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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놀 때는 놀기 이쁜아짐 (ejpkryan) 2013-6-23  12:23:49

 

 

 

 

 

 

 

 

 

 

 

 

 

 

 

 

 

 

 

 

 

 

 

 

 

 

 

 

 

남편은 뉴져지 사는 친구 집으로 생일 파티 겸 해서

두 세달 만에 한 번씩 모여 노는 포커 모임 하러 가고

저는 둘째 언니 집에 가서 자고.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딸래미는 자기 볼일이 공사다망해서

요즘은 이모가 오랜만에 가도 보는 둥 마는 둥

중학생이 되어

언니 말로는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부쩍 짜증이 늘었다고 하는 아들래미는

 

 

항상 내가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스윗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어찌나 손님 접대를 깍듯이 하던지.

 

 

한정적인 한국어 실력으로

열심히 손님 접대하는 둘째 군.

 

 

이모, 이거 나랑 놀을래?

 

 

이모는 이거 처음보는 건데?

이모 가르쳐 줄 수 있어? 가르쳐 주면 해볼께.

 

 

마주 앉아 생전 처음 들어 본 게임을 해 본다고

재미는 진짜 없었는데 억지로 했어요.

 

 

이모 한 번 더 할래?

 

 

그래서 또 억지로 한 번 더하고.

 

 

이모 우리 또 할래?

 

 

해서

삼 세번 했습니다.

 

 

또 할래냐고 묻길래

이모가 엄마도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은데

게임은 다음에 또 하고

이모가 이제는 엄마랑 얘기 좀 해도 될까?

했더니

오케이 하고는

이모 뭐 보고 싶냐고 티비에서 이모가 원하는 채널로 돌려 주고 방으로 들어 가더라고요.

 

 

둘째 언니가 놀라더라고요.

요즘 신경질을 엄청 냈었는데

오늘 오래 간만에 니 덕분에 쟤 예전 모습 본다고.

 

 

이제는 이모를 소 닭보듯 하는 첫째 양 일찌기 지 방으로 들어가 지 할 거 하느라 바쁜데

저 녀석이 이모 반갑다고 이리 세심하게 놀아주니

너무나 감사해서 재미 지지리도 없는 게임 삼 세판 했어요.

 

 

내가 아무리 지를 어쩔 줄 몰라 하며

볼 때 마다

바람에 날라가랴 넘어져 다치랴 노심초사 하면서

업고 안고 물고 빨고

그랬어도

그건 옛날 일이고

이제는 저 아이의 상황에 맞게 이 이모도 태도가 바뀌어야지

받아 들여야지.

 

 

 

저녁 먹고 운동화 필요 하다길래

같이 잠깐 동네로 쇼핑 나갔다 왔고요.

저 보자 마자

 

 

이모, 살 빠졌어?

 

 

그래 보여?

 

 

응.

 

 

그러더니 지네 엄마한테 이모 너무 마른거 같다고 걱정 하더래요.

 

 

나이를 먹는게 이런 건가 봐요.

 

 

언니랑 소파에 앉아서 그간에 밀린 언니의 주변인들 얘기를 들으면서

누군가한테 또 당한 사건을 듣는데

예전처럼 화가 나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그 사람 처음 봤을 때 이런 있을 거라고 예견하지 않았느냐,

이제부터라도 멀리해라,

언니는 바보냐,

내 눈에 띄이기만 해 봐라,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버릴 테다,

 

 

이런게

제가 늘상 하던 소리였는데

 

 

이번엔 별로 화도 안나고

놀랍지도 않고

또 이래도 언니는 이 열받는 상황을 또 두리뭉실 삮히며 넘길 것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잘 지낼 것이고

잘 지낼 동안은 미안하다며 그 사람은 또 언니한테 잘 할 것이고

이렇게 인간 관계를 하는 것이

언니의 스타일이고

내가 화를 낸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을 것이고

그러니까 화를 내지도 말고

언니가 하는 얘기나 들어 주고 맞장구나 좀 쳐 주고.

 

 

어퍼져 부어 오른 발목을 보여 줬을 때

화상아 진상아 이 주책 바가지야 이러면서

욕을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어려서 사고 쳤을땐 항상 그랬는데.

 

 

이번엔 진지한 얼굴로

자기가 잘 아는데 있다고 침 맞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그냥 놔두면 안된다고.

 

 

이번에 예상을 빗나갔어요.

 

 

그 날 롸이드 해주고 같이 갔었던 남편 친구가

물리 치료사라

다음날 포커 게임 간다고 또 집 앞으로 남편 픽업와서 인사 나갔을 때 발목 보여 줬더니

저더러

전에도 이랬던 있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십년 쯤 전에 그랬었다고 했더니

그럼 이번엔 회복이 빠를거라고 별 걱정 안해도 될 거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어요.

 

 

신혼 때 퇴근 길에 남편 와이셔츠 몇 개 산다고 메이시스 갔다

쇼핑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맨하탄 34가 한복판에서 대차게 자빠진 적 있거든요.

