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에서의 3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동료들은 여전히 저를 잘 대해주고

사장님은 휴가 가셔서 먼데서 사무실 원격 조정 중이시고

사장님이 없는 틈을 타서

어제 처음으로 동료들하고 사담도 조금씩 나누고.

사무실 분위기가 좀 공산당 같아요.

개인 핸드폰은 진동 모드도 안되고 그냥 꺼져 있어야 된대요.

출근, 바로 일 시작, 하루 종일 일, 찌든 얼굴로 퇴근.

 

이런 식이더라고요.

 

저는 아직 업무에 찌들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서서히 그리 되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한 건 바랄 수도 없고

서로 하루 종일 각 세워서 부딪히지만 않으면 다행인데

희한한 것이

서로한테는 또 따박따박 예의 갖추고 나쁘게 하지는 않더군요.

아마 업무 자체가 구분히 명확하게 되어 있어서

업무 상으로는 엮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건 참으로 좋은 것 같아요.

 

 

직장 생활하면서

큰 회사 다닐 때나 작은 회사 다닐 때나

연말에 카드 쓰고 선물 준비하고 이런 걸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딱 한 번 옛날에 남편 회사 사람들한테 커피 한 봉다리씩 준비해서 남편 손에 들려 보낸 적은 있어요.

내 인생 유일무이한 내조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이 때도 선물이 약소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좋아 했다고는 하던데.)

 

 

이번엔

제가 마음이 그렇더군요.

동료들이 참 고마워서 카드가 쓰고 싶어졌어요 자발적으로.

제 형편 고려해서 선물은 약소할 수 밖에 없는데

뭐가 좋을까...만만한 스타 벅스 커피 한 잔 값 기프트로 할까...하다

양말 한 짝씩으로 결론을 냈어요.

 

 

목요일에 퇴근 후 H&M 으로 달려 가서

여자 동료들은 불투명 스타킹 한 팩씩 고르고

(10불 짜리 한 팩에 두 켤레. 괜찮죠?)

사는 김에 내 것도 하나 사고.

 

남자들 섹션으로 가니 남자들 양말은 너무 아닌 거 같아서 안 샀어요.

이 길로 또 그 복잡한 메이시스로 가야 하나...

배도 고프고 힘도 없어서 사람 뚫고 원하는 섹션으로 가는 데에만

굉장한 체력을 요구하는 연말의 메이시스는 도저희 갈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집에 왔어요. 믿는 구석이 있어서.

 

 

다행히 그 믿는 구석이 흔쾌히 자기 새 양말을 희사를 하셔서

고거 두 켤레 포장 했습니다.

수술하러 한국 나갔었을 때 백화점 기획 상품이라고

양복에 신는 양말 세일하길래 남편 사다 준 게 있었거든요.

내가 나중에 더 좋은 걸로 사주마 약속하고

비닐 안에 고이 모셔져 있던거 사용 했습니다.

 

 

집에 와서

카드 한 장씩 쓰고

후다닥 포장해서

어제 출근해서 하나씩 돌렸더니

생각보다 너무들 좋아하는 거예요.

 

 

카드 내용은 신경을 좀 써서 썼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맞춤형 감사 표시를 했어요.

 

 

나이는 제 큰 조카 벌 되는 어린 남자 직원이 하나 있는데

(요 직원이 아주 아주 대박 귀염둥이.

얼마나 싹싹하고 친절한지 몰라요.

어제 저한테 여자 친구랑 너무 싸워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소연 하길래

헤어지면 알려 달라고 했어요. 제 큰 조카 소개 시켜 주겠다고ㅋㅋㅋ)

고맙다는 말을 하루 종일 대여섯 번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 감동 했다고.

여기 분들이 마음이 좋으셔서 그런 약소한 선물에도 좋아들 하시는 거라고

제가 더 기쁘다고 말해 줬어요.

 

 

어제는 출근 전에 치과 들러서 치료 받았는데

선생님이 그 동안 잘 지내셨냐고 인사 하길래

 

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요.

