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지난 번 글로 너무 걱정 끼쳐 드렸나 봐요.

너무 기운 없는 소식을 전했나...

죄책감.

사장한테 사소하게 반항한 에피소드들 들려 드릴까요?

 

 

저도 타고나기를 주댕이 간수 못하고

조심 한다고 해도 가끔씩 터져 나오는 주책이 있어서...

 

 

일 시작하고 며칠 안됐을 때,

점심 사주더라고요.

사무실 안에서 다른 사람들 다 빼고 저만.

(다 사주기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랬나 봅니다)

핸드폰으로 아들 사진 보여 주면서 자랑 하는데

제가 이 쪽으로 참 메마른 사람이라...

조카들 이뻐하고 친구 애기들 다 이뻐하지만

생판 남의 아이들까지 마구 귀여워 할 정도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사진을 마구 보여 주는데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귀엽다'거나 '똑똑해 보인다' 하다 못해 '성격 좋아 보인다'

이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처음 보는 사진 속의 그 아이가 뭔 잘못을 저한테 했겠습니까.

다 그 집 엄마가 밉다 보니까

좋은 말이 자발적으로 안 나오는 찰나에

 

 

 

'밥 잘 먹게 생겼네요'

 

 

 

라는 말이 튀어 나와 버렸어요.

 

웁쓰..하고 있는데

본인은 좋아 하더라고요.

맞다고. 심지어 우리 애는 채소도 먹는다고.

 

 

사장이  

자기 기분대로 성질 다 부리고, 말을 참 못되게 해요.

그러고 나서는 자기도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몇 분 안에 다시 와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가요.

 

 

하루는

저한테 신경질 있는대로 부리고 갔다 다시 오더니

요즘 남편하고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자기 기분이 별로라고.

(이걸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그럼서 저더러 저는 남편하고 사이가 어떠냐고 묻더군요

(회사 안에서 기혼자는 사장이랑 저 밖에 없어요)

저는 무지 막지하게 금술 좋다고 그래 버렸어요.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저의 멘토, 여자 동료가 이 얘기 듣더니

신나게 웃으면서

그래도 다음 부터는 그런 개인적인 얘기할 때 좀 받아 주시라고.

제가 편한가 보다,고

자기들한테는 절대 그런 얘기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진짜로 사장 사생활에 관심 없습니다.

집에서도 저렇게 지 맘대로 성질 다 부리고 사는지 어쩐지.

알고 싶지도 않아요.

회사 안에서 그 장단 맞춰 주는 것 만으로도 벅차요.

 

 

하루는 아들 학교에서 파는 거라고

걸스카웃 쿠키 종이를 내밀더군요.

 

 

아들 하나 키우는 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 났어요.

이 친구는 회사에서 인사과 쪽이라 자기가 이걸 돌리면

사람들이 안 사줄 수가 없대요.

그냥 동료들 입장이면 부탁할 수도 있는데

자기 위치를 알기 때문에 자기는 저거 회사에서 안 돌린다고.

자기가 그냥 다 자기 돈으로 산대요.

 

 

예전에 직원 수 많은 큰 회사 다녔을 적에는

아예 회사 방침으로

저런게 딱 정해져 있어서

한 번도 동료들한테 뭘 사달라 이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 조그만 회사에서 사장이 저걸 직원들한테 사라고.

 

 

내가 사장이면 내 돈으로 사고 그 쿠키 회사 들고 와서 직원들 먹으라고 내 놓겠구만.

 

 

본인도 제가 조금 어렵긴 한지

다짜고짜 사라고는 안하고

쭈뼛쭈뼛 하면서

 

 

'너 쿠키...안 먹지?'

 

 

이러길래

저는 0.1초 만에 상황 파악이 되서

 

 

'네. 저 쿠키 안 먹습니다'

 

 

그랬어요.

그랬더니 조용히 종이 들고 가더라고요.

