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갑자기 날이 너무 덥네요.

사는 것도 재미도 없고.

으쌰 으싸 힘내자 힘 하는 것도 나를 위한 그저 체면의 효과를 노린

100% 의도적인 구호일 뿐이지

실상은 지난 반 년여가

넘치도록 벅찬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드러운 꼴 참는 건 참아야 한다고 치고

일은 자기가 다 그르쳐 놓고

일 완전 엎어질 참이니 황망하니까 나한테 뒤집어 씌우길래

대차게 싸우고 들어와 버렸어요.

 

 

다 떠나서

내가 여기서 일 시작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구만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 될 수 있냐고 제가 따졌어요.

작년 6월에 여기서 그렇게 하라고 해서 생긴 일인데

작년 11월에 여기서 일 시작한 내가

어떻게 고객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냐고.

내가 이런 덤태기까지 쓸 수는 없다 싶어서

확 들이 받아 버렸어요.

 

 

갑자기 확 다 싫은 기분이 들고

너무 지겹더라고요.

 

 

저게 벌써 지난 주 였고

황금 연휴 주말엔

같은 퀸즈에 살다가

멀리 좋은 동네로 집사서 이사 간 친구 집들이 가서

배가 쑤시도록 논스탑으로 맛있는거 얻어 먹고

하루 종일 잘 놀다가 집에 오는 길에는 친구가 잘못된 기차 시간 정보를 줘서

기차역까지 갔다가

도로 친구 집으로 가서 본의 아니게 외박.

 

 

친구가 편하게 아래층 침실에서 혼자 자라고 하는데

저는 잠자리 예민한데다 겁도 많아서

허걱, 하던 차에

친구가 조심스럽게 덧 붙이더라고요.

 

 

이모 자고 간다니까 우리 딸이 자기 방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그러는거 있지.

 

 

아조 잘 됐다 싶어서

얼른 엉겨 붙었어요.

 

 

그래? 주희(가명ㅋ)야 이모랑 그럼 주희 방에서 슬립오버 할까?

진짜로 이모 주희 방에서 재워 줄꺼야?

 

 

친구가 아들래미도 그 방에서 같이 재우는데

아들이 중간에 몇 번 깰거라고

너 잠 푹 못 잔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하는데

됐다고 하고 그냥 막 엉겨 붙었어요.

 

 

 

나 어차피 집에서도 푹 못 자.

이러나 저러나 매일반이야.

 

 

아침에 일어 나서는

그 어느 조카들하고 해본 일이 없는

종이 그림 오려 주기도 하고.

저 진짜 손으로 꼼지락대고 인형 놀이니 이런거 정말 체질 아닌데

친구 딸이

조용하고 참하고 예의바르고 그런 스타일이예요.

패션에 관심 많고.

 

 

남의 집 애들 흉 보고,

어른이 되서 그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저도 내 애 안 키우고

남의 집 애들만 상대하는 사람으로써

어느 정도 선호도는 가져도 된다고 봐요.

찬구 딸 하는 양이 참 이쁘더고요.

 

 

둘째 시누 딸래미는 생긴 것도 인형같이 이쁘게 생겼고

아주 아주 총명하고

취향도 저랑 같은 공주과이고

또 저를 잘 따르기도 하고

저도 물론 이뻐하죠.

그런데...

완전 되바리지고 이런 아동은 아니라도

좀 많이 똑똑하여

같이 놀아도 제 머리 꼭대기 위에서 노는 스타일, 좀 그래요.

저 흉 안 봤습니다.

진짭니다.

ㅋㅋㅋ

 

 

저 아이 친 이모인 큰 시누가 흉 봤습니다.

부모가 잘못 가르친다고.

저는 끝까지 같이 흉 안 봤습니다.

속으로만 이런 저런 생각 했습니다. ㅋㅋㅋ

 

 

 

낮 동안은

다른 친구 아들이랑 자기 남동생이랑

신나게 놀았어요.

어찌나 시끄럽게 놀던지

어른들이 꽥꽥 소리 질러 가다 시피 대화를 했는데,

 

 

제가

 

우리 지금 나이트에서 얘기하는거 같애.

 

해서 다들 깔깔 웃었는데

어른들이 소리 높여 대화를 했어야 할 망정

두 집 애들 셋이서

궁합이 맞아서 안 싸우고 잘 노니

어른들한테 와서 치대지 않고

참 좋더라고요.

