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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고딩 조카 양 첫 학부모 면담 이쁜아짐 (ejpkryan) 2011-10-28  08:44:12

엇저녁에 조카양 고등학생되고 첫 학부모 면담 출동하고 왔습니다.

 

 

많은 사람 움직이는 날에 하필 날씨는 왜 그리 지랄이던지...

어제 저녁 비바람 뚫고 아이들 학교 다녀 오신 뉴욕의 학부형님들

저와 더불어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둘째 언니로 부터 같이 가자는 전화를 지난 주에 받았어요.

 

 

여름 동안 집안 식구들한테 빈정 상해서

나한테 전화도 하지 말라고 소리를 꿱꿱 지르고 끊은 다음에

한 동안 소강기를 거쳤거든요.

 

 

항상 그렇듯,

얘 이럴 때는 당분간 그냥 놔 둬야 한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아는 둘째 언니가

당분간 전화도 않고 얌전히 있더니만

얼마 전에 이제는 화해 요청을 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 했던지

항상 그렇듯,

몇 줄 안되는 초간단 이 메일을 보냈더군요.

현경 양 생일 날.

 

 

 

우리 이쁜 현경이가 열 네살이 됐다 오늘... 
막내야 니 맘 내가 다 이해 못해 그치만 니 맘 아픈게 다 느껴져.
우리 식구들 모두 너무 상처들이 많아서. ...
서로 사랑하길 기도한다...
연락 할께. 전화 받아라.

 

 

 

첨부 파일에다 현경이 태어나자 마자 병원 보자기에 씌운 채 찍었던 사진 보내고.

진짜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칩니다 이 아줌마가.

그래도 일단 이건 씹었습니다.

그래...얘가 이랬을 때가 있었지...정말 엇그제 같은데 14년 전이네...

사진만 감상하고.

 

 

 

그 후로 보름쯤 있다가

초간단 이메일을 또 보냈더군요.

 

 

가을이다. 항상 넌 내 사랑하는 막내다.

내 맘엔 항상 같은 자리에 니가 있다. 

사는게 바빠서. ... 하지만 내가 기도한다 널 위해. ...

난 항상 기다린다 아무때나 니가 연락해라.

 

 

어느 심심했던 오후,

전화 한 번 때려 줬습니다.

이렇게 애타게 전화를 기다린다는데...적선하는 셈 치고.

 

 

그랬더니만,

전화 한 번 해 줬다고

바로 또 다음 단계 작업이라니.

애들 앞 세우면 백발백중이라고 오만을 떠는 건지

치사하게 또 애 얘기 하면서 학교 같이 가자고.

 

 

 

나도 유지해야 할  품위랑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

거절을 할까, 아니면 한 번 튕겼다가 나중에 같이 가준다고 할까

머리로는 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둥이가 먼저

 

 

목요일 6시? 알았어.

 

 

 

진짜로 이 주둥이가 웬수다.

 

 

그래서 갔다 왔어요.

 

 

차 안에서 일단 아이 리포트 카드 보고.

 

 

제가 온다고 했더니 현경 양이

엄마가 선생님 말 못 알아듣는 거 있으면 자기가 통역해도 된다고 하더랍니다.

 

 

오호....

고딩 두 달 인생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상태가 아닌 게로군.

 

 

 

무엇이든

저한테 잘못 보이는 것을 극도로 걱정하는 아이라

(자기 엄마한테 야단 맞고 나면 꼭 부탁을 한대요.

오늘 이 일은 이모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이게 이 아이 대사.

그렇다고 저 집 엄마가 저한테 말을 안하지는 않고

제가 아이한테 모른척을 하는 거죠.

이모한테는 자기 잘하는 모습만 얘기하고 조금이라도 나쁜 것은 일절 안 알리고 싶어함.)

지금 뭔가 걱정될 만한 게 있다는 소린데...

많이 걱정됬으면 아예 저 못오게 했을거고.

 

 

 

날 궂어서 차가 지겹게 막히는 바람에 시간이 이미 많이 늦었고

아이가 배 고프다고 하고 있었고

그래서 두 과목만 선생님 뵙고 왔는데,

하나 끝나고 두 번째 것 기다리면서 제가

 

 

기왕 온 김에 전 과목 다 보고 가자,

 

 

아이 엄마한테 그랬더니만 아이 얼굴이 확 굳어 지면서 사색이 되어 가지고

눈 똥그랗게 뜨고 절대 안 된다고

(처음엔 아예 선생님 만나 볼 필요없고 자기가 그냥 학교 구경이나 시켜줄 테니

휙 둘러 보고 가자는 맹랑한 제안까지 했었음)

자기 너무 배 고프다고.

