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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호박 만두 이야기, 무화과 이야기, 서방 밥 해 먹이는 이야기 이쁜아짐 (ejpkryan) 2013-9-9  12:47:31

 

 

 

 

 

 

 

 

 

 

 

 

 

 

 

 

 

 

 

 

 

소는 호박하고 간 돼지고기, 부추

딱 이렇게 세 가지 들어갔어요.

 

김치 만두는 저희 집 겨울 만두고

호박 만두는 여름 만두요.

 

김치 만두는

김치 다져서 짜고

숙주 삶아 대충 썰어 짜고

두부 짜고

김치 다지는 것도 일, 그 뒤로 짜고

이거 짜고 또 짜고.

여간 중도농이 아닌데

그에 비하면 호박 만두는 거저나 다름 없어요.

거기다

그 옛날 만두피까지 직접 만들어 싸먹던 시절엔...

저는 한글 떼기 전부터

제가 먹을 만두는 제가 직접 싸야 했던 가풍 덕에

만두빚기 경력이 30년이 넘습니다.

 

 

어린 고사리 손이지만

식욕은 스케일이 컸던 이쁜아짐은

그 어린 나이에도 하루 치 20개 미만으로 싸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먹을 거 스무 개 채우면

내일 먹을 거 스무 개 또 싸고

모레도 먹어야 하니 계속 싸고

앙증맞은 손으로 아픈 허리 두들겨 가며 싸고 또 싸고..

 

 

 

지금은

못생기게 빚을래야 그럴 수가 없을 만큼 저렇게 예쁜 모양 만두피를

사 오기만 하면 되니

그것만 해도 반은 거저 먹고 들어 가는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검색하면 호박 만두에도 숙주와 두부 혹은 양파도 다져 넣고

이런 다양한 방법이 존재 하던데

제가 어렸을 때 부터 먹고 자란 저희 집 호박 만두는 

딱 저렇게 세 가지만 들어가요.

 

노여사 하시는 방법은 부추가 아니고 파가 들어 가는데

저는 마침 집에 부추가 있어서 이번엔 부추 넣었어요.

돼지 고기는

호박 양에 비해 아주 아주 적게,

고기가 들어 갔나 싶을 만큼 정도만 넣고요.

 

호박 채 썰어서 소금에 5분-10분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찬물에 헹궈서 꼭 짜고

간 돼지고기랑 부추 잘게 썰은 것 넣고

간 마늘,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깨소금 이렇게 대충 손 끝이 시키는대로 넣고 쓱 버무리면 끝.

 

 

국물은 육수니 이런거 안해요.

김치 만두는 꼭 소고기 사다 국물도 럭셔리하게 내어 먹는데

호박 만두는

더운 여름에 쉽게 해먹는게 포인트라 국물은 그냥 맹물에 해요. 소금만 약간 넣어요.

 

 

 

 

 

 

 

 

 

 

 

 

 

 

 

 

 

 

 

 

 

 

 

끓이면 이렇게 되고요,

뭐 그저 평범한 만두죠. 별 다를 것 없는.

 

 

 

 

 

 

 

 

 

 

 

 

 

 

 

 

 

 

 

 

 

 

 

밍밍한 국물에

금방 만든 간장 양념장 얹어 먹으면 돼요.

 

 

제가 미국 남자랑 결혼을 하고

그 집 식구들한테 최초로 소개한 한국 음식이 바로 이 호박 만두였는데

저 집 가풍은 또

새로운 맛을 대하는 태도가 참으로 열린 마인드인지라

제가 뭘 하기가 처음부터 마음이 편하고 수월했어요.

 

 

저는 그 반대거든요.

안 먹어 본 것,

익숙하지 않은 냄새,

들어 본 적 없는 재료,

이국적인 요리,

 

 

이런거 제가 덥석 덥석 먹어 보질 않아요.

안 먹어 보던 것을 먹기까지 마음의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새로운 맛에 대한 궁금증도 거의 없어요.

이미 알고 있는 맛들로도 먹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은데

안 먹어 본 거 구태여 새로 먹어 볼 만큼 진취적이지가 않아요 제가.

 

 

그런데 시댁 식구들은

남편과 시누들이야 그래도 젊은 세대들이니까 그렇다 치고

노인네들은 입맛에 관한 어떤 틀이 있을텐데

저희 시부모님은 어쨌든 꼭 한 입씩이라도 드셔는 보시더라고요.

주저 하는 것 없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제가 여태 뭘 해드려서 한 입에 끝난 요리는 단 한 번도 없긴 하지만ㅎㅎ

 

 

십 년하고도 더 전에 제가 처음 해드렸던 한국 음식,

이  호박 만두로 저는 엄청난 시달림을 받았거든요.

조리법을 영어로 정리해 달라,

다음 번엔 소를 미리 만들어 오지 말고 우리랑 처음부터 함께 하자,

 

 

 

해서

게으른 제가 조리법을 영어로 정리했을 리는 없잖아요.

십 년 넘는 세월에도 꿋꿋하게 못 들은 척 하고 있고

한 번 시댁에서 쿠킹 쇼를 하긴 했습니다.