 

 

손님들 다 가는 줄 알았는데 제가 기차 역까지 갔다 하룻밤 신세진다고 자기 집으로 오니

손님이 집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라

저 집 딸이 좋았나 봐요.

 

 

낮에는 20년 지기 동갑 친구들 너무 오랜 만에 모인 거라

(거진 2년 만?)

어른들끼리 얘기하느라 애들하고는 인사만 했는데

상황이 저리 된 김에

저 집 딸하고 친구 놀이 한 번 하자 하고

 

 

그림 열심히 그린거 가위로 오려 주고.

 

 

친구가 좋아 하더라고요.

 

 

우리 주희가 저런 관심하고 칭찬이 필요한데

자기가 사실 그런거 전혀 못 해주고 있다고.

둘째한테 신경 쓰느라.

욕 먹을지 몰라도 둘째가 더 신경 쓰이고 더 이쁘다고.

 

 

제가

 

 

너 보니까 딱 우리 둘째 언니 보는거 같은데

애 상실감 너무 커지지 않게 미리 신경 좀 써라.

하면서 둘째 언니 얘기도 좀 해주고.

 

 

봐라.

둘째 없다고 보면

쟤도 아직 애야.

둘째 있으니까 누나인데 동생 없으면 쟤도 이제 막 킨더 간 마냥 애인거야.

 

 

그래도 남편이 딸 이뻐한다고 변명을 하길래,

엄마가 동생하고 나를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

지금 너네 아들은 너무 어려서 기억을 못해도

너네 딸은 기억할 수 있는 나이야.

신경 써 줘 아줌마.

나중에 쟤 가슴에 한 된다.

 

 

저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저랑 궁합이 맞는 아이들한테는

'단기' 친절하는거는 좀 해요.

 

 

잠깐이니까

까짓 거.

 

 

열심히 종이에 색칠한 보석

가위로 오려 달라길래

친절하게 가위로 오려 주고.

색 칠하는 감각 칭찬도 해주고.

짤

 

짧은 시간이나마 칭찬 세례를 퍼주고

둘이 많이 친해졌어요.

 

 

대답도 어찌나 예쁘게 존댓말로 잘 하던지.

지네 엄마가

긴 거리 통근하면서 일 하느라 피곤해 죽겠다고 하면서도

토요일마다 한글 학교 열심히 데리고 가서 교육시킨 효과인지

못 알아 듣는 말 없이 다 알아 듣고

꼬박 존댓말로 대답하고.

 

 

그러다 갑자기 던진 질문,

 

 

이모, 이모는 영어 좀 해?

 

 

존댓말 꼬박하다 반말로 뜬금없이 던진 이 질문이 우스워서

친구한테 얘기해 줬더니

친구가 막 웃으면서

자기가 요즘 그런대요.

 

 

부쩍 집에서 영어로 말하기 시작하길래

엄마는 영어 잘 못 하니까 한국말로 하라고 그런다고.

그래서 그랬나 보다고.

 

 

주희 어제 이모 주희 방에서 자게 해 줘서 고마웠고

주희 이불 같이 덮게 해줘서 고마웠고

이모는 정말 재밌게 잘 놀다 가는데

이모 다음에 주희 집에 또 놀러 와도 될까?

 

 

했더니

 

 

또 놀러 오라고 해서 고맙다고 하고 뽀뽀해 줬어요.

 

 

다른 친구는 아들 하나 키우는데

운동 좋아해서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운동만 실컷 시킨대요.

내년에 초등 3학년 되는데

하고 싶은 운동 맘껏 하면서 노는 건 딱 이번 여름 방학까지고

내년에 3학년 되면 내년부터는 공부 더 해야 된다고 못 박고 있는 중이라고.

 

 

요 녀석은 애기 때 부터 봤어도 좀 깍쟁이라

친한 척도 잘 안 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오랜 만에 봤더니 자기 야구 잘 한다고 자랑을 하길래

무슨 포지션이 제일 좋냐고 물었더니

투수하는게 제일 재밌고

자기가 강속구 투수라고 자랑을 하길래

 

 

오 그래? 시속 몇 마일 던지는데?

 

 

했더니 이 녀석이 움찔하면서,

안 쟤 봐서 모른다고.

 

 

이모가 야구 좀 보거든.

메이져 리그 야구는 좀 봐?

어떤 팀이 제일 좋아?

 

 

이러면서 막간에 일대일 대화 잠깐 했어요.