 

 

 

첫 과목 선생님 뵙고 나와서

제가 언니랑 소곤소곤 얘기 하니까 아이가 신경이 온통 곤두 서 가지고 제 눈치 보느라고.

언니한테, 선생님 말 다 알아 들었지?

그랬더니 아니 대충만 알겠고 잘은 모르겠는데, 그러길래

여차 저차 여차 저차,

얘기해 줬더니 언니 입에서 바로, 저 눔의 지지배.

 

 

그러니까 당장 애한테 어쩌고 그러지는 말고 일단 나는 오늘 쟤한테 아무 말도 안 할거니까

지금 안 그래도 바짝 쫄아 가지고 내 눈치 보느라고 어쩔 줄 몰라 하니까

언니가 나중에 쟤랑 얘기 해.

 

 

두번째 선생님하고도 얘기 끝내니

이모 눈에는 얘가 지금 어떻게 학교 생활 하고 있는지

나머지도 다 파악 됩디다.

 

 

 

어쨌든 최전방 일차 훈육은 부모의 몫이니까

오늘은 내가 나서지 않겠다는게 제 생각이었고

저는 저대로 아이 압박할 수를 다 계산해 놨어요.

일절 구체적인 코멘트는 안하되 내가 너를 지켜 보겠다,

앞으로 학부모 면담엔 이모가 꼭 동행을 하겠다, 이런 의지 표명을 함으로써

조 틴에이져 지지배 압박하려고 합니다.

 

 

아이 엄마한테,

이모가 현경이 학교 다녀와서 너무 좋았어서

앞으로 '계속' 갈 거라고 그랬다고 아이한테 말 하라고 시켰어요.

 

 

 

수다가 아무리 집안 내력이라도 그렇지

수업 시간에 왜 그렇게 떠든답니까 쟤는.

순두부 먹고 싶대서 식당 데려가서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요 앙큼한 것을 어떻게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해나

어둠의 세계를 더 잘 아는 이 이모는 고민 했습니다.

먹는 것도 나하고 똑같아서는

과일 안 먹고 고기 좋아하고

날 쌀쌀하다고 순두부 먹고 싶다고 해서 순두부 하는 식당 간 거든요.

 

 

 

학교 안에서 내내 제 눈치 보느라고 힘들었을 아이를 생각해서

다른 화제를 고른다고 하다 쇼핑 얘기를 시작했더니

눈이 반짝반짝 생기가 돌아서는

여름에 할머니 보러 갔을 때 엄마랑 희야 이모랑 갭에 갔다가

둘이 바지 하나씩 입어 보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고

그리고는 사지도 않고 나왔다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는 앞으로 이 분들하고는 절대 다시는 쇼핑하고 싶지 않다고.

 

 

음...이모가 잘 안다 조카야.

 

 

 

둘째 언니 말로는

거기서 메이시스 백화점을 갔더니

예쁘다고 집어 들어 구경하는 신발마다...

 

 

셋째 성 왈,

 

 

쟤는 어쩜 그렇게 취향이 걔랑 판박이냐..진짜 놀랍다...

 

 

그랬답니다.

 

현경 양 왈,

 

 

이모, 내가  mini you가 아니면 어쩔 뻔 했어. 그치?

 

 

 

쟤는 어려서 부터 보는 사람마다 막내 이모랑 똑 같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이젠 지가 지 입으로

자기가 제 '미니 유' 라고. 아 웃겨.

 

 

초긴장 상태로 있다가 이모가 쇼핑 얘기나 하고 순두부 집에 가서 맛있게 밥 먹고 나니

기분이 많이 좋았는가 봐요.

 

 

언젠가 이모가 돈 많이 가지고 쇼핑 하러 가게 되면

자기 좀 같이 데려가 달래요.

그래서, 그러자, 그랬어요.

새로 생긴 고기 부페 집도 가고 싶대요.

이모랑 자기랑 가서 먹으면 본전 뽑을 수 있다고.

(순두부 먹으면서 둘이 밥 두 공기씩 먹었음)

그래서, 그러자, 그랬어요.

 

 

이 이모

돈 많이 벌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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