다.

아따 개운한 것~~~

 

 

 

 

 

이력서 보내고

전화 연락이 온 게 두 주 후.

이력서 보내자 마자 이 메일로 나이 물어 보더니 면접 하자는 연락이 없더라고요.

젊은 사람 쓰고 싶겠지,

이러고 포기 하고 있던 차에 연락이 와서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바쁜 큰언니 닥달해서 집에 불러다 흰머리 염색하고 면접 보고

또 일주일 기다렸더니

한 번 나와 보라고.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취직입니다 흐흐흐.

 

 

지금도 안전한 상태는 아니고

일단 석 달 버텨야 정직원 되는 거니까

아직 안심하긴 많이 이른데

좋은 소식은 빨리 빨리 자랑질 하자는 이쁜아짐의 소신에 따라

요래 입방정 떨고 있습니다.

 

 

올 해 정리를 해보니

이 달 안에 이 직장에서 안 짤린다고 가정을 하면

열 두 달 중

다섯 달 놀고

일곱 달 일한게 되네요.

 

 

일한게 반년 치는 넘어가니

주로 백수 막간 직업인, 이었던 지난 몇 년에 비하면 양호한 발전이라고 치고

내 년은 일년 내내 일터를 가지고 있는 걸로

대단한 목표를 세워 봅니다.

 

 

건투를 빌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