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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어쨌든 행복한 이쁜아짐 (ejpkryan) 2013-2-18  11:07:56

지난 가을에 잇몸 된통 아프고 나서 부터

식생활에 큰 변화가 생겨가지고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을 놓았다고나 할까. 뭐 그래요.

 

 

먹는 것에 대한 흥미는 여전히 있는데

예전처럼 먹고 싶은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고야 마는

투지가 없어졌어요.

 

 

일견 편한 점도 있더라고요.

 

 

옛날엔

직장에서 먹을 식량 챙겨가는데 사활을 걸다시피 했었는데

(오로지 점심 시간 만이 낙인 직장 생활)

지금은 대폭 간소화 됐고요.

이젠 저도 저녁 먹고 남은 거 조금씩 떼어서 점심 싸가던가

그 날 그 날 냉장고 상태보고 대충 준비해 가요.

예전처럼 밥 더하기 반찬 너댓개 이렇게 진수성찬으로 단 한 번도 싸간 적이 없어요.

 

 

다 챙겨 봐야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몸이 다 소화도 못 시키는데

저 짓은 다 해서 뭐하랴...싶어서

집착을 놓아 버렸더니 신간이 편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여태 새 직장 생활 석 달 되어가는 시점에

밥 사먹은 적 지금껏 딱 세 번이고

뭘 항상 싸가서 먹기는 했어요.

 

 

저녁은 시간 많은 남편이 하는 거 주로 먹고

(남편이 할 줄 아는게 거기서 거기니

맛 있어서 먹는 것 아니고 그냥 군소리 없이 받아 먹는 정도)

금요일 쯤에는 제가 하루 하고요.

생선까스, 김치 찌개, 된장 삼겹 이런거.

 

 

토요일, 일요일은 또 남편이 하는 브런치 대충 먹고

한 끼는 차이니즈 푸드 테이크 아웃으로 때우기도

만두국 집중적으로 끓여 먹고 이럼서 두어 달 보냈어요.

 

 

저는 나이가 먹고 노인이 돼서 이가 안좋고 틀니를 하게 되면

고기를 먹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잇몸 아파서 음식을 못 씹게 됐을 때 보니까

제일 먼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채소 반찬 이더라고요.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경험으로 깨달았음요.

 

 

오래 푹 익힌 고기는 오히려 먹기가 더 쉬었어요.

삼계탕,

수육,

꼬리곰탕 이런 것들.

 

 

제일 먼저 자신 없어진 것이 김밥이고,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더 나아가 마른 나물들, 취나물, 고사리, 고구마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나물 반찬들.

 

 

생 당근 씹어 먹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 가지고.

 

 

죽만 먹다 신물이 날 지경이 되니 미각 장애가 와서

음식 냄새고 맛이고 아무 것도 못 느끼는 지경이 됐을 때에는

음식이 돌같이 보이기 시작하더만

살기 위해 칼로리 섭취를 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으로

며칠은 미역국(밥 안들어 간)하고 코코넛 밀크로만 연명도 했고요.

 

 

코코넛 밀크 한 캔에 들어간 칼로리가 엄청 나더라고요.

미역국 한 그릇

코코넛 밀크 하루에 한 캔. 이렇게.

 

 

저 짓도 며칠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아마존 가서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미국판 생식 한 통 주문 해서 먹기 시작했어요.

물타서 먹으면 한 끼 해결 된다고 하는거.

 

 

그러다 천우신조로 직장이 잡혀서 한 시름 놓고

잇몸도 어느 정도 진정이 돼고

이도 어느 정도 음식을 먹을 수가 있게 돼고

입맛도 조금씩 돌아 와서

이제는 어느 정도 먹을 건 조심해가면서 다 씹어 먹긴 하겠는데

예전처럼 먹는 것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요.

 

 

그 와중에 먹고 싶었던 것은

짜장면,

김치 만두,

순대.

아주 많이 먹고 싶었던 것은 김밥.

 

 

이런 것들이었고

짜장면이랑 김치 만두는 먹었고

김밥도 한 번 싸 먹었고

조만간 순대나 한 번 사 먹으려고요.

 

 

재작년 새해 다짐으로 세웠던 허리 둘레 줄이기는

저렇게 잇몸 아픈 바람에 저절로 목표 달성 했고요.

 

 

일 다니면서 아침 먹고 안 먹고가 하루 버티는데 진짜 큰 차이를 만드는구나

이번에 크게 깨달아서

아침을 거르지는 않아요.

매일 아침 시어머니 추천 메뉴, 옷브랜(oat bran) 먹고

생식 한 통 물 병에 담아 흔들어 가지고 지하철 안에서 마시고

 

 

점심은 어쨌든 싸가지고 간 집 음식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간단하게.

남편이 한 저녁은 저절로 간단하게 먹어져요.

 

 

그저께는 남편이 몇 달 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포커 친다고 갔다가 밤 새 놀고 어제 들어 왔는데

집에 오자 마자 마누라 찬양.

포커는 그냥 명분일 뿐이고

아저씨들 넷이 모여 하루 날 잡아 신세 타령하는게 주목적인 모임이거든요.

 

 

저는 친구들하고 만나면 남편 욕 잘 하는데

남편은 성격인지 저한테만 저리 말 하는 건지

다들 돌아가며 마누라랑 살기 힘든 얘기 하는데

자기는 자기 차례가 되서 무슨 말이든 해야 겠는데

마누라 얘기하면 친구들한테 염장 지르는거 같아서

자기 여동생 흉 보는 걸로 대신했대요.