점심 먹고 소화 시킨다고 근처 공원가는 길에

저는 저 집 차를 타고 가기로 해서 같이 차로 향해 가는데,

 

 

이모, 나는 풋볼도 잘 해요.

 

 

오 그래? 좋아하는 풋볼 선수는 누구야?

 

 

했더니

제일 좋아하는 선수 이름 세 명을 대길래

 

 

이모는 그 중에 일라이 매닝이 제일 좋아.

아 참 너가 말한 사람 중에 탐 브래디 있잖아.

부인이 무지 예쁘지.

 

 

이모, 내가 그 사람 부인이 누군지까지는 몰라요.

 

 

맞아. 네가 탐 브래디 부인이 누군지까지는 알 필요가 없지.

 

 

참 나.

쉬크하기는.

저 녀석 태몽도 제가 꿔줬거든요.

제가 태몽을 잘 꾸는 편이라

태몽이다 싶으면 어디다 팔기도 했고. 두어번 ㅎㅎㅎ

큰 소리치면서 판 태몽은 꽝 이었음ㅋ

주변 사람들 태몽 제가 꽤 꿔 줬어요.

 

 

친구가 결혼 9년 차에 임신했다길래

 

 

아들인갑다, 내가 꿈을 하나 꾼게 있다,

 

 

해가지고 얘기해 줬는데 친구가 이 꿈 얘기는 아들 육아 일기에도 써 놨어요.

 

 

그런데 욘석이

애기때 부터 봤는데

한 번도 뽀뽀를 안 해 주더라고요.

 

 

친구 말로는 저희들 왔다 갈 때 마다

집에 손님와서 저도 신나고 재밌게 놀고 좋아 했다고는 하는데

어찌나 비싼지

헤어질 때 절대 뽀뽀 안 해 주더라고요.

뽀뽀하려고 안으면 몸 뻣대면서 뒤로 빼고.

 

 

애기 때는 저러더니

이번에는

헤어지면서

지네 집 차 타기 전에

제가 잡아 끌어 안는데

몸 뻣대고 도망 가려고 하지 않고

저를 꼭 안는 거예요.

 

 

이모는 오늘 재밌었는데 우리 언제 또 만나나?

다음엔 션이 이모 불러줄꺼야?

 

 

했더니

 

 

예스.

 

 

언제?

 

 

오늘부터 정확히 일년 후.

 

 

둘이 끌어 안고

 

 

이모는 그럼 기다릴거야.

 

 

했더니

 

 

이 녀석이 심지어 뽀뽀를.

자의로 한 건 아니고

여전히 안 해 줄 것 같긴한데

제가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해 달라니까 이번엔 해 주더라고요.

 

 

오늘 아들 키우는 친구랑 후기 나누려고 전화 통화했는데

아들이 수준이 하도 밥 맛 없을 정도로 높아서

어디가서 놀면 웬만하면 재밌었다는 말도 안하는 녀석이

재밌었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고

 

 

두 집 애들이 진짜 잘 놀긴 하더라고요.

 

 

자기 아들도 아들이지만

남편이 계속 재밌었다고 그러더래요.

 

 

너네 셋은

(저 집 남편하고는 대학 때 부터 서로 다 잘 아는 사이)

셋이 완전히 성격이 다른데

셋이 모여서 얘기하는거 듣고 있으면 진짜 재미있다고.

 

 

저 집 남편이나

이번에 호스트한 남편이나 둘 다 얼굴 가리고 말 진짜 없는 스타일 남편들인데

둘이면 또 단 둘만 붙여 놓으면 무슨 얘기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으면서도

부리나케

고기 굽는 와중에도 저희들 앉아 있는 테이블로 뛰어 들어 와서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경청.

 

 

저희집 영감은 제가 저 날 떼놓고 갔어요.

동네에 아이들 파티해주는 가게가 생겼더라고요.

거기 지나 다니다가

딱 저 날

엘모 커스툼 쓰고 다섯 시간 아이들 파티에서 일 할  알바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자기가 쫒아가 봐야 마눌님은 신경만 쓰일테고

친구분들하고 재밌게 노시라고.

놀면 뭐 하냐, 자기는 마눌 친구분 모임 쫒아가서 민폐 끼치느니

알바 하면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러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다 맞는 말이길래.

 

 

그래서 저는 혼자 지하철 타고 기차 타고 친구 집 갔더니

친구들이 별 말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다들 한 마디씩 하더라고요.