호박 채 써는 것 부터 해서 버무리는 것 까지.

시어머니 이하 시누들 셋이 쭈욱 써서 메모하고 질문하고.

시어머니는 계속 감탄 하시고.

시어머니는 제가 음식하는 보시면서 하시는 감탄사는 딱 한 가지로 정해져 있어요.

 

 

얘 너는 어쩌면 그렇게 빨리하니??

대단하구나..

굉장해..

정말 빨라..

 

 

제가 봤을 때는 제 시어머님이 더 대단하시거든요.

요리하시는 스타일이 제 셋째 성하고 아주 비슷해요.

제 셋째 성은 김치 볶음밥 한다고 하면 김치 잘게 써는 것만 꼬박 십 분도 더 걸리려나?

김치 볶음밥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3-40분???

한 번은 시어머니가

어디 모임에 가져 가신다고 요리책 보시면서 평소에 집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샐러드를 만드시는데

 

 

오이 얇게 썰어서 소금물에 살짝 담갔다가

드레싱은 레몬즙 기본에 몇 가지 허브 다진 것 들어 가고

옆에서 보니까 대충 이렇더라고요.

그걸 꼬박 한 시간 걸려서 하시더라고요.

옆에서 보면서 제가 막 답답해서 부엌 뛰쳐 들어가서 제가 칼질한다고 설칠 뻔 했어요.

 

 

처음 호박 만두를 소개했던 그 다음 해 던가..

둘째 시누의 남편이 자기 부모님 집에서 큰 잔치를 했어요.

대학원 졸업 기념 더하기 30세 생일 잔치.

시어머니가 혹시 호박 만두 가능하겠냐고 물어 보셔서

제가 만두소랑 만두피 가져 가서

다같이 만두를 싸고

그 집 가장 큰 냄비에 물을 끓이고

양념 간장을 만들고

 

 

인기 대박이었어요.

열화가 같은 호응 속에 금새 바닥이 났어요.

지금은 돌아 가셨는데

그 때 저 댁 아버님이 암 투병 중이셨거든요.

돌아 가시기 얼마 전이었는데

몸은 겨울 나뭇 가지처럼 마를대로 마르시고 휠체어 타신 채로

사람들 왁자지껄 떠들고 노는 동안 내내 방 안에만 계시다가

음식 먹을 때만 잠깐 나오셨는데

호박 만두 한 개 드셔 보시더만 아주 맛있다고 계속 더 달라 하셔서

제가 마음이 참 좋았어요.

암 말기 환자 분들이 입맛도 잃으시고 많이 못 드시잖아요.

저 댁 어머님이 잘 드신다고 너무 좋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더러 너희 시댁에만 가지 말고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 오라고 간곡하게.

우리 집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ㅎㅎ

 

 

그런데 그 뒤로 저 댁은 다시 가볼 기회가 없었고

저 댁 아버님은 금방 돌아 가셨어요.

 

 

그러고 보니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그렇게 좋아 하시는데

두 분께 안 해드린지도 벌써 몇 년 된거 같고

갈 때 마다 한국 요리를 해 드리기는 하는데

새로운 것도 하게 되고 하니까 그렇게 됐네요.

 

 

시아버님이 특히 잘 드시는 건 시어머님이 조심스럽게 저한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시기도 하는데

갈비찜 같은거요,

갈비찜은 정기적으로 안 할 수가 없는게

저거 처음 드셨을 때 저희 시아버지 거진 우셨거든요.

제 남편한테 너무 부럽다고 하시면서요.

나는 인생을 칠십년이나 살고야 이런 걸 처음 먹어 봤는데 넌 정말 좋겠구나..아들아...

 

 

호박 만두는 소 만드는 걸 처음부터 지켜 보신 그 이후로는 그런 말씀을 안하시네요.

아무래도 시어머님 기준엔 저게 너무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요리라고 생각하신 듯 해요.

해 달라기 미안하셔서 말씀 안 하시는 듯.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저도 오랜 만에 호박 만두 해 먹고 나니까 생각이 났어요.

두 분이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다음 번엔 가서 꼭 해드려야 겠어요.

 

 

 

올 여름은 대체로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어서

여름철 제 주특기 분야인 오이지도 한 번도 못 담갔고요.

저는 오이지를 커비(kirby) 오이로 담그는데

이게 평소에는 저희 동네서 파운드 당 99전 해요.

그러다 여름이 되면 79전으로 보통 내려 갔다

가끔 깜짝 세일할 때는 59전.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므로

저 가격이 됐다, 하면 그 때 바로 대량으로 사다가 오이지 담그는데

올해는 99전은 커녕 1불 29전, 1불 49전, 막 올라 가더라고요.

 

 

시금치도 가격이 어찌나 올랐던지

봄 부터 여름 내내 시금치를 아예 끊다시피 했습니다.

제가 제일로 만만하게 해먹는 반찬이 시금치 나물인데.

 

 

여름이면 안 해먹고 넘어갈 수 없는 열무 물김치도

올해는 한 번도 못 담갔어요.