 

 

입사하고 나서 별의별 종이 뭉치를 다 들고 와서 싸인하라고 하길래

읽어 보고 싸인하는데

생일 물어 보고

그 밑에 제일 좋아하는 케잌이 뭐냐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저거 쓸 때도 사장한테 빈정 제대로 상해 있었을 때였어요.

 

 

'전 케잌 안 먹습니다'

 

 

이렇게 썼거든요.

저거 보더니 또 막 웃더라고요.

 

 

왜 안 먹냐길래

단 것은 일절 먹지 않습니다. 그래 버렸어요.

단 것을 왜 안 먹냐고 까지는 안 묻더라고요.

제가 살찔까봐 몸매 생각해서 안 먹는 걸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해요.

그냥 고구마 케잌이라고 쓸 걸 그랬나...잠깐 후회했는데

그래도 저렇게 써 놓으니 연막 효과를 이렇게 받았네요.

 

 

저한테는 그래도 직접 종이 들고 와서 물어나 봤지,

잠시 후,

나이 젤 어린 남자 직원이 종이 들고 제 자리로 와서 하는 말이

사장이 직원들한테 쭉 주문 받아 오라고 했대요.

참 나...

 

 

제가 저는 주문 안 한다고 사장한테 직접 말했다고

사장이 알고 있다고

걱정 말고 그냥 가시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또 이게 작은 전설이라면 전설이랄까, 돼 버렸습니다.

 

 

오오 저기 새로온 사람이

사장의 귀한 아들, 학교 걸스카웃 쿠키를 불매했다!!!

간 크다!

 

 

월급도 제 때 안 주면서

나한테 무슨 쿠키씩이나 팔아 먹을 생각을.

내가 사장 아들 쿠키 사먹을 돈 있으면

진짜 불우이웃을 돕겠어요.

 

 

지지난 주엔가...

제 책상 앞에서 서서

그 날도 또 제 속을 있는대로 뒤집은 후 였어요.

멀쩡하게 다정한 척 하면서

자기는 작은 일에 아주 즐거웠다가

아주 사소한 일에 또 기분이 확 나빠진다고.

(정신병이지..

알고 있었음. 뭘 새삼스럽게)

 

 

그러더니만 저더러

 

 

너는 참 감정기복이 없는 좋은 성격이야. 항상 차분하고.

 

 

 

푸헐헐......

제가 먹고 사니라

내 사십 평생 넘어 살면서

감정기복이 없다는 소리 처음 들어 봅니다.

자기야 사장이니까 일터에서 성질머리 다 내고 사는거지

내 속을...내 속을...자기가 알아?

 

 

이 얘기 집에 와서 남편한테 해줬더니 박장대소를 하면서

'우리 남편한테 물어 보세요~~~'

그러지 그러셨어요.

 

 

 

물론 그랬지. 내 대답은.

에스크 마이 허즈번드.

 

 

옛날엔 나도 롤러코스터 무드 스윙으로 참 주변인들 여러 사람 괴롭게 했었다고.

한 사람의 미친 행동이 정말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건강 관련 책 많이 읽고

고쳐야 겠다고 노력 많이 해서

좋아진 거라고.

오메가 3랑 비타민 B 컴플렉스 도움 많이 된다고 했어요.

 

 

나도 사먹어야 겠다..이럼서 또 휙 가더라고요.

 

 

그저께는

초장부터 제가 일진이 안 좋았었어요.

사장은 한국말을 못하고

고객은 90% 이상 한국분들이고

지금까지 사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제가 백배 사죄하는게 제 업무 중의 하나예요.

저는 거기다 저 사장 비위 맞추느라

기분 안 좋아서 저한테 다다다다, 해대면 또 거기다 죄송, 죄송.

사장이 뭐라 하는데 거기다 대고 말싸움을 할 수도 없잖아요.

죄송하다고 해야지.

 

 

어느 날 집에 와서 남편한테 그랬어요.