 

 

했더니 어리둥절해서 저를 쳐다 보더라고요.

 

 

염증이 왜 이리 안 잡히는 걸까요. 걱정이 많이 돼요.

 

 

로 시작해서

치아 건강, 잇몸 건강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고 치료 마쳤어요.

제 가족들보다 선생님을 더 자주 뵈네요.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석달 후에 뵙겠습니다.

 

 

하면서 다음 약속은 제 밑으로 남편 것도 넣어 달라고 하고 나왔어요.

남편 끌고 가려고요.

남편은 치위생은 저보다도 훨씬 날나리로 하면서도 이, 잇몸 다 튼튼해요.

그래도 정기 검진과 치석 제거는 필요하니까

몇 년 만에 끌고 가기로 했어요.

아무리 가기 싫어도 이번엔 가야 해요.

제가 9월에 잇몸 치료 시작하면서 당신도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한다,

마음의 준비할 시간으로 반 년 주겠다, 해서 남편도 동의 했거든요.

그래서 담번에 저 갈 때는 꼭 같이 갈 수 밖에 없어요.

아 꼬시다...

 

 

명절 쇠러 저희는 오늘 가려다가 내일 가기로 했고요,

오랜 만에 제가 일도 시작했는데

어제는 치과까지 갔다가 일하고

바로 오늘 장거리 버스 타면 제가 너무 힘들것 같다고

하루 집에서 쉬고 가자,

말은 퍽이나 제 생각해주는 자상한 남편처럼 하더만

(저는 그래도 갈 수 있다고 했거든요. 자기가 주장한 것임.)

 

 

늦잠은 본인이 주무시네요.

아직도 자고 있어요.

 

 

나중에 일어 나서는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저 땜에 오늘 못 간다고 그러겠죠.

그러거나 말거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니.

 

 

그저께는

이 바람잘 날 없는 이쁜아짐의 친정엔 또 사건이 하나 있었더랬지요.

둘째 언니 딸래미가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겪고 있는 듯 합니다.

회사에 들고 갈 선물 다 포장해 놓고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서 치과도 가야 하고 하니까 푹 자야 하는데

그 아이 걱정에 새벽 네 시까지 잠을 못 잤어요.

그리고 나서 어제 스케줄 다 소화하고 집에 오니

긴장이 풀리고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져서

일찍 곯아 떨어 졌고요.

오늘 아침에 언니랑 전화 통화 했어요.

잘 될거라고 너무 걱정 말라고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며칠 전에 퇴근 길 지하철 역에서 본 흑인 아줌마의 한 줄기 눈물도 마음에 맴돌고.

 

차림새는 평범한 직장인,

아마도 나처럼

그렇게 돈 많이 받고 잘 나가는 그런 멋진 커리어 우먼은 아니고

어떤 회사의 어떤 조그마한 직책을 가지고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 처럼 보이던

자그마한 체구의 중년 아줌마 였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지쳐 보이는 얼굴로 선 채로 조용히 눈물 한 줄기를 흘리고 있더라고요.

 

 

다가가서

are you okay?

라고 저도 모르게 물어볼 뻔 했어요.

 

저 눈물의 사연이 뭘까.

직장에서 나쁜 일이 있었나.

크리스마스 앞두고 해고를 당했나.

집엔 어린 자식들이 있을까.

당장 다음 달 렌트비도 없으려나.

 

 

사연 모를 눈물 한 줄기에 혼자 생각이 날개를 달고.

이 화려한 도시엔

화려함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 보다는

고단하게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거.

나나 그 아줌마나.

 

 

 

이쁜아짐은

직장이 생겼다는 좋은 일도 있고

그러면서 다른 심난한 일도 있고

또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아픈 일도 있고.

이렇게 두루 세상사에 접하면서

연말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들 좋은 연말 보내시길 바랄께요.

 

 

드디어 피곤해서 장거리 여행 불가한 부인을 둔 남편님께서 기침 하시네요.

어제 저 자라고 불 꺼주면서 본인도 같이 일찍 자기 시작해 놓고는...

장하다 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