 

 

지난 번에도 혼자 오더니

왜 이번에도 혼자 왔냐,

우리도 너네 신랑 보고 싶은데 왜 안 데리고 왔냐고

그럼서

우리도 다 영어 하고 너네 신랑하고 얘기할 수 있는데

제가 혼자 남편이 미국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  불편해 할까봐 떼 놓고  왔는 줄 알고

이번엔 다들 저한테 뭐라고 하길래

제가 솔직히 말했어요.

 

 

친구들이나 친구 신랑들이나

미국 남편하고 사는 저보다 영어를 더 잘하면 잘했지 더 못하진 절대 않는데

솔직히 

제 친구들 모임에

그것도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2년 여 만에 어렵게 모이는 건데

저 자리에 말 수 적은 친구들 남편 틈에 저희 집 영감 섞어 놓는 건

영어와 한국어의 문제를 떠나서

민폐인 건 맞아요.

 

 

남편이 말이 워낙 많기도 많고

혼자 얘기하고 나서 너무 웃기지 않냐고 또 혼자 웃고

자기 사람들 만나는데 제가 따라가는 거면 저는 신경 안 써요.

주책 부려도 지 흉이지 내 흉 아니니까 그냥 신경 꺼 버리고 마는데

제 사람들 만나는데 저 사람 같이 갈 때는

제가 신경이 좀 씌여요.

혼자 가야 마음 편한 것 맞아요.

 

 

친구들 신랑들은 술 많이 안 마시는데

저 사람을 술 좋아해서 혼자 술 마시고 취해서

주책 부릴까 걱정

이런거요.

 

 

주책 부려도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는 주겠지만

저는 그런 걱정 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요.

술 버릇이

누구한테 시비걸고 공격적이 되고 이런 건 아니긴 한데

맨 정신에도 말 많은 사람이

술 좀 들어가면 말 더 많아지고

그 말 다 받아주는거 진짜 짜증나고 열 확 오를 때 많거든요.

다 쓸데없는 말이라서.

 

 

내가 받아 준다고 치면

이게 얼마만에 만난 친구들인데 수다 떨기도 모자란 시간에 내가 저 짓을 해야 하나 싶고

난 모른다 내팽기치면

말 수 없는 내 친구들의 남편들이 다 받아 주며 고통 받아야 하고

이래 저래 민폐 맞잖아요.

 

 

호스트한 친구가

연애할 때는 남편이 참 스윗 했는데

결혼하고 애 둘 낳고 살다 보니

서로 대화도 없고 너무 무뚝뚝해서 슬프다고

넌 남편이 예나 지금이나 살가우니 얼마나 좋니?

 

 

이러길래

딱 2분 동안 말 많은 남자와 사는 고충을 얘기해 주고

남편 바꿀래?

했더니

대답이 없더라고요.

 

 

전 정말 어쩔 땐

머리가 돌아 버릴 것 같거든요.

하루 종일 시달리다 집에 왔는데

방긋 방긋 웃으면서

하루 종일 너무 보고 싶었다고

집에 오셔서 너무 행복하다며

내가 겪었던 하루와는 아무 상관없는 참 내가 듣기엔

신세 편한 수다를 쏟아내는 남편.

난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딱 한 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을 안하기는 뭐.

얘기하다 보니 할 말 다 하더구만요.

부인 친구들 온다고 스팀 청소기까지 동원해서

꼬박 두 시간 청소했다더구만.

오늘만 한 것도 아니고 원래도 청소는 저리 꼼꼼하게 잘 한다더구만.

 

 

아, 말하고 싶으면 너가 먼저 말 시키면 되잖아.

요것들이 말이죠.

괜히 쪼끄만한 거 가지고 남편 흉 보는 척 하면서

내 입에서

너네들 남편 그 정도면 훌륭한 줄 알라고

요 말 들으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같고.

 

 

셋째 성 한테서고

마음 많이 힘들 때 마다 얘기하는 영계 친구한테서고

참 대단하다는 말 들으며 몇 년을 버티고 사는 나는

정작 암 말도 않 하는구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이쁘게 자란 친구 애들하고도 재밌는 시간 보내고

맛있는거 많이 얻어 먹고

수다 실컷 떨고

본의 아니게 외박까지 하고

잘 놀고 집에 오자 마자

엘모 옷 뒤집어 쓰고 힘들게 벌어 왔으니 그 돈으로 맥주 마시러 가자고 남편이 졸라서

바로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술집 갔다 왔어요.

 

 

일 할 땐 일하는 대로

연휴는 연휴대로

참 바쁩니다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