그 때도 순식간에 사람들 주변으로 몰려 들어서

괜찮냐, 엠블란스 불러 줄래냐,

고통보다 만배는 컸던 그 쪽팔림.

 

 

지난 주에 시댁에서 자빠졌을 때는 플립플랍,

클럽에서 자빠졌을 때는 4인치 힐,

신발은 아무 상관 없어요.

내가 문제인 거지.

십 년 전 저 날 맨하탄 한 복판에서 자빠졌을 때는 운동화 신고 있었답니다.

출퇴근 용으로 항상 신고 다니던 운동화.

그래도 자빠질 사람은 다 자빠져요.

철퍼덕.

 

 

 

 

저 때 발목 접질렀을 때는 한 두어달 쯤 고생 꽤 했어요.

침도 한동안 맞았고

차도가 없어서 발병원도 가고.

엑스레이도 찍고.

 

 

현역 물리 치료사가

접질렀던 적이 예전에도 있었으면 회복이 빠를거라고 한 말에 한껏 고무돼서

언니한테 그 말을 하던 중에 갑자기 생각난 것.

지금 접지른 건 왼쪽 발목.

그 때 접질렸던 건 오른쪽 발목.

 

 

 

아 이건 뭐.

생각이나 해내지 말 것을...

 

 

 

그런데 이번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심하진 않고요,

붓기도 거의 빠졌고

괜찮아요.

자빠지고 슬라이딩은 했을 망정

발목이 심하게 꺽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집에 오자 마자 하룻밤 자고

바로 내일 또 다시 시골로 가요.

이것도 역시 계획에 없었는데

어찌 어찌 갑자기 얘기가 나오고

남편 물리치료사 친구가 한 주 오프하고 자기 고향 집 가서

부모님 집 관리하는 일 좀 해야 해서 올라 가겠다고

같이 가겠냐고.

 

 

막내 시누가 이번 주말에 4남매 다 모여 보내자고 제의를 해서

원래는 남편만 금요일 쯤에 갔다 오려고 했는데

저도 따라 붙기로 하고

일찌거니 내일 시골 가서 일주일 꽉차게 있다가 오기로 그렇게 됐어요.

 

 

실은 남편이 다음 달 부터는 조금 더 바빠질 것도 같아요.

(저한테는 너무 좋은 일이죠)

가족들과 시간 보내려면 이번 달에 해야 해요.

이 말에 막내 시누가 마음이 급해져서

저희들 다시 시골 오라고 조르고 있었거든요.

 

 

언니한테

내일 다시 시댁 올라가게 됐다고 하니까

주섬주섬 찬장에서 챙겨 내 놓은 것 싸들고 온 품목들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저 많은 것들이 다 언니가 돈주고 산 것은 단 한 개도 없고

언니도 어디선가 누군가한테 받은 것들.

이쁜아짐 한 평생 협찬 인생의 롤모델.

 

 

사과는 너네 신랑 주고

새우깡이랑 누룽지는 둘째 시누 딸래미랑 간식으로 같이 먹고

지난 번 갔을 때 준비 없이 가서 아쉬웠다고 하니

라면 꺼내고

아몬드 신랑 주고

카라멜 캔디는 어른들 드리고

나물 얼려 놓은 건 해동해서 나 쌈 싸먹고

고추장이랑

마른 오징어에

김이랑

 

 

오징어채랑 멸치랑 간장이랑 된장, 묵은 총각 김치는

사진에서 빠졌네요.

 

 

어제 오후 헤어졌다

오늘 아침 11시 쯤에 다시 집에서 해우한 남편은

간 밤에 포커 게임에서 9불 잃었다고, 어제 진짜 계속 재수가 없더라고

정말 죄송하다고 하길래

제가 저렇게 언니네서  얻어 온 것들 늘어 놓고

짜잔~ 하고 보여 줬어요.

 

 

마눌이 간밤에

공짜로 먹을 것들 이렇게 많이 가져 왔다~~~!

 

 

이 부인이

또 너무 존경스럽고

너무 자랑스럽다고

기분 풀려서 방긋 방긋 웃습니다.

 

 

이 사람은 저를 만나서

굶지 않고 잘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니들이 있어서

이 사람을 굶기지 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자기 집 온 이모가 하룻밤만 자고 간다고 섭섭해 하면서

꼬옥 안아주고 뽀뽀해 주는

사춘기 조카 녀석의 귀여운 모습이

가슴에 따뜻하게 남아 있고

 

 

이모 너무 말라서 걱정하는 쉬크한 조카 딸의

머리털 하나도 아깝도록 그 예쁜 모습도 가슴에 꽉 차도록 기쁘고

 

 

다음 주는

시골가서 재미나게 놀고

인생 사는 걱정은 다음 달 부터 하기로.

 

 

그래서 일단 지금은 아무 시름없음을

죄책감 없이 즐기기로.

일단 놀 때는

후회없이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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