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하루 하루 버티고 있어요.

 

사장하고 사이가 안 좋아서 걱정인데

어쨌든 하루 하루 일하러 갔다

꾸역 꾸역 시간 채우며 일하고 돌아 와서

이렇게 또 하루는 때웠구나...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급여는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준다고 해서

(막연히 2주에 한 번씩은 주겠지...했다가 엄청 황당했음)

저처럼 돈 관리 못하고 같이 사는 사람도 같이 돈 관리 못해서

돈 들어오면 홀라당 써 버리고

돈 다 없어지면 빈곤 모드로 연명하는 사람들한테는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인데

 

 

그나마도 첫 월급은 제 때 안줘서

우여곡절 끝에 받아 냈고요.

진짜로 빚쟁이가 쪼듯이 쪼사대서 받아 냈어요.

이런 경우는 또 처음 헤쳐 나가 봤음.

 

 

급여 협상할 때

첫 달 (12월) 동안만 그렇게 받고

한 달 후에는 올려 주기로 했는데

막상 이번 달 되니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고

안 올려주면 난 또 어찌해야 하는가...

이 생각은 사실 할 겨를도 없어요.

이것 말고도 어수선한 일이 하도 많아서.

 

 

지난 주에는 좀 많이 힘들었어요.

이 직장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이 사장으로 부터.

조용히 가방 집어 들고 공손한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잘 사세요'

하고 걸어 나와서

집에 와서 남편하고 마주 앉아 저 사람 욕을 실컷 한다.

 

 

 

이 생각이 머리 속에 굴뚝 같았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면 다음 날 부터 나는?

또 백수에 또 일자리 찾으면서

불경기네, 경력이 변변찮네, 나이가 너무 많네, 이래서 일자리가 안 잡힌다고

한숨만 푹푹 쉬는, 그 익숙한 불행의 나날로 되돌아가기.

원점.

그렇게 되겠지..

 

 

남편이 옆에서 눈치 보면서 저를 살살 달래는 거예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서 퇴근했던 지난 주 어느 날 밤.

사장한테 이 메일 날릴 거라고 분개 하면서 컴퓨터 켜고 앉았더니

보내기 전에 자기 한 번 보여 달라면서.

오늘 이 메일에는 그만 둔다는 말은 일단 안하는게 좋겠다고

그 말은 내일 회사가서 직접 해도 되니까, 하면서.

 

 

그래 서방 내가 당신 입장도 이해를 한다,

내가 벌어 오는 돈이 얼마나 이 가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마눌이 이런 식으로 또 일 때려치면 안돼지.

 

 

 

그래서 한 김 식히고 차분한 이메일을 썼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 날, 사장이 자기가 더 노력을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한 고비 넘겼습니다.

 

 

사람이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 이메일 이후로 저한테 조금 조심을 하긴 하고

일하는 상황도 아주 코딱지만큼 나아지긴 했어요.

저는 목표로 세웠던 일년 52주 동안의 한 주를 때웠다는데 의의를 두며

이번 주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직장 시작하고 부터

주말을 제대로 주말답게 보내 보지를 못했어요.

처음 두 주는 사장한테 감기 옮아서 고군분투하며 출근했다

주말에는 쓰러져 버렸고

크리스마스 때 시댁 가서도 잠만 자다 왔고

두어 주 전부터는 일 스트레스로 밤에 잠을 못자서

주말에 밀린 잠 자느라고 또 침대를 못 벗어나고.

 

 

 

지난 주 일요일은 클라이맥스로

눈뜬 게 오후 12시 반,

겨우 일어나서 아침 먹고 오후 2시 다시 침대로.

비몽사몽 간에 남편한테 풋볼 끝나거든 장보러 가자,고 말은 해 놓고 못 일어나고.

또 겨우 겨우 일어 났더니 저녁 6시 반.