한숨 푹 쉬면서.

 

 

오늘

고객들이랑 사장한테 죄송하다는 말을 한 백번쯤 하다 온 것 같아.

 

 

그런데 그저께 아침엔

무척이나 기고만장하고 화가 억수로 난 고객이 전화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상황이 이번엔 달랐어요.

사장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저는 더더욱 잘못한 게 없고

일을 하게 되면 제 담당이 되지만 아직 일을 정식으로 시작한 단계도 아니고

제가 뭐라고 설명할 틈을 안주고

다짜고짜 소리만 질러 대길래 제가 그랬어요.

목소리 깔고 조용히 말했어요.

 

 

소리 지르지 마세요.

ㅇㅇㅇ님이 저한테 이렇게 소리 지를 만큼 제가 잘못한 것 없습니다.

저와 대화를 하고 싶으시면 예의를 갖춰 말씀해 주세요.

 

 

했더니

 

 

뭐 이런 시건방진게 다 있어.

이봐, 아가씨!!!

 

 

아가씨 아닙니다.

제 이름은 ㅇㅇㅇ 입니다.

사장님 바꿔 드릴테니 직접 통화 하세요.

 

 

사장은 한국말 못 해,

고객은 영어 못 해,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안되니까

잠시 후 다시 제가 통화를 이어갈 수 밖에 없죠.

한 풀 꺾인 후에 다시 이어 받았는데

저런 사람들은 절대 자기가 미안하다는 말은 안한다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자기가 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는가,

합리화 하는 걸로 사과를 대신하는 거.

 

 

 

어쨌든 저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내내 저 날은 저 고객한테 시달렸어요.

그 와중에 일 다 마치고 퇴근이 임박한 시점에 사장이 저를 들볶기 시작하더니

제가 할 일을 너무 많이 '까먹는'다고

(한 마디로 일 못한다, 이 소리죠)

지난 '몇 주간' 제가 회사와서 무슨 일 했는지 리포트를 써서 이메일로 보내고 집에 가라네요.

 

 

제가 다른 건 다 참고 비위도 맞추고 넘어가지만

저게 바로 사장이 저를 건드리면 안되는 마지노선을 넘어선 거예요.

내가 무슨 할 일을 '너무 많이 까먹었냐고' 따지는 건 무의미하고.

자기 기분 안 좋아서 트집 잡는 건데 거기에 말려 들면서 제 기운 빼고 싶지도 않았고요.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뭐...나야

하루 하루, 내 업무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나마 하는 일이 보람있고 적성에도 맞고 해서

사장 꼴보기 싫어도 정말 나 하는 '업무'만 보고 일 해 오고 있는데

월급 주는 사람 보기에 제가 일 못하는 거면,

그런거겠죠.

 

 

그냥 한마디만 했어요.

 

 

그럼 일 잘하는 사람 구하시라고.

2주일 드리겠습니다.

 

 

업무 보고는

일 가르쳐 주지도 않고 일 관련해서 질문하면 맨날 저 피해서 도망만 다니던 사람이니

제가 혼자 고객 상대하며 동분서주하면서 여태 뭘 했는지 자기도 알 길이 없긴 하겠죠.

그간 혼자 엑셀에

업데잇 해가면서 만들었던 제 개인 업무 상황 파일 사뿐하게 이메일로 쏘고 퇴근했어요.

 

 

어제 출근 했더니

역시나 또 제 눈치보기.

 

 

신물 나더라고요.

내 기분 같아선

쓸데없는 소리 하느라 내 업무 방해 하지 말고

얼른 저 쪽으로 가버리라고 쏘아대고 싶었으나,

역시나

저 쪽은 사장

나는 직원.

입 꾹 쳐닫고 물어 보는 말 대답만 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끝에 하는 말이

자기가 너무 바빠서 제 '업무 보고' 파일 볼 시간이 없었대요.

그래서 그런데 지금 말로 물어 볼테니 말로 대답하라고.