이건 가격을 떠나서

제가 어렵게 한 번씩 한국 마켓에 갈 때 마다의 우연이었는지는 몰라도

물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얼마 전 뉴스에서

올 5,6월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복숭아가 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알은 평소 크기보다 20-30% 가 커지면서 그 만큼 당도가 낮아 졌다고요.

아마 채소들도 그래서 가격이 올랐었던 걸까요?

 

 

호박도 여름철에 세일할 때,

그 때가 제가 와장창 사다 만두 해 먹는 때인데

어제 올 여름 처음으로 세일을 하더군요.

파운드 당 69전으로.

이래서 여름 끝 물에 호박 만두는 한 번 해먹게 되네요.

 

 

 

어제 만든 건

선착순으로, 신속하게 저희 집에 오 밤중에 바로 달려 온 둘째 언니가

반 가져 갔고요,

나머지 반은 오늘 아침에 다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좀 있다 나가서 호박 더 사오려고요.

큰 언니도 좀 주고

셋째 성이랑 노여사도 드려야 하니까.

 

 

다른 집 들도 다 그런가요

저희 집은 만두라면 아주 남녀노소가 다 미치도록 좋아해서

조카들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쟤네들도 다 불러서 제가 직접 끓여서 먹이려면 너무 힘들어서

(대형 냄비 두 개 동시에 끓여대야 해요. 애들 먹이려면.

먹을 때 대화도 안하고 엄청난 속도로 먹기만 해요.)

그냥 각 각의 집으로 만두소만 나눠 주려고요.

 

 

 

 

 

 

 

 

 

 

 

 

 

 

 

 

 

 

 

 

 

 

 

그리고 이건 보고 용 보너스 사진.

지난 번 남편이 열과 성을 다해 쓰레기 치워준 답례로 받은 무화과예요.

저는 무화과라는 걸 이번에 처음 먹어 봤어요.

동네 과일 가게에서 요 맘 때 쯤 한참 파는 걸 해마다 보면서도

역시나

저게 어떤 맛일까, 맛 있으려나,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 보고 살았는데

이렇게 주니까 먹어 보게 되네요.

 

 

아버지 집주인 마당에서 키운 40년 된 무화과 나무에서 따 온 거랍니다.

저 40년 된 무화과 나무는

40년 전에

200년 된 무화과 나무 가지를 그리스에서 공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해 와 심은

아주 역사가 깊은 나무라고

아들 집주인이 자랑을 하네요.

 

 

저 날

일 년 365일 자기 몸매 관리에 여념이 없으신 저희집 양반이

배 쓰다 듬으면서

당분간 저녁을 간단하게 먹어야 겠다고 하길래

 

 

 

 

 

 

 

 

 

 

 

 

 

 

 

 

 

 

 

 

 

 

 

 

 

그래서 무화과 한 봉다리 받은 저 날 저녁 이렇게 먹었어요.

무화과는 무화과 대로 먹고

사과는 브리 치즈 얹어 먹고

간단하게 먹고 싶다면서, 뭐 가령 과카몰리 라든지 그런거요,

또 꼬박 메뉴 선정은...

그래도 5분이면 끝나는 메뉴라 그냥 해 줬어요.

전 너무 착한 것 같아요.

뭐 그렇게 이쁜 짓 하는 서방이라고 먹고 싶다는대로 다 해다 바쳐 주는지.

 

 

저는 같이 저거 다 먹고 나서

뚝배기에 누룽지 끓여서 배추 김치 쭉 쭉 찢어서 입가심 했고요.

 

 

요즘 계속 남편하고 사소한 부부 싸움이 끊이질 않는데

왜 이럴수록 저는 먹는 건 더 해 먹이는 걸까요?

뭐가 어떻게 잘못되게 착하면 이렇게 되는 거죠?

 

 

비가 많이 와서 미국 내 채소 과일 농사는 작황이 좋지 않아도

밖에서 오는 것들은 요즘 가격 좋은 과일들이 많더군요.

 

 

파인애플 하나에 1불 49전,

이틀 연속으로 사다가 깎아서 썰어서 먹기 좋게 대령해 주고

크기 꽤 좋은 망고가 79전,

이것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지만 껍질에 붙인 채로 깍뚝 썰기 칼집내서 대령,

유기농 바나나가 파운드당 79전으로 세일하길래 또 한 묶음,

거기다 항상 채워 놓는 사과에

단 하나 내가 먹고 싶어서 산 건 미니 수박,

 

 

과일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신이 났어요.

 

 

돈까스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쯤 먹고 싶다 소리 할 때가 된 듯 싶어

뼈없는 폭찹 용 돼지고기 한 팩 사왔더니 입이 귀에 걸리고.

고기 망치로

힘껏 두드리다 보니

아이 손바닥 했던 고기가 기사식당 왕 돈까스 만하게 커졌어요.

사심을 품고

퍽 퍽 내려 쳤더니 거진 너덜너덜하게...

 

 

 

입이 귀에 걸렸다가 저 망치질 하는 거 보더니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 가더군요.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 따뜻해 지는 음식도 하고

받아서 기분 좋은 과일도 먹고

그래도 내 서방이라고 미워하면서도 좋아한다는거 해 먹이고 하면서

이렇게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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