 

 

남편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체온계를 가져 와서는

플루가 온 것이냐 어디가 아픈 것이냐 체온 좀 재 보자,

저녁은 차이니즈 푸드 먹을까요,

 

 

그래서 그거 사다 먹고 다시 침대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생각해 보니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와서 그 때 처음 다시 집 밖으로 나온 거더라고요.

아...주말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냈구나.

산책도 못하고 장도 못보고 집밥도 못 해먹고.

 

 

이번 주는

주중에 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큰언니네 갔었거든요.

언니가 쉬는 날이어서 음식 준비는 자기다 다 한다고

피곤하겠지만 와서 제사만 드리고 가라고 하길래

남편이랑 가서 정말 제사만 드리고

제사 음식 푸짐하게 먹고 바리바리 챙겨서 집에 들고 왔고요.

 

 

큰 조카양이 생각지도 않은 깜짝 선물을 줘서 기분이 더 좋았고요.

아주 조금씩 담겨있긴 하지만

색이 무려 총 252가지나 되는 아이새도우 파레트를 선물이라고 주더라고요.

자기 엄마꺼 사면서 제 것도 샀다고.

 

 

이 아이도 요즘 아르바이트 하는데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가지고

저한테 일 얘기 하면서 또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지 학비대고

지 멋내는데 쓰는 돈도 모자랄 나인데

지 엄마 챙기고

거기다 이모까지 챙기고.

그 마음이 대견해서 정말 뭉클, 하더라고요.

 

 

이모 이걸로 맨날 예쁘게 눈화장하고 출근하면서 기분 전환해~~

 

 

매년 제사도 저는 날나리예요.

제가 정성들여 모시는 것도 아니고

큰 언니가 하자니까 그냥 참석만 하는 거고

술 한 잔 올리고 나서

소원을 빌라길래 또 그렇게 하긴 하지만.

 

 

아부지

올해도 언니가 정성들여 거하게 한 상 차려 드렸으니 맛나게 드시고 가시고

올해는 이 막내 딸 아프지 않고 사회 생활 잘 할 수 있게 도와 주시고

사위도 하는 일 좀 잘 풀리게 도와 주시고

엄마 건강하실 수 있게 잘 지켜 주시고

두루두루 가족이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지켜 주세요.

 

 

큰 조카 양이 보너스 선물로

자기는 아이폰이 생겨서 이젠 안 써도 된다면서

아이팟을 줬어요.

중고라도 케이스에 얌전히 넣어서 팩토리 상태로 포맷 해가지고.

아직도 꿋꿋하게 피쳐 폰을 쓰는 기계치 이쁜아짐한테는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도 너무 헛갈리는 아이 아이 아이 어쩌고.

아이팟과 아이파드의 차이도 모르는데.

남편이 옆에서 자기는 '아이돈노'를 사용하고 있다고.

저걸 또 조크랍시고.

저 따우 조크가 웃기다고 또 웃어주는 아이들.

 

 

이어폰은 없다고 이모가 사서 쓰라는데

제가 아마도 이어폰을 돈주고 사게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이어폰이 어디서 공짜로 떨어진다 한들

제 주제에 사용법 익히는 것도 너무나 험난하게 느껴지고

그래도 조카 정성을 봐서라도 노래 하나라도 다운 받아서 들어보긴 해야 겠는데

차차로 생각해 보려고요.

나중에 친구 집 놀러갈 때 들고 가서 물어 보든지 해야겠어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 밖으로 나가서 동네 한 바퀴라도 돌 계획입니다.

 

 

그러고 나면

이번 주는 그런대로 괜찮은 일주일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고비 넘기면

또 한 고비 나오겠지만

하루 하루

일주일 일주일

그렇게 한 달 한 달 채우면서

이렇게 한 고비 한 고비

넘기면서 살면 되겠죠.

아직은 주저 앉지 않았음에 내 자신을 격려하면서.

 

 

나이 어린 조카도 저렇게 눈물 삼키면서 열심히 사는데

이 이모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