이것 저것 막 찔러 보는 거죠.

어물쩡 하는 것 없이 다 대답했습니다.

저야 제가 매일 하던 것들 물어 보니까 당연히 막히는 것 없이 대답을 할 수 밖에요.

결론은 제가 까먹고 안 한 것? 없다~~~ 가 되버렸는데

그거 인정 안하고 싶겠죠.

또 그냥 휙~ 가버리더라고요.

 

 

참 안타까워요.

몇 달 동안 제 포지션으로 사람 여러 차례 갈아 치우다

일 열심히 할 자세가 되있는 사람 기껏 뽑아 놨으면

(내 자랑)

빨리빨리 일 가르쳐서 일 더 잘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지

촛점이 부정적인데 꽂혀서

어떻게 하면 내가 실수한 걸 찾아낼까, 이런 식이니

어떻게 사업을 이런 자세로 하는지 저는 정말 안타까워요.

 

 

 

저의 멘토인 여자 동료가 지난 이틀여 간의 분위기 때문에 제 걱정 많이 해줬거든요.

자기 생각엔

사장이 저 붙잡을 거 같다고

붙잡거든 못 이기는 척 이번은 넘어 가시라고.

같이 계속 일하고 싶다고.

그 사람이나 저나 공통점은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거거든요.

 

 

저도 그랬어요.

이게 어떻게 잡은 직장인데 저도 쉽게 놓고 싶지 않다고요.

 

 

하는 일 자체가 좋고

스케줄 좋고

통근 시간 짧아 더 좋고

무엇보다 이런 직장 동료들 어디가도 없을 것 같거든요.

 

 

중간에 집에서 챙겨 가는 칼슘제 챙겨 먹을 짬도 없이

근무 시간 동안 정신 없이 바빠요. 이것도 좋아요 전.

딱 한 명 저 난리 쳐댄 고객 빼고는

제 고객들하고도 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하고 있어요.

저 난리 고객씨도

전화를 너무 자주 해대서 고역이긴 했지만 반나절 만에 진정시키고

제 페이스로 안정 시켰습니다.

반말에 고래고래 시건방에 아가씨!에 이러던 사람이

어제 마지막 인사는

 

 

네 네 신경 좀 써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났어요. 

 

 

저는 다 자신 있거든요.

 

 

사장이 이렇게 업무에 도움 하나도 안주고 훼방만 놓으면서 해대는

언어 학대와 감정 학대를 언제까지 제가 참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2주 노티스 싸질러 놓고 오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고요,

어제 밤에는 두 다리 쭉 뻗고 잘 잤어요.

안 붙잡으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지만

내가 저지른 일이니 후회는 안하려고요.

다만 반성만 조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께 아침에 이력서 두 군데 보내 놓긴 했는데 된다는 보장 절대 없으니

붙잡으면 이번엔 주저 앉긴 할거예요.

이 참에 이번 달 부터 올려 주기로 한 월급 얘기 확실히 해두고.

 

 

동료가

일단 주말이니 무조건 푹~ 쉬시라고.

그러고 월요일에 뵙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려고요.

 

 

저 씩씩하게 잘 할 거예요.

 

 

제가 칼럼쓰는 것과 관련해서 지키는 제 나름의 규칙 중의 하나가

이곳에 나 어디서 일한다, 말 안하는 것과

일하러 나가서 나 여기다 글 쓴다, 말 안하는 것인데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사장도 여기 회원입디다.

한국말 못해도 대충 글을 읽긴 하더라고요.

혹시라도 제 칼럼 보면

내가 자기 흉 실컷 본 거 단박에 알테고 그럼 단박에 짤릴지도 모르는데

저와 함께 마음을 나누시더라도

댓글에 사장 욕 살살 해주세요.

 

 

저 당분간 계속 다니고 싶거든요.

 

 

그런데 왜 이렇게 속이 시원하냐.

 

 

푸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