 

 

하와이에서 뉴욕 다니러 온 큰 시누가 하와이 돌아가기 전 날 밤에

저희 집에서 묵고 싶다고

정말 처음으로 부탁한 거라 가족인데 차마 안된다고는 할 수가 없어서 그러라고는 했는데

제가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중이거든요.

남편은 더 싫어하고 있고요.

여태 친구들 집에 있다 갔으면 하던대로 할 것이지 왜 갑자기 우리한테 친한 척 하냐고.

그런데 자기도 차마 안된다고 그 말은 못하는 주변머리라 ㅋㅋㅋ

큰 시누가 좀 결벽증일 정도로 깔끔한 성격이라

우리가 치운다고 치워놔도 분명 충격 받을 것이므로.

 

 

남편 친구 하나가 그랬대요.

그냥 너네는 하고 살던 대로 하고 있다 동생 오라고 한 다음에

너희 집 너무 더러워서 못 자겠다고 하면

동생 손에 청소 도구 들려주고 니가 치우라고 하라고.

 

 

제가,

당신 친구 천재 같아.

진짜 좋은 방법이네.

 

 

이러고 좋아 했더니 자기도 좋아해요.

 

어제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는

 

삼계탕도 먹고 싶고

돼지고기 로스트한 것도 먹고 싶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도 그간 자기가 맨날 하는 저녁으로 때우자니

제가 해 준 음식이 그리웠나 봐요.

 

 

그래서 지금 삼계탕 해서 아침으로 멕였고요

지금 돼지고기 로스팅 하고 있어요.

 

 

푹 고아진 닭 한마리

가슴 살 한 입 떼서 소금 찍어 입에 넣어 주고

다리 살도 먹어 볼래? 하면서 다리 살도 한 점 뜯어 소금 찍어 입에 넣어 주고

아우 이쁘게도 잘 먹네 우리 서방은.

내가 해주는 건 이렇게 다 맛있다고 잘 먹네.

안해도 될 격려를 마구 불어 넣어 주면서.

 

 

마누라 불평을 할래야 할 수가 없겠어 당신은.

포카 치느라 날 밤 새고 들어 온 남편한테

이런거 해다 바치는 부인이 세상에 또 어딨겠어.

 

 

뭐 장한 일 하고 왔다고 말이죠.

 

 

마누라 흉 봤다는 다른 친구들 마누라,

제가 다 아는데

다들 훌륭한 부인들임.

다들 복에 겨워서 누가 누구 흉을 본다고. 자기들 찌질한 건 모르고.

자기는 마누라 흉 볼게 없어서 괴로웠다고 하는 남편 말을

저는 그냥 곧이 곧대로 받아 주고 넘어가요.

사실 여부는 어차피 씨씨 카메라도 없는 마당에 확인 불가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속는 거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서

괜히 서로 닭살 짓 한 번씩 더 하는게

우리 부부 실제적인 관계에 더 도움이 되는 거라.

 

 

저는 지난 주만 해도

친구들 여기 저기 내가 전화 돌려 대면서

남편 흉을 한 바가지로 봤는데.

아니 누가 자기더러 매일 저녁 밥 하랬어?

그 시간에 나가 돈을 더 벌어 와야지.

나 월급 올랐다고 좋아하는 꼴이 왜 이렇게 얄밉지???

하면서.

 

 

(아 네 저 월급 올랐어요.

제가 말도 안했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큰 폭으로.

그래서 사장 비위는 당분간 열심히 맞춰 주며 계속 다니기로 했어요)

 

 

나도 내 친구들한테 서방 욕을 바가지로 한 건

남편한테 말 안하니까.

남편도 나한테 그런갑다. 그러고 있어요 ㅎㅎ

 

 

 

어쨌든

진실 게임은 뒤로 하고

 

 

오랜 만에

삼계탕도 해 먹고

돼지고기고 오븐에서 잘 익어 가고 있고

원래는 일하러 가야 하는 날인데

사장한테 그냥 하루 쉬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길래

일당은 못 받아도

나도 연휴 기분 내면서 오랜 만에 요리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고

 

 

푹 익은 고기 요리로 영양 보충하면서

다음 주 이틀 점심 거리도 챙겨 놓고.

 

 

아직 오후 2시 밖에 안되서 아직은 행복한 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 참,

자기는 뭘 잘 했다고

또 자기 친구들 흉도 봤어요.

 

 

친구 하나가

발렌타이즈 데이 선물로

앨 고어 책을 선물로 줬다고,

리스트 로맨틱 발렌타이즈 데이 선물이라고.

걔도 참 답 없다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는 저한테 뭐 해줬냐면요,

꽃은 저한테 금지 당해서 아예 할 수가 없고요

꽃이랑 보석은 저한테 애저녁에 금지 목록으로 지정 됐어요.

제가 싫다고 못을 박아 가지고.

 

 

드럭 스토어에서 5불 짜리 초콜렛을

드럭 스토어 비닐 봉지 그대로 영수증 안에 넣어서 주면서.

근데 그 초콜렛 자기한테 언제 먹으라고 줄거냐면서.

(매해 초콜렛 선물은 제가 받고 초콜렛은 남편이 다 먹어치움)

 

 

자기 진짜 귀엽지 않냐고.

 

 

아.....

 

 

이것도 귀엽다고 그냥 넘어가야 제 정신 건강에 좋은 거죠?

 

 

서방 귀여워서 기절하겠어요 